디즈니 플러스의 한국 진출에 대한 기대
디즈니는 지난 12일 글로벌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한국, 대만, 홍콩 등지에서 11월 중순에 디즈니+를 선보일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디즈니 플러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을 수립해야 할까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가 생겼다. 디즈니가 현재 가지고 있는 장점과 단점을 파악하고, 국내 진출에서 어떤 기회의 요소와 위협의 요소가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디즈니 플러스의 국내 진출에 대한 SWOT 분석을 해보았다.
물론, SWOT 분석의 한계점에 대해 지적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현재 기업이 성공할 수 있는 전략에 대해서 창의적인 인사이트를 제시하기보다는 장점을 강화하고 단점을 없애야 한다는 인사이트만을 제시하기 쉽다는 점도 그중에 하나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SWOT 분석을 자체적으로 진행해 본 이유는 디즈니 플러스가 그 나름대로 가지고 있는 특성이 무엇인지 그리고 국내 OTT 시장 현황이 어떠한지를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디즈니 플러스를 둘러싼 내·외부 환경을 알아보는 의미로 함께 살펴보자.
먼저 Disney+(이하 디즈니 플러스)가 가진 내부적인 강점에 대해서 살펴보자.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의심의 여지없이 디즈니 플러스가 자체적으로 가진 다량의, 그리고 양질의 콘텐츠이다. 그들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뿐만 아니라, 토이스토리나 월E를 제작한 '픽사 스튜디오', 어벤저스 시리즈의 '마블 스튜디오', 그리고 '루카스 필름' 및 '20세기 폭스'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 및 엄청난 수의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디즈니 콘텐츠들의 한국에서의 인기와 영향력 역시 실로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그들의 콘텐츠는 두말할 나위 없는 그들의 최대 장점 중 하나이다. 역대 국내 영화 흥행 5위가 '어벤저스:앤드 게임'(1,394만 명), 6위가 '겨울왕국'(1,374만 명), 7위가 '아바타'(1,362만 명)로 디즈니 계열의 영화는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조금 더 나아가 한국에서 디즈니 계열의 콘텐츠들에 대해 '충성심' 있는 고객들이 많다는 점 역시 디즈니 플러스의 한국 진출에 있어 중요한 강점이다. 영화관 티켓 매출 집계 사이트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어벤저스:엔드게임'은 한국에서의 매출이 미국, 중국, 영국 다음으로 높았다고 한다. 이를 인구 대비 매출액으로 따져보았을 때에는 사실상 미국 다음으로 많이 본 시장이 한국이라는 것이다.
마블 콘텐츠뿐만 아니라 디즈니의 전반적인 콘텐츠에 대해서도 충성심 있는 한국 소비자들이 많다. 국내 극장가의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애니메이션 실사 영화 흥행 순위를 보면, 1244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알라딘’, 미녀와 야수(실사, 514만 명), 인사이드 아웃(497만 명), 주토피아(470만 명), 라이온 킹(실사, 468만 명), 코코(351만 명), 토이스토리 4(339만 명) 등 디즈니 애니메이션들은 한국에서 꾸준한 인기를 자랑한다. 이에 대해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이야기성을 중시하는 한국 관객은 디즈니 작품의 선명한 메시지에 끌린다"고도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런 디즈니 플러스에게도 그만의 걱정과 단점이 있다. 가장 첫 번째 단점은 바로 '부족한 지역별 다양성'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지역별 다양성이란, 각 나라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다양성을 의미한다. 넷플릭스의 예를 들면, 넷플릭스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인기가 많은 드라마나 영화를 많이 수급하여 넷플릭스 플랫폼 자체에서 시청이 가능하도록 한다.
즉, 한국의 소비자들이 꾸준히 디즈니 플러스라는 플랫폼 안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하기 위해서는 디즈니 고유의 콘텐츠들 이외의 한국에서 유명한 콘텐츠들도 함께 볼 수 있는 형태가 되어야 할 필요도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아직 디즈니 플러스가 한국에서 어떠한 형태로 콘텐츠를 확장할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현재 다른 나라에서 하는 방식을 통해서 유추해보았을 때에는 지역별 다양성 측면에서 넷플렉스에 비해 부족한 실정이다.
그들의 또 다른 약점은 바로 '성인을 위한 콘텐츠의 부족'이다. 디즈니의 경우,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들이 대부분 어린이들을 타겟팅한 가족친화형 콘텐츠들이 많고, 20대 이상의 젊은 세대들을 공략할 수 있는 콘텐츠는 부족하다. 상대적으로 과격하거나 자극적인 콘텐츠가 없기 때문에 OTT 플랫폼들을 주로 사용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제대로 어필이 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신, 디즈니는 이러한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STAR"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보다 주제의 다양성이 확보된 성인형 콘텐츠들을 많이 보유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 "STAR" 서비스는 미국의 "Hulu"의 글로벌 버전으로, 각 지역별 오리지널 콘텐츠들과 함께 성인을 대상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 콘텐츠를 담는 서비스이다. 한국의 경우에도 디즈니 플러스와 함께 "STAR" 서비스도 출시가 될 예정이기에 점점 더 넓은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콘텐츠들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위에서 언급한 디즈니 자체적으로 부족한 다양성의 측면을 오히려 한국 시장에서는 기회로 만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바로, 외부 환경 중 기회에 해당되는 '한국 콘텐츠 제작 기업과의 시너지' 부분이다. 실제로 넷플릭스 역시도 '킹덤'과 같은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여 소위 말해 '대박'을 거두었고, 지금도 계속해서 한국 로컬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적지 않은 투자를 하고 있다. 디즈니 역시 그들이 고유하게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들과 더불어 한국 시청자들의 입맛에 맞는 콘텐츠 제작에 힘쓰고 있다.
일례로 디즈니는 넥스트 엔터테인먼트 월드(New)의 자회사 스튜디오앤뉴와 파트너십을 맺고, 스튜디오앤뉴는 향후 5년간 디즈니 플러스에 매년 한 편 이상의 작품을 선보인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단순히 작품 단위의 계약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 시청자들을 포함해 전 세계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콘텐츠 개발에 힘을 쓰고 있다는 점에서 디즈니는 한국 로컬에 맞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를 확장시키려는 노력을 계속해서 이어갈 것임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국내 OTT 시장에서 디즈니 플러스가 가질 수 있는 기회 중 하나는 바로 2021년 상반기 넷플릭스의 신규 가입자 수의 증가 추세가 많이 완화되었다는 점이다. 넷플릭스의 성장 둔화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지만, 많은 국내 이용자들이 넷플릭스의 콘텐츠에 대해서 새로움이나 신선함을 덜 느끼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디즈니 플러스는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되고, OTT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한국 OTT시장의 판도를 바꾸어 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한국에서 넷플릭스 가입자 수의 증가 추세가 많이 완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한국 시장에서 디즈니를 위협할 수 있는 요소들은 많다. 가장 먼저, 바로 한국에 존재하는 다양한 OTT 플랫폼들이다. 한국에서 이미 인기를 누리고 잇는 넷플릭스를 비롯하여, 한국에도 토종 OTT 플랫폼들이 이미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웨이브, 티빙, U+ 모바일 tv, Seezn, 왓챠, 쿠팡 플레이 등 다양한 OTT 플랫폼들이 끊임없이 그들의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사실 디즈니 플러스의 경쟁사들은 OTT 플랫폼들 뿐만 아니라 보다 15분~20분 내외의 숏 콘텐츠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유튜브나 카카오 TV와 같은 플랫폼들도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나 카카오에서 만든 카카오TV의 경우에는 최근 오리지널 콘텐츠의 누적 조회수가 10억 뷰를 돌파했다는 것이 알려져 놀라움을 주었다. 디즈니 플러스가 이미 한국에서 시작한 해외 혹은 토종 OTT 플랫폼들, 그리고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들과 대비해서 더 우위에 설 수 있는 방법들을 반드시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뿐만 아니라 "[디즈니+] 4. 망 사용료가 뭔데?" 편에서 나왔던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사이의 분쟁처럼 디즈니 플러스도 한국에 진출한다면 망 사용료의 문제를 해결해야만 할 것이다. 다만, 넷플릭스와는 달리 디즈니는 이미 간접적으로나마 망 사용료를 내는 방식(CDN사업자)을 통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분쟁이 적을 것이라는 추측이 많다. 실질적으로 다른 나라가 아닌 한국에서 디즈니 플러스를 출시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법적인 이슈, 혹은 그로 인해 추가되는 비용과 같은 경제적인 이슈들도 반드시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디즈니 플러스의 자체적인 강점과 약점, 그리고 외부 시장에서의 기회와 위협 요소들을 살펴보면서 느꼈던 점은 바로 디즈니 플러스는 그 자체적으로 약점을 조금씩 극복할 준비를 하면서 기회를 살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수많은 콘텐츠들을 보유하고 있는 디즈니의 입장에서는 굳이 한국 로컬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고자 하는 생각을 안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고집 없이 로컬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 한국의 콘텐츠 회사에 투자하고 협업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만의 기회를 잡기 위해 이미 계속해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가 있는 디즈니 플러스 이지만 한국 시청자들은 디즈니 플러스에 어떻게 반응할지가 매우 궁금하다. 출시한 지 하루 만에 1,000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했던 디즈니 플러스가 한국에서도 그 비슷한 위력을 가질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그들 나름의 약점을 인지하고 그것을 고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처럼, 앞으로도 약점을 줄이려는 노력을 계속해 나간다면 한국 시장에서도 긍정적인 성과를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참고]
국내외 OTT 서비스의 사용자 경험 연구 (-넷플릭스와 왓챠, 웨이브를 중심으로-), 최혜선·김승인 저술, 2020
https://m.etnews.com/20210507000064
https://www.kobis.or.kr/kobis/business/stat/offc/findFormerBoxOfficeList.do
https://www.sedaily.com/NewsVIew/22L9U3C6IE
http://www.sisajournal-e.com/news/articleView.html?idxno=2271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