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앤디 Dec 14. 2023

돌로미테 알타비아 1-1

비상구 좌석


다리를 쭉 뻗는 소소한 사치를 누리고 있지만 16시간이 넘는 시간을 좁은 의자에 앉아 있으려니 좀이 쑤셨다.

4년 전 인터넷 서핑 중 풍경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기암괴석의 봉우리., 요정이 나타나도 어색하지 않을 풍경. 사람이 개미처럼 보이는 장대한 스케일. 도시에서도 느낄 수 없는 자극을 선사해 줄 곳.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 산맥 동쪽에 위치한 ‘돌로미테’ 사진이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돌로미테는 내게 너무나 머나먼 여행지였다. 트레킹 여행 경험이 없는 나에겐 산장 예약이며 장시간동안 무거운 짐을 지고 길을 찾아다니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기에 그저 꿈속의 여행지였을 뿐이었다.

 같은 꿈을 꾸는 여행자가 많아서일까? 마음에 드는 패키지 상품을 발견했다. 역시 원하는 것을 해결해 주는 사람은 어디엔 가 존재한다. ‘돌로미테 알타비아 1’ 코스는 나의 가슴을 다시 뛰게 만들었다. ‘드디어 내가 돌로미테에 가는구나.’ 기쁨도 잠시, 마음 한편에 ‘12일 동안 자리를 비워도 되나’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나의 기쁨과 시소게임을 시작했다.

‘가고 싶은 마음’이 ‘불편한 마음’에게 말했다.

“20년간 열심히 일했으니 이제는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

“12일 쉰다고 망하지 않아.”

“지금 아니면 체력적으로 언제 장거리 트레킹을 해보겠어.”

이렇게 설득하는 것도 부족했는지 지인들에게 ‘돌로미테 여행’을 가도 될지 계속 확인과 응원을 받으며 내 마음을 굳히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금 이렇게 베니스행 비행기 좌석에 앉아 있다.

작가의 이전글 날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