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나에게 여행은 ‘변신’이다.
일할 땐 ‘전문가’이지만, 여행을 떠나는 순간 ‘초보자’가 된다.
퇴근 후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두리번거리며 함께 트레킹 할 가이드를 찾는 모습.
기내에서 스튜어디스가 영어로 말을 걸어올 때, 미리 귀에 꽂아 둔 형광색 이어 플러그에 목베개까지 하고는 졸린 듯, 안 들리는 척 고개를 끄덕거리며 영어 울렁증을 들키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
‘아! 다음에는 꼭 영어공부를 하고 비행기 타야지’ 매번 결심하는 모습.
경유지인 두바이 공항에서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 가이드가 보이지 않아 갑자기 잠이 확 달아나고 심장이 쿵쾅거리는 모습.
경유지 공항에서는 편히 쉬지 못하고 배회하는 모습.
낯선 곳으로 떠날 때면 늘 그랬던 것처럼 나는 또다시 ‘이방인’ 이자 ‘초보자’가 되는 강렬하고도 기분 좋은 자극으로 여행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