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와야 여행은 마무리가 된다.
마지막 코스인 ‘트레 치메 디 라바레도 트레킹’은 ‘치마 그란데’, ‘치마 피콜로’, ‘치마 오베스트’ 를 중심으로 한 바퀴 도는 원점회귀 산행인데, 처음에는 여러 개의 봉으로 보이다가 로카텔리 산장쯤 가면 완벽한 세 개의 봉으로 보이게 된다.
완벽한 삼봉산의 모습이 보이자 점프샷을 시도해 보았다. 그 결과 이번 여행의 상징적인 사진으로 기록이 되었다. 천 미터 크기의 거대한 암봉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은 마치 지구 밖의 모습으로 보였다.
마무리 트레킹이다 보니 지금껏 걸었던 ‘알타비아 1 코스’ 생각들이 머릿속을 지나갔다.
모두가 등산 스틱을 이용해서 조심스럽게 내려오던 레흐고개의 가파른 내리막길을 한 손에 담배를 들고 피우며 뛰어내려 가던 청년.
토파네 산군뒤로 해가 떠오를 때 펼쳐진 파노라마뷰.
라가주오이 산장에서 본 신선이 나올 것 것만 같은 분위기와 장대한 구름의 향연.
친퀘토리 구경 중에 전기 자극을 맛 보여준 번개.
치베타 북벽을 바라보며 즐긴 라면과 맥주.
우연히 보게 된 산장으로 음료수를 배달해 주는 헬리콥터.
혼자 계획 없이 산에 올라온 우리 남자들이랑 같은 방에 묵게 된 한국 여대생.
멋진 풍경에서 만난 산장에서의 콜라.
매일매일이 삶의 활력소가 되는 자극의 연속인 날이었다.
이런 생각들을 정리하며 이젠 출발지로 회귀하는 길을 걸었다.
되돌아올 때는 아래의 넓은 길을 두고 높게 있는 좁고 비탈진 길을 선택해서 걸었다.
걸을 때는 힘들고 무서운 듯했지만 나중에 보니 우리는 평탄한 길을 선택한 것이었고, 넓은 길은 오르막 내리막이 심한 길이었다. 당장에 눈에 보이는 것과는 다른 결과가 나오는 건 우리의 삶과 같았다.
이번 여행은 내 삶의 자극이 되는 변화를 경험하기 위해 떠난 여행이었다. 다행히 많은 자극들이 나를 흥분시켜주었다. 산에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고 힘든 고개를 올라가면 멋진 풍경이 날 반겨준다. 이렇듯 흥분할 수 있는 자극이 있으면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고요함이 필요하고, 힘들게 목표를 향해 노력을 하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산에서 배우는 것은 ‘내가 억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에 순응을 하며 삶에 흐름에 따라 살아야 인생이 평안하다는 것’이다.” ‘돌로미테의 변덕’처럼 맑다가도 흐리기도 하고, 비바람이 치다가도 햇빛이 쨍쨍 내리쬐기도 한다. 그러면 거기에 맞는 옷을 입는 것으로 우리의 노력은 다 하는 것이다. 그다음은 그냥 흘러가는 대로 따라가는 것이다.
흥분한 정신이 안정이 되어가면 여행에서 집으로 돌아갈 시기가 된 것이다.
돌아올 집이 있어서 여행의 자극은 더욱더 즐겁고, 완전 방전이 되기 전에 집에 돌아오기 때문에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