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름의 비 오는 날이 싫어. 구름이 태양을 가리고, 우산을 써도 발이 젖고, 좋아하는 산책을 나갈 수가 없잖아. 눅눅하고 축축한 그 느낌이 싫어. 더운 여름날에는 불쾌지수만 올라가게 온도도 내려가지 않잖아. 집안에 널어놓은 빨래도 마르지 않아 쾌쾌한 냄새도 나고, 길거리에는 활기가 줄어드는 여름의 비 오는 날이 싫어.
오늘부터 장마가 찾아온대. 나는 매년 찾아오는 장마를 정말 생각도 하기 싫을 만큼 끔찍이 싫어해. 하루, 이틀도 아니고 열흘도 넘게 비가 오는 장마를 싫어해. 그래서 오늘이 다가오지 않기를 기도했어.
그럼에도 오늘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이미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지. 하는 수 없이 우산을 쓰고 나가야 했어. 바람이 불어 신발과 바지가 젖고, 축축한 습도와 후텁지근한 날씨까지 장마가 미웠어. 초록의 여름에 오는 이 장마가 너무 미웠어.
그래서 내가 뭘 생각했는지 알아? 여름의 장마는 너라고 생각하기로 했어. 그냥 날 보고 싶어서 매일매일, 온종일 내 창문을 두드리는 너라고 생각하기로 했어. 그랬더니 장마가 귀여워 보이는 거야. 매년 날 잊지 않고 찾아오는 너 같아서. 올해도 또 찾아왔구나 싶어서.
축축하게 젖은 신발도, 어깨도, 불어오는 바람에 날아갈 것 같은 우산도, 그저 너라고 생각하니까 조금은 덜 밉더라.
생각은 뒤집을 수 있어. 그저 그렇게 생각하기로 마음을 먹는 다면 말이야. 가끔은 어떤 것들은 있는 그대로 보는 것보다 나만의 색안경을 쓰고 보면 더 아름다운 것들이 있거든? 나에게는 장마가 그래. 장마를 너라고 생각하니까 장마가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더라. 너도 싫어하는 게 있다면 색안경을 끼고 바라봐 봐. 그것이 아주 귀여운 무엇인가가 될 수 있다고 상상해 봐. 그럼 그것을 조금은 반길 수 있을 거야.
아니 어쩌면 사랑하게 될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