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민 Feb 07. 2023

도준이 그 마가
순양을 살 수 있었던 이유

나는 앞으로 나를 좀 더 믿어주기로 했다.

<재벌집 막내아들>을 2023년 1월 부지런히 보았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올해 본 드라마 중 최고였다(물론 아직 2월 초 밖에 되진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나와 비슷하게 느꼈는지 최고 시청률 26.9%를 기록했다. 물론 작년 크리스마스에 방영된 마지막 회는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렸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송중기가 맡은 역할인 ‘도준’과 ‘현우’에서 그 차이를 찾을 수 있다. 아무래도 나를 포함한 많은 애청자들은 ‘현우’보다 ‘도준’에게 마음이 기울어있었다.


나도 글을 쓰고 스토리를 기록하는 사람으로 ‘도준’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왜 사람들은 ‘현우’가 아닌 그를 좋아할까? 그건 그가 가졌던 자기 확신에 있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드라마 설정상 미래에 일어날 일들을 그는 알고 있고 분명히 일어날 일들은 꼭 일어났다. 미래를 알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던 당당하고 도발적인 선택들과 집안 어른들을 두려워하지 않으면서도 매번 90도로 인사하는 아주 예의 바른 애티튜드의 막내아들이란 사람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미래를 알 수 있었기 때문에 과감한 투자를 하고, 영화 <타이타닉>을 수입하라고 아버지께 추천하고, 할아버지의 순양까지 살 수 있었던 설정을 제외해도 ‘도준’과 ‘현우’는 자기 확신에서 차이를 보인다. ‘도준’과 다르게 ‘현우’는 오너가의 지시를 질문하지 않고, 거절 않고 판단하지 않는다. 스스로 확신할 거리가 아예 없는 상황에 부닥친 사람이다. 그러니 자기 확신과 함께 자신의 것을 이루어나가는 ‘도준’의 캐릭터는 ‘현우’보다 훨씬 매력적인 것이다.


‘도준’의 모습을 사랑했던 건 어쩌면 결핍에서 오는 개인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 자기가 하는 일에 확신이 있고, 당당하며 흔들림 없는 그의 모습을 보면 현실의 불안하고 걱정 많은 나의 모습과 비교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도준’이라는 캐릭터는 현실의 결핍을 채울 수 있는 자신 있고 당당하게 살고 싶은 욕구를 캐릭터로 시각화인 것이다. 애초에 미래를 알고 재벌집 막내아들로 다시 태어난다는 설정 자체가 사람들이 꿈꾸는 상상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니까(그래도 다시 태어나면 분당 땅을 사야지!). 드라마를 보는 애청자들은 그런 자신의 결핍을, 욕구를 ‘도준’을 통해 느끼며 드라마 속으로 빠져든다. 그러니 결말에 대한 호불호가 그렇게 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도 하루에 몇 번씩 ‘내 선택이 틀리면 어쩌지’ 걱정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이다.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사실 한편으로는 잘 알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뭐든 잘 해결되기 일쑤라는걸 말이다. 나중에 보면 이렇게 잘될 건데 왜 애초에 그렇게 걱정했는지 의문이 들곤 한다. 그럴 거면 자기의 선택을 믿어보는 건 어떨까? 물론 우리가 드라마처럼 지금의 기억을 가지고 과거로 돌아갈 순 없지만, 내 선택이 틀리지 않고 다 잘 될 거라는 마음가짐으로 나를 믿는다면 많은 걱정과 불안을 반전시킬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도준’처럼 90도로 인사하는 예의도 꼭 챙겨야 한다.)


드라마 마지막에 ‘도준’에 대한 참회, ‘현우’에 대한 참회라는 대사가 나온다. 가난한 ‘현우’에서 재벌집 막내아들 ‘도준’으로 이어지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봤을 것이다. 더 이상의 미래는 알 수 없지만 ‘도준’과 ‘현우’는 혹은 그 둘 다인 사람은 자신을 믿고 앞으로를 살아갈 것이라고 느껴졌다. 자신이 재벌집 막내아들이건, 가난한 집 아들이건, 미래를 알 수 있던, 알 수 없던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도준’이 순양을 살 수 있었던 이유는 미래를 알기 때문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믿고 모든 선택을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진양철’ 회장님도 그런 ‘도준’군을 아끼지 않았습니까?).


<재벌집 막내아들>을 보고 나는 앞으로 나를 좀 더 믿어주기로 했다. 지금 걱정하는 것이 있다면 미래의 내가 해결할 것이고, 지금 문제가 일어났다면 지금의 내가 해결할 것이다. 여태껏 내 과거에 많은 문제들이 일어났고 해결되었으며 현재 나는 온전하게 살고 있으니까.


끝.

작가의 이전글 가식적인 웃음과 과도하게 친절한 상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