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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로 Nov 12. 2023

꽃 한 송이 요구를 거절당했다

본격 다른 세계 출발

몇 번째 데이트였다.

저녁에 각자 일을 마치고 만났다.

밥을 먹고 공원을 산책했다.

공원 앞에 꽃집이 보여 나는 해맑게 웃으며 그에게



'저 꽃 한 송이만 사주세요. 꽃 좋아해요.'

'네? 지금요?'

'네! 같이 들어가 봐요.'

'그건 좀 어려울 것 같은데, 나중에 가죠.'

'왜요? 한 송이인데?'

'아니 지금 갑자기 꽃집이라니, 무슨 말이죠?'



데이트 중에 꽃 한 송이 사달라는 게 그렇게 당황스러운 일인가?

많이 비싸봐야 2천 원인데, 그걸 나한테 쓰는 게 아까운가?

오만 생각이 들고, 이 남자는 대체 왜 이런 반응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보통 만났던 남자들은 기분 좋게 한 송이씩 사주고는 했는데,

그동안의 나의 연애 데이터에 이런 반응은 탑재되어있지 않았다.


아까까지만 해도 분위기 좋았던 우리의 데이트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그렇게 우리는 어색하게 그날의 데이트를 마무리했다.


결국 집에 돌아와서 우리는 통화를 하며

서로의 진심을 알게 되었다.



'저는 한 번도 꽃을 사본 적이 없어요. 게다가 저에게 사달라고 이야기한 사람도 없고요.'

'그냥 사줄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꽃을 어떻게 그냥 사죠? 그리고 사달라고 하는 건 무례한 것 아닌가요?'

'네? 제가 다발도 아니고 한 송이인데, 그렇게 무례한 것 같지는 않은데요.'

'저는 오늘 꽃을 사드릴 생각이 없었어요. 너무 갑작스러워서 당황스러웠어요.'

'저는 그쪽 반응이 더 당황스럽네요.'



그는 연애를 하면서 꽃을 사줘 본 적이 없었고,

이렇게 사달라고 당당히 요구하는 여자를 만나본적도 없었고

이렇게 길을 가다가 갑자기 꽃집을 들어가 본 적이 없었다.


아...

나의 송강이

나와는 전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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