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든』의 저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우리에게 전하는 조언이다. 인간에게는 주어진 시간이 한정돼 있고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좋은 책부터 읽으라는 당부이다. 대형서점에 가면 엄청난 양의 책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한 사람이 수천 년을 산다 해도 다 읽지 못할 분량이다. 아무리 많은 책을 읽은 자라 할지라도 그 사람이 읽은 책은 백사장의 모래 한 줌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서를 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은 책에서 얻은 지혜를 자랑하며 우쭐댄다. 다독은 결코 자랑할 일이 아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배움과 생각이라는 양 날개를 펼쳐 자신의 삶과 사회를 포용하는 일이며 온전히 자신의 생활에 적용하는 과정이다. 다양한 책을 읽고 깊은 사색을 통해 진리로 가는 길을 찾아가는 것과 같다. 그러기 위해 지식을 얻는 것과 그것을 숙성하는 시간인 사고의 시간을 거쳐야만 올바른 지혜를 얻고 행동에 옮길 수 있다.
공자가 『논어』에서 말한 ‘학이불사즉망 (學而不思則罔), 사이불학즉태(思而不學則殆)’도 같은 말이다.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고, 생각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는 뜻이다. 책을 통해 지식이 쌓이고 똑똑해지는 것은 이해가 되는데, 책으로 생각하는 것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는 독자가 있다. 대충 생각해서 깨우치라는 뜻인지, 깊게 고민해서 문제를 풀라는 말인지 분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좋은 책은 생각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삶은 늘 같아 보여도 매일 다른 삶을 살아간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시간이 흘러 과거가 되고 있다. 문화는 어떤가. 조상들의 문화가 예스러움과 전통은 가지고 있지만 풍습을 그대로 이어가지는 않는다. 시간이 흐르면 닳고 낡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렇지만 책은 그렇지 않다. 몇백 년이 흘렀더라도 그 안에 담긴 주제는 영원하고 늘 새롭게 독자에게 다가선다. 그것을 읽는다는 것은 축적된 삶의 지혜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기존의 지식이나 감각만으로는 제대로 된 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때 필요한 힘이 생각이다. 독서의 기본이면서 가장 중추적인 활동이다. 생각하지 않으면 좋은 판단을 할 수 없다.
책을 아무리 많이 읽어도 변화가 없는 것은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식은 지혜가 아닌 것처럼 책은 책일 뿐이다. 지식을 가공하여 지혜로 만드는 과정이 생각하기다.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 글도 잘 쓸 것이라고 여겨지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많은 양의 책을 읽었어도 사색을 하지 않으면 좋은 글을 절대로 쓸 수 없다. 그저 이런저런 잡동사니 지식을 모아놓고 공감해 주기를 바라는 글을 쓸 뿐이다. 된장이 숨 쉬는 항아리에서 오랜 시간 서서히 발효되고 숙성되어야 깊은 맛과 향이 살아 있는 것처럼 글도 사색이라는 숙성의 과정을 거쳐야만 글을 잘 쓸 수 있고, 읽은 책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지식을 입력하는 과정이 아니다.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은 독자의 능력으로 발휘되는데 이것은 생각하는 과정을 필히 거쳐야만 한다. 지식이 지혜가 되어 나오고 간접경험이 추체험이 되어 제대로 된 선택을 할 수 있게 돕는다.
책은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독서는 손, 발이 아닌 머리로 하는 일이며, 책 읽는 내내 생각을 하지 않으면 읽을 수 없는 행위이다. 작가와의 질문과 대답이 쉴 틈 없이 이어지는 동안 생각은 지구를 몇 바퀴 돌 정도로 활발하게 움직인다. 생각은 상상의 나래를 펴고 책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끊임없이 확인하고 판단한다. 그래서 좋은 책은 생각하는 힘, 사고력을 키워주는 책이다. 책 속에서 생각의 체험은 그대로 자신의 삶 속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자를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 좋은 책이다.
생각하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다. 아마도 진정으로 생각하려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자동차 왕, 헨리 포드의 말이다. 생각한다는 것은 기존의 지식과 체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다. 기존의 삶을 지배했던 고정관념을 버려야 하고 타성에 의지했던 자신을 버려야 한다. 몸에 배어 익숙한 것들을 버리는 행위에는 고통이 따른다. 생각이 고통스럽다고 인식하는 순간 생각도 멈추고 성장도 멈춘다. 위대한 사람은 생각하는 고통을 잘 견뎌냈기에 가능했다.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은 일 년에 두 번 ‘생각주간’이란 시간을 갖는다. 철저히 고립되어 있는 호숫가 별장에서 회사의 미래와 삶에 대해 생각하는 인고의 시간을 갖는다. 모든 것이 풍족하고 부족할 것 없지만 그는 이 시간을 가장 비중 있게 쓴다. 그런 그가 한 말이 있다.
경쟁자는 두렵지 않다. 다만 경쟁자의 생각이 두려울 뿐이다.
빌 게이츠는 모든 문제의 해결책은 생각에 달려 있음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투자가의 신화가 된 워런 버핏도 “나는 1년에 50주를 생각하는데 쓰고 나머지 2주만 일한다”고 말할 만큼 생각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세계 부호 순위 1, 2위를 엎치락뒤치락하는 그들에게 생각은 부를 만들어주고 더 많은 부를 창출하는 핵심 중의 핵심으로 작용한다.
이처럼 생각은 위대하다. 생각하지 않으면 자신을 바로 볼 수 없고 변화도 생각할 수 없다. 독서에서의 생각은 이런 사고력을 향상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생각하기 위해선 의문을 품고 질문을 끊임없이 주고받아야 한다. 많이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 좋은 책이라면 답을 주는 책보다 의문과 질문을 던져주는 책이 좋은 책이다. 물고기를 잡아주기보다는 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 훨씬 현명한 일이듯이 정답만 제시하는 것이 아닌 방법을 찾도록 생각의 힘을 주는 책이 좋은 책이다. 급변하는 세상이다. 어느 누구도 명확하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떤 것이 인생의 정답이라고 가르치는 것은 교만이자 위선이다. 좋은 책은 단지 스스로 생각을 하게 해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목적에 이르는 길을 안내하거나 동반자 역할을 해주면 된다. 책을 읽고 생각하는 목적은 좋은 결론을 얻는 데 있다.
기억에 의해서가 아니라 사색에 의해서 얻어진 것만이 참된 지식이다.
레프 톨스토이의 말처럼 지식은 생각하기를 통해서만 참된 지식이 되고, 참된 판단은 생각하기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독서는 눈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뇌로 하는 것이다. 책을 읽어나가며 스스로 생각을 키우는 것은 책을 읽는 즐거움이자 깨달음의 원천이다. 독서는 작가의 생각을 알아내고 자신의 생각을 찾아가는 일이다. 이를 알려주는 에밀 파게의 말이 있다.
독자는 생각하기를 즐겨야 한다. 많이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 좋은 책이다. 또한 마크 트웨인의 “당신에게 가장 필요한 책은 가장 많이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라는 명언도 귀에 새길 만하다.
생각하는 인간을 의미하는 ‘호모 사피엔스’라는 인류는 세상의 힘 센 동물들과 극한의 자연환경을 이겨낸 원동력이었다. 생각은 인간만이 가진 힘이다. 생각의 힘을 길러주는 책은 신이 주는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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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망치다
저자 황민규
출판 미디어숲
발매 2018.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