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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것까지 겪어봤다” 직장인 회사 탈출기

[스플X잡플래닛]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다른 모습이다.”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 속 한 문장입니다.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며 널리 회자되기도 했는데요. 이 말을 ‘회사’로 바꿔봐도 의미가 통할 것 같아요. 행복한 회사는 대체로 비슷한 모습이지만, 불행한 회사는 각자의 사연과 이유가 너무나 세세하게 존재하거든요.


사람과 사람이 모이는 회사에서 어찌 마냥 좋을 수만 있겠어요. 하지만 계약 관계로 이뤄진 회사와 나 사이에 서로 지켜야 할 선은 분명히 있습니다. 법에 어긋난 장시간의 근무, 임금 체불, 상식적이지 않은 발언은 회사에 다니는 근본적인 이유마저 무력하게 합니다. 이렇게 비상식적인 노동을 강요하는 회사를 ‘블랙기업’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직장인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가 당연해지지 않을 때, 결국 “여길 떠나야 하나?”라는 고민이 떠오릅니다.


그렇지만 퇴사라는 결정을 하기까지 모두에게 쉽지만은 않을 거예요. 각자가 지켜야 할 생활과 커리어가 있으니까요. 그래서 물어봤습니다. 힘들었던 회사에서 탈출한 직장인들에게 말이죠. 회사에서 어떤 일까지 겪어봤나요? 퇴사를 결정하기까지 어렵진 않았나요? 과연 이들의 대답은 무엇이었을지, 그때의 결정에 후회는 없을지 함께 살펴보시죠.





JP요원 : 다들 힘들게 일했던 회사가 하나 이상씩은 있다고 알고 있어. 어떤 일이 있었던 거야?


월급은주셔야죠 : 월급이 밀리는 상황이었는데 회사에서 아무런 말도 없었어. 그전에도 반나절, 하루씩 밀리긴 했는데 이번엔 2일이 지나도 아무런 공지도 없는 거야. 다른 팀원이 물어봤더니 그제야 전 직원을 소집하시더라. 앞으로 월급이 어떻게 될지 모르고 “미리 말하면 불안해할 줄 알았다"라며 미리 알려주지 않은 것에 대해 변명하셨지. 미리 말하면 불안해할 줄 알았다니 이게 말이 돼? 게다가 그때까지 팀장님께 돈을 빌리면서 사원들 월급을 주고 있었더라… 팀장님이 월급을 받아야 하는 상황인데. 충격받고 말았음.


밤엔자고싶어요 : 비정상적인 업무 시간… 회사에 다니는 1년 5개월 동안 정시 퇴근을 단 하루도 하지 못했어. 게다가 밤 10시에 업무를 받아서 밤새 자료를 만들고 쉬기 위해 다음날 내 연차를 써 봤어… 휴무도 아니고 그냥 연.차. 솔직히 밤 10시에 중요한 업무를 줄 정도로 급하다면 다음날 출근 시간이라도 미뤄줘야 하는 게 아닌가. 이렇게 말하니까 서럽네.


짜릿한퇴사 : 27시간 철야 근무 경험자 여기요... 물론 초과근무 수당은 없음. ‘사람이 27시간 동안 잠을 안 자면 어떻게 되나?’ 이런 실험에 참여한 줄 알았잖아?


퇴사에대본은꼭 : 난 회사가 아이돌과 프로모션을 진행한 적이 있어. 프로모션 첫날 나는 휴무였고 선임이 담당했는데 그날 사고가 터진 거야. 둘째 날부터 민원 전화가 아주 폭주를 한 거지. 대표님은 선임보고 책임지라며 소리 지르고 선임은 끝까지 모르는 체하더라. 회사에서 대응 매뉴얼이 내려왔는데 사건이 터진 이후 매일매일 매뉴얼이 다 달랐고. 선임은 내가 다른 매뉴얼로 전화 응대했다는 이유로 나한테 책임을 묻더라고. 또 회사에서 배상하면 커지니 내 책임으로 110만 원의 개인 배상을 하게 했어. 정말 “내가 왜?”의 연속이었다…


짜릿한퇴사 : 외근 중 직장 선배한테 광화문 한복판에서 욕도 들어봤어. 말없이 자리 비웠다는 게 이유였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난 고작 입사 1개월 차... 24살…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이었고… 그때 그렇게 폭언을 들은 게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나는 거 보면 일종의 트라우마로 남은 거 같아.


가라앉는배탈출성공 : 나는 여성 비율이 높은 회사에 다녔는데 근속연수가 긴 사람들이 많은 편이었어. 회식이 있을 때면 다들 삼삼오오 미리 가서 끝자리를 선점한 뒤 “부장님 옆에는 젊은 친구가 가서 술도 따라 드리고 해야지. 젊고 이쁜 사람이 있으면 더 좋아할 거야”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며 홍해 갈라지듯 가운데는 쏙 비워주더라. 주말마다 애인과 뭐 했는지, 여행 다녀왔으면 어디 가서 뭐 했는지 묻는 상사의 사적인 질문이 난무했고. 상사와 이야기하기 싫어서 서로서로 전화하는 척 각자에게 전화해 주는 사람들도 봤어.





JP요원 : 정말 별별 일이 다 있었네. 아무리 힘든 회사라고 해도 퇴사가 쉬운 결정은 아니잖아. 힘들었던 회사에서 퇴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뭐였어?


짜릿한퇴사 : 난 월급이 일부 밀렸던 게 결정적인 계기였어. 돈 벌러 회사 다니는 건데 말이야. 급여일에 입금 내역을 보니 월급의 20%만 들어와 있더라? 앞뒤 설명이나 공지도 없어서 더 황당했지. 또 다른 회사에서는 상사가 외근 중 음주를 강요하고 술 주정을 부리는 일이 너무 빈번했어. 점심 비즈니스 미팅 자리에 술이 덜 깬 채로 나오는 걸 보고 퇴사를 결정하게 된 거지.


밤엔자고싶어요 : 당연하지 않은 걸 당연하다고 여길 때 퇴사해야겠다고 결심했음. 퇴근 시간 이후에도, 주말에도 업무 지시를 했어. 난 밤낮없이 계속 일을 해야만 했는데 노는 사람 따로, 일하는 사람 따로더라고… 그렇다고 대우를 더 해주는 것도 아니었어.


월급은주셔야죠 : 대표님의 책임감 없는 발언에 회사에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어. 월급이 밀린 상황이 지속되니까 “왜 나를 이해해 주지 않냐"라며 대표가 처음이니 그 어려움을 우리가 이해해야 한다고 말하는 거야. “스타트업은 원래 그런 거다”라면서. 개인적인 감정 호소를 들으려고 회사 다니는 게 아닌데… 신뢰를 이미 잃었고 월급까지 안 주니까 생활도 불안한 거야. 어려운 상황에 대해서 미리 알려만 줬어도 우리가 대비는 했을 텐데. 저런 태도를 보인다는 것에서 이미 애정이라곤 바사삭 사라졌어.


가라앉는배탈출성공 : 난 일하며 가정을 보살피기에 워라밸은 만족스러운 회사였어. 근데 연차가 지날수록 물경력 위험 조짐이 강하게 느껴지더라? 월급뽕을 맞아가며 1년, 2년 시간을 흘려보냈는데 최고의 복지였던 재택근무가 끝난 거야… 물경력은 이미 따놓은 당상 같았고. 업계에서 더 넓은 커리어를 꿈꾸기에도 애매하다고 느꼈어. 자의 반, 타의 반 같지만 ‘이럴 거면 내가 직접 복지를 골라 성장도 할 수 있는 회사로 가자!’는 마음에 이직을 결정했어.


퇴사에대본은꼭 : 개선을 시도하려고 노력해도 회사가 들어주지 않을 때, 그런 상황에서 내가 감당할 역량이 안될 때였어. 그때 내가 정해놓은 기준에 맞는 회사의 공고가 올라오면 퇴사를 결정했던 거 같아.




JP요원 : 퇴사한다고 말하는 게 어렵진 않았어? 회사에서 붙잡거나, 좋지 않게 말하기도 했을 거 같아.


짜릿한퇴사 : 전혀! 마치 그날만을 기다렸던 사람처럼 잘 말했어. 사이다를 드럼통째 콸콸 때려 붓는 느낌.. 너무 짜릿했음…


가라앉는배탈출성공 : 마음먹기가 어려웠을 뿐, 마음을 먹고 나니 세상 편했어! 퇴사한다고 말했을 때 왠지 모를 희열을 맛보는 것 같은 느낌이더라. 특히 습관처럼 ‘그만둬야지’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이 많잖아. 난 아무리 그만두고 싶어도 '진짜 결정됐을 때, 그때 내뱉어야지' 다짐해 왔는데 그 말을 직접 말했을 때의 쾌감이란… "드디어 내가 이 말을 하고야 마는구나!"


밤엔자고싶어요 : 난 어려웠어. 그래도 나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고민을 거듭하다 적절한 타이밍에 했지 뭐.


월급은주셔야죠 : 나는 어렵게 말은 꺼냈는데 퇴사 과정 자체가 힘들었어. 대표님이 붙잡으려고 상담을 한 3번은 한 것 같아. 회사에 돈이 없는 와중에 빌려 받은 투자금을 회사에 남으면 보너스로 주겠다고 회유하기도 하셨어. 근데 이제 알게 됐잖아, 또 월급이 밀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어떤 날은 “너 연차에는 어디 가지도 못한다"라는 식으로 말씀하시더라… 한 사람의 바닥을 본 기분이었어. 그래서 원하는 기업에 보란 듯이 합격하고 퇴사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었지 뭐. 나 역시도 이직 자리를 결정하고 떠나는 게 마음이 편했으니까.


퇴사에대본은꼭 : 나도 어려움을 많이 느끼는 편이라, 말하기 전 대본을 꼭 써ㅋㅋㅋ 대부분은 꼭 붙잡더라. 문제가 있다면 해결해 주겠다, 월급을 올려주겠다, 본사로 들어오라는 말로 설득했어. 퇴사 사유로 이직을 쓰면 곱게 보지 않는 곳이 꽤 있어서 주로 가정사로 말했던 것 같아.





JP요원 : 퇴사를 결정하기 전후로 이직 준비를 하잖아. 이때 무척 힘들었을 것 같아. 순수한 내 의지라기보단 회사 상황이 별로라 떠밀리듯 나가는 마음도 있을 테니까.


짜릿한퇴사 : 직무나 업계 자체에 환멸이 난 상황이었어. 그래서 퇴사하며 직종 전환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거든. '몇 개월만 쉬고 준비하자~'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쉬는 기간이 계속 늘어나는 거야. 아무래도 경력이 없고 중고 신입으로 어딜 들어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 쉽게 생각했는데 뜻대로 이직이 되진 않으니 마음이 무척 불안했던 기억이 있지.


가라앉는배탈출성공 : 나도 물론 쉽지 않았어. 호기로운 결심에는 배포도 필요했는데 매달 통장에 꽂히던 금액을 생각하니 갈수록 사람 마음이 참 약아지더라… ‘여긴 이래서 안 되겠고, 저긴 저래서 안 되겠고…’ 내가 애초에 먹었던 초심과는 달리 돈만 좇고 있다’는 거에 현타가 왔어. 진짜 하고 싶은 것에 대한 고찰도 없이 여기저기 이력서를 넣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는 불현듯 ‘이렇게 경력단절이 되어 버리면 어떡하지’라는 막연한 불안감에 잠도 오지 않았지.


밤엔자고싶어요 : 정말 너~무 어려웠어. 퇴사부터 이직까지 처음 겪는 경험이었거든. 하필 경기가 안 좋아지던 시기라 내 직무는 많은 회사에서 있던 사람도 내보내고 뽑는 자리도 몇 개 없었고. 지금은 다행히 이직해서 회사에 잘 다니고 있어! 결국 내가 다닐 회사는 있더라.


월급은주셔야죠 : 난 고정 지출도 있고 회사에 다니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 이직 자리를 정해놓고 퇴사했어. 회사 상황 때문에 한 결정이었지만 좋은 감정도 다 소모되고 여기서 더 이상 얻을 수 있는 게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괜찮았어. 회사가 월급도 안 주는데 뭘! 그래서 막막한 기분은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아. 어디든 직무만 마음에 든다면 “여기보단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지.





JP요원 : 이제 다들 새로운 직장에 적응해 잘 다니고 있잖아. 지나고 보니 그때의 경험은 어때? 괜히 나왔다 or 통쾌하다 선택한다면?


월급은주셔야죠 : 지금은 잘 나왔다고 생각해. 일이 마음에 들어서 당시에 아쉽기도 했거든.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보니 두려운 마음에 거기에 머물러 있었다면 좋은 회사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을 것 같고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시야가 좁아졌을 것 같아. 첫 회사에서 안 좋은 경험을 한 덕분에 이직할 때 나만의 기준도 생긴 것 같고. 회사의 수익 모델이나 업계에 대한 고민까지 하게 된 거지. 월급이 밀릴 때 개인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회사는 어떻게 해야 상식적인지 알게 된 것도 삶의 지혜를 얻었다고 생각해. '사회생활 만렙'이 된 기분이랄까?


밤엔자고싶어요 : 일이 힘들었지만 같이 일하는 동료들 덕분에 재밌었던 순간이 많아서 아쉽긴 해. 그래도 다시 시간을 되돌릴 순 없잖아? 동료가 좋으면 일이 좀 힘들어도 행복하게 일할 수 있다는 나만의 기준을 얻게 된 것 같아.


퇴사에대본은꼭 : 빈자리에 사람이 구해지지 않거나 계속 바뀌면 통쾌함이 느껴지던걸? “역시 이상한 곳이었어. 나오길 잘했다. 내가 맡은 일이 높은 난이도였고 이만큼이나 일을 열심히 했는데 내 빈자리를 한번 느껴봐”라는 마음이었어!


짜릿한퇴사 : 나도 잘했다고 생각해. 물론 당시엔 새 직장을 구하기 어려울까봐 두렵기도 했지만 이미 벌인 일을 크게 후회하지 않으려고 하거든. 모든 건 지나 보면 의미 있는 선택이고 또 그때의 나는 분명 많은 고뇌를 거쳐서 나를 위하는 선택을 한 걸 테니까! 그걸 존중하고 믿고 앞으로 나아가야지. 그리고 지금 돌이켜봐도 잘못된 선택은 하나도 없었어!


가라앉는배탈출성공 : 복지와 다양한 비즈니스를 경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들, 더 이상의 커리어 성장이 기대되지 않는 상황에서 남았다면 아찔해. 함께 동고동락한 선배들과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던 상황이었거든. 이런 말 미안하지만 10년 뒤의 내 모습이 ‘저 모습’이라면 난 그냥 때려치우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지. 이런 걸 반면교사라고 하나! 퇴사 후엔 흉흉한 칼바람이 분다는 소문까지 듣고 나니 이 또한 정말 미안한 소리지만 더욱 통쾌했다! “나, 가라앉고 있는 배에서 일찍 탈출했네!”






오늘은 직장인들의 끝나지 않는 고민, '퇴사'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사람이 힘들어서, 나 한 명에게 주어진 업무가 너무 많아서 등 다양한 이유로 퇴사를 고민하고 있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퇴사 고민과 함께 따라오는 걱정이 있죠. 바로 이직을 할 수 있을지, 잠깐이라도 쉬고 싶지만 현실적인 생활 때문에 월급을 받아야 한다든지 하는 이유들 때문입니다. 주변 동료들이 퇴사와 관련된 고민 상담을 해올 때마다 늘 해주는 말이 있습니다. "마음먹었을 때 그만두는 것도 용기다"라고요. 퇴사를 하고 이직을 한 동료들의 말을 들어보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는데요. "그래도 어디든 내가 갈 회사는 있더라"입니다. 지금 너무 힘들다면,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 당연한 상황이라면 마음을 굳게 먹고 퇴사 혹은 이직을 결심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회사는 우리 인생의 한 조각일 뿐이니까요. '내가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도 나를 위한 것이 아닐까요?



스파크플러스와 잡플래닛이 전해드리는 K-직장인 공감 콘텐츠, 다음 이야기도 많이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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