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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샐리 Feb 25. 2022

오토바이 아저씨

택시를 타려면 빨간 조끼 사나이를 찾으세요

태국에 살면서 재미있는 점 중에 하나는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해볼 수 있다는 거다. 한국은 버스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서 버스로 여기저기 구석구석 다닐 수 있지만 태국은 그렇지 않다. 태국 방콕에서는 한국처럼 친절하게 버스 번호와 버스 노선이 쓰여 있고, 여러 가지 색깔로 나눠져 있는 시내버스를 볼 수 있지만, 방콕을 제외한 보통 태국 로컬 도시에서는 시내버스 개념이 없다.


썽태우 (Songthaew) 그리고 툭툭 (Tuk-tuk)


시내버스가 없는 대신, 태국 지방 도시에는 태국 로컬 대표 교통수단인 '썽태우(Songthaew)'나 '툭툭(Tuk-tuk)'이 있다. 하지만, 이 썽태우나 툭툭도 '치앙마이, 나콘시탐마랏, 수랏타니, 핫야이' 등과 같은 태국 지방 대도시에서는 여기저기 노선도 많고 자주 다니기 때문에 가려는 목적지 근처에 내릴 수 있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사는 이곳은 한국 사람은 나밖에 없는 태국 로컬 중에 로컬. 나를 한국인이라고 소개하면, 다들 놀라면서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어쩌다가 여기까지 오게 된 거니?'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보내며 나를 쳐다보는 이곳. 나는 여기에서 '오토바이 택시'를 타고 다닌다.


오토바이 택시를 이용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빨간 조끼를 입은 아저씨를 찾으면 된다. 딱히 택시 정류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길을 걷다 보면 빨간 조끼를 입은 아저씨들이 2-3명씩 모여 있는데, 그곳에 가서 가려는 목적지를 말하고, (빠이 00카) 가격을 먼저 물어본다. (타올라이카?) 기본요금은 20바트이고 거리가 멀어질수록 가격은 올라가는데 흥정이 필요하다면 흥정에 도전해볼 수도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토바이 아저씨 뒤에 내 몸을 맡기고 신나게 달리면 된다.




나는 시내에 살고 있어서 웬만한 편의시설은 걸어서 다닐 수 있기에 평소에는 잘 걸어 다닌다. 하지만 멀리 떨어져 있는 대형 마트나 분위기가 좋고 조용한 카페에 가고 싶을 때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갈까? 말까? 거기까지 가는 썽태우나 툭툭은 없고, 결국 나는 오토바이 택시를 타야 하는데, 가는 데에는 문제가 없지만 올 때가 문제다. 내가 간 목적지는 시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가는 것까지는 성공하더라도 올 때는 오토바이 택시 아저씨들이 근처에 상주해 있지 않기 때문에 오토바이 택시를 이용할 방법이 없다.


어느 날, 집에만 있는 생활이 너무 답답한 나머지 나는 방탈출을 결심했다. 한국에서는 카페에 가서 책을 읽거나 공부하는 걸 즐겼던 나지만, 여기에서는 공부하기에 적당한 카페를 근처에서 찾기가 어렵다. 사람이 적고, 공간이 넓으며, 조용한 분위기의 'Cera Garden'이라는 카페는 시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차가 있는 태국인 친구와 약속이 있을 때 친구의 차를 타고 같이 가곤 했었지만, 혼자 가려니 생각해봐야 할 게 많아졌다. 구글맵을 켜서 거리를 확인해보니, 걸어서는 50분 거리, 오토바이로는 15분이 걸리는 거리.


조끼를 입은 오토바이 택시 아저씨들


항상 내가 걸어 다닐 때마다 눈인사를 주고받곤 했던 오토바이 아저씨가 한 분 계신다. 내 태국어가 형편없기 때문에 제대로 대화를 해 본 적은 없지만, 항상 미소 띤 얼굴로 내게 인사를 건네주셨기에 이 날은 수많은 택시 아저씨들 중에서 이 아저씨의 오토바이 택시를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내 짧은 태국어, 파파고 번역기, 바디랭귀지를 사용하여 아저씨에게 '여기에 가려고 하는데, 나중에 5시쯤 전화를 할 테니 그때 데리러 와주실 수 있나요?'라는 의사를 전달하였고, 아저씨의 번호를 내 휴대폰에 저장했다. 오토바이 뒷좌석에 내 엉덩이를 붙이고, 두 손은 내 바로 뒤에 손잡이를 꽉 잡았다. 바람을 가르며 시내를 벗어나 걸어 다니는 사람이 없는 시내 밖으로 점점 멀어졌다. 사람 대신 내 눈에 보이는 건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들, 닭들, 그리고 들개들!


휴대폰에 '오토바이 아저씨'라고 저장되어 있는 빨간 조끼 아저씨는 나의 답답한 태국어도 참고 기다려 주셨다. 그리고 아직도 지나갈 때마다 눈인사를 하곤 하는데, 별다른 대화를 하지 않아도 따뜻함이 느껴지는 그런 사람 중에 하나로 기억될 것 같다. 빨간 조끼 아저씨들 덕분에 내 태국 생활은 꽤 할만한 것이 되었다.


오토바이 아저씨의 도움으로 도착한 내가 좋아하는 카페 Cera Gar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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