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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샐리 Feb 28. 2022

태국은 동성애자들의 천국

평범한 사람들 속 조금 다른 평범한 사람들

지금은 익숙해졌지만 태국에 처음 왔을 때 가장 놀랐던 것 중에 하나는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다양한 성소수자들의 모습이다. 태국은 동성애에 대해서 굉장히 개방적이다. 이곳에서는 레즈, 게이, 톰보이, 레이디 보이, 트랜스젠더 등 다양한 성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은 전혀 차별받지 않고 어디서나 그 모습을 당당하게 드러낸다. 태국에서 이들은 성'소수자(minority)'라고 불리는 게 적당하지 않아 보인다. 내가 보기엔 태국에서 LGBTQ는 여성, 남성, 노인, 어린이 등 다양한 사회적 그룹들 중 한 그룹으로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내가 일하는 직장에서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게이, 레즈비언 동료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사무실을 둘러보더라도, 나는 20명 남짓한 사람들 중에서 게이 동료 4명, 톰보이 레즈비언 동료 1명, 트랜스젠더 1명과 같이 일하고 있다. 사무실에서 잡담을 하다가 자연스럽게 여느 커플들과 다름없이 자신의 남자 친구, 여자 친구 이야기를 꺼내기도 하고, 퇴근 후 함께 맥주를 마시며 남자 친구와 싸우고 헤어졌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그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같은 성을 가진 사람일 뿐, 여느 사람들과는 다름없는 연애와 이별을 한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 중에서도 게이 또는 레즈비언 학생들이 있다. 학생들은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서로 잘 어울려 지낸다. 오히려 게이 학생들은 인기가 많고 활발해서 친구들이 많은 편이다. 보통 일반적인 남학생들보다 감수성이 풍부하고, 재미있으며 활발한 편이라서 항상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다니며 밝은 에너지를 발산한다. 사회적으로도 동성애는 포용되며, 학교에서든, 직장에서든 전혀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다른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도 유독 태국에 이렇게 동성애자들이 많을까? 궁금해서 인터넷 서핑도 해보고, 태국인 친구들에게도 물어보고, 스스로 추측도 해보았다. 태국에 다른 아시아 나라와 비교했을  눈에 띄게 동성애자의 수가 많은  사실이지만 역사적으로나 과학적으로  원인이 분명하게 밝혀진 바는 없다. 역사적으로  원인을 추측한 것에 의하면, 과거 태국은 미얀마와 전쟁을 많이 치러왔는데, 남자들은 전쟁에 나가 싸워야 했기에 부모님들이 아들을 딸처럼 분장시키거나 키워서 아이들이 여성적으로 자라왔다는 의견이 있다. 그리고 과거 베트남 전쟁  태국에 주둔했던 미군을 대상으로  성산업에서 돈을 많이 버는 여자들이 많았기 때문에 남자들도 돈을 벌기 위해 여장을 하거나 수술을 해서 성을 팔아 돈을 벌어서 그로 인해 동성애가 많아졌다는 의견도 있다. 태국 국민의 95% 불교를 믿고 태국은 전통적으로 불교문화가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사회이기 때문에 불교적인 시각에서 동성애자들은 과거의 업보가 현생까지 이어진 것이며, 그것에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한국에서는 ' 정체성' 대해 별다른 생각 없이 살았다.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동성애에 대한 혐오의 시선과 폐쇄적인 분위기가 남아 있기 때문에 한국의 '소수자'들은 다수의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살아간다. 한국에서는 남자는 여자를 좋아하고, 여자는 남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당연한 팩트로 받아들여진다. 밸런타인데이, 화이트 데이, 크리스마스  커플들을 위한 날이면 길거리 곳곳에서 쏟아져 나오는 커플들의 모습은 항상 비슷하다. 태국의 송크란 축제 (태국의 가장  축제) 기간에는 한국에서 몰려오는 동성애 여행객들이 많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본인의 모습을 자유롭게 드러낼 공간이 없기 때문에 '자유의 나라' 태국에서 숨통이 트인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즐겁게 축제를 즐긴다.


태국의 송크란 축제 (Songkran Festival)


한국에 있을 때는 동성애에 대해서 별 관심이 없었다. 어딜 가더라도 그들의 존재는 쉽게 볼 수 없었기 때문에 한국 사회가 정한 당연한 사회적 프레임 속에서 나 또한 무의식 속에서 남녀 관계만이 온전한 사랑의 형태라고 여기며 살았다. 태국에 살면서 나도 동성애를 바라보는 시각이 넓어진 것 같다. 내가 만난 게이, 레즈비언, 톰보이, 레이디 보이 태국 친구들은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같은 동성이거나 남자 또는 여자처럼 꾸미는 게 본인의 취향일 뿐이다. 본인이 선택한 삶이고 본인이 사랑하고 싶은 사람은 스스로 결정할 수 있기에 누군가가 나서서 옳고 그름을 따질 권리는 없다. 태국의 국호는 '쁘라텟타이'인데, 여기에서 '쁘라텟'은 '나라'이고 '타이'는 '자유'라는 뜻을 갖고 있다고 한다. 나는 '자유의 나라' 태국에서 살면서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랑의 관계에 대해서,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할 수 있는 자유에 대해서 그런 모습을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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