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펌프] 집을 보면 꿈이 커지고 집을 사면 확신이 생긴다.
핑계일 수도 있지만 어느 누구도 제가 집을 사기 위해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 어떤 방법이 있는지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흙수저로 태어난 제가 집을 산다는 것은 일생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아시겠지만 너무 큰 벽을 마주하게 되면 넘어보겠다는 의욕을 상실하게 됩니다. 포기하게 되죠.
제가 그랬습니다. 20대 시절 집을 산다는 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통장에 100만 원도 없는데 어떻게 몇 억 씩하는 집을 살 수 있는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결혼하고도 한참을 저는 그런 생각으로 한계를 긋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34평 새 아파트를 장만했고 더 넓고 더 깨끗하고 좋은 환경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왜 돈이 없어서도 집을 보러 다녀야 하는지 제 이야기를 들려드리며 설명해 드리려 합니다. 저보다 훨씬 똑똑한 분들은 이미 이 글을 볼 필요가 없을 겁니다. 아직 집이 없거나 집사는 것을 포기하고 계셨던 분들은 꼭 보시기 바랍니다.
집이 없는 분이라면 글이 길더라도 꼭 보셔야합니다.
저는 35살에 쫄딱망하고 통장 잔고 0원이었습니다. 이혼을 전제로 별거까지 했으니 인생 밑바닥이었습니다. 마음을 다시 잡고 와이프와 합쳤습니다. 조금씩 회복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집을 구입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실제로 그 시기에는 집을 산다는 생각조차 못 했습니다.
저희는 운 좋게 LH 임대주택에 저렴한 보증금으로 적은 월세를 내며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나 38살인가 39살쯤에 갑자기 와이프가 집을 사고 싶다는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당장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저는 그럼 일단 가서 집을 봐야 한다고 하고 부동산으로 향했습니다. 말뿐이었던 와이프 말에 제가 왜 부동산까지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집을 살 형편은 절대 아니었습니다. 단지 총각시절 자취를 오래 해서 집을 구하러 많이 다녀봤었기 때문에 집은 일단 가서 봐야 정확하다는 생각만 있었습니다.
집 근처에 아이 학교를 고려해서 두 군데 정도 집을 봤습니다. 25평 정도였고 대 3억초반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부동산 사장님이 대출은 얼마나 계획하고 있는지 운용자금은 얼마나 있는지 묻는데 저희는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우습게 보일까 봐 지금 다른 곳에 묶여있는데 정리할 계획이라고만 둘러댔는데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사실 운용자금은 단 50만 원도 없었습니다. 그땐 LTV 한도 때문에 대출도 40%밖에 나오지 않았고 나머지 70% 금액을 충당해야 했는데 엄두도 내지 못할 금액이었습니다. 도저히 살 수 없다는 것을 실감했던 날이었습니다. 저희 부부는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서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소주를 2병이나 마시고 잠들었고 와이프는 바로 방으로 가서 하루를 마쳤습니다.
한번 실패하긴 했지만 어쩜 이렇게 조금의 가능성도 없는지 피부로 깨달은 날이었습니다. 저도 와이프도 열심히 직장 다니며 성실하게 살았기 때문에 서로 원망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비참한 현실을 빨리 잊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 우리 처지에 무슨 집이야. LH 당첨된 걸로 만족하자 > 스스로를 달래며 1년이 지났습니다. 한가한 어느 날 1년 전 봤던 아파트가 궁금해졌고 네이버 부동산으로 찾아습니다.
이런! 그새 몇 천이나 올라 있었습니다. 더욱 망막해졌습니다.
일 년을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몇 천을 모을 수가 없는데 아파트는 살같이 도망가고 있었습니다. 아이는 초등학교 1학년이었고 곧 있으면 친구들끼리 너네는 어떤 아파트 사냐고 물어 볼테고 몇 평이냐고 물어볼 텐데 아들을 위해서라도 어떤 조치가 필요했습니다.
저는 유투브를 찾았습니다. 집을 사는 여러 방법을 모두 찾아고 가장 현실적인 방법을 찾았습니다. 바로 청약입니다. 그런데 청약이라고 뭐 쉽게 당첨되는 것도 아니고 당첨이 도 계약금조차 없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와이프와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결혼 10년 만에 처음으로 서로 의견을 일치시킨 감격적인 날입니다.
< 우리 연봉은 아파트값을 쫓아가지 못한다. >
< 집값이 가장 쌀 때는 지금이다. 우리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서 집을 사야 한다! >
와이프도 방법을 몰라서 난감해 했지만 집을 사야하는 이유에는 적극 동참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청약을 신청하고 <생애 최초>전형으로 당첨되었습니다.
올해 4월에 입주했고 지금은 옛날과는 전혀 다른 곳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과정이 궁금하신 분이 계시다면 다음에 더 자세히 올리겠습니다.
중요한 건 돈이 없었지만 집을 보러 갔던 그날부터 모든 것이 시작됐다는 겁니다. 집을 보러 갔고 집값을 알았고 현실을 직시했습니다. 그리고 내 연봉으로 집값을 따라갈 수 없다는 현실을 1년의 시간을 보내며 확인했고 결정하게 된 것입니다. 어찌 보면 우연일 수도 있습니다. 왜 갑자기 돈도 없는 놈이 집을 보러 갔는지 어떤 용기로 도전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단 하나 확신하는 것은 저는 항상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고자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모든 면에서 말이죠. 그런 점에서 집이라는 거대한 과제도 그런 영향에 따라 적당한 시기에 우연히 찾아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긍정적인 마인드는 언제나 긍정적인 기회를 가져다준다는 것을 절대적으로 믿고 경험한 사례입니다.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서 예전의 저처럼 당장 돈이 없다고 주위의 집값이 얼마인지 관심도 없이 살지는 말아야 합니다. 제가 조금 더 일찍 마음을 먹었다면 어땠을까 종종 후회되기도 했습니다.
집은 준비가 됐을 때 사면 됩니다. 대신 지금 할 수 있는 준비를 하면 됩니다. 종잣돈을 조금씩 모으고 감당 가능한 아파트를 찾아보고 청약 조건에 유리하게 준비하는 것이 이에 해당합니다.
실제로 청약에 당첨되고 잔금 마련을 위해 저희는 와이프 급여로 만 생활하고 제 급여는 모두 저금했습니다. 일주일에 2~3번 먹던 치킨을 한 달에 한 번 먹을까 말까 했습니다. 아들은 우리 집이 가난하다며 칭얼거린 적도 있었지만 집을 사기 위해 노력하는 거라고 잘 달랬습니다. 그러니 몇 개월이 안돼 1000만원이 모아졌습니다. 진작에 이렇게 했다면 됐을 텐데 왜 하지 않았는지 후회했습니다.
이룰 수 없는 목표를 둘러보고 상처받을까 겁나시나요? 그럼 상처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감당해 내야 합니다. 그 방법이 힘들긴 하지만 스스로의 인생을 책임지며 주도적으로 사는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처음 집을 보고 와서 소주를 2병이나 마셨던 것처럼 아파하고 각성해야 합니다. 상처는 돈이 들지 않습니다. 시간도 충분합니다.
저는 가난해서 가질 수 없는 많은 것들에 상처받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하나씩 하나씩 이루고 있습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만 하지 마시고 하고 싶은 것을 떠올리고 방법을 찾아보길 바랍니다. 분명 길이 있습니다. 저는 내 집장만이라는 커다란 과업을 달성하며 몸소 느꼈습니다. 반드시 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집을 보기 시작하면 꿈이 커집니다. 집을 사고 나면 꿈이 더 커지고 이룰 수 있다는 확신이 생깁니다. 당장 돈이 없어도 부동산을 기웃거리길 바랍니다. 관심 지역에 청약 공고가 뜨면 카톡이 오게 설정해두고 자주 들여다보시기 바랍니다. 서울 아파트를 못하면 인천이나 경기에 사놓으면 됩니다. 해답이 서울에만 있는 건 아닙니다.
저의 경험이 집장만은 꿈도 못 꾸던 누군가에게 현실적인 희망이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이상 <실패연구센터> 머니펌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