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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의진 Feb 23. 2022

경기장을 뛰쳐나온 인문학

스포츠문화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이해하기 

3~4년 전 우리 사회 전반에 인문학 열풍이 불었었다. 이 책은 그런 맥락에서 나온 책이 아닌가 생각한다. 직접 읽어보니 예상대로 스포츠와 우리 사회의 다양한 부분들을 연계하여 인문학적 시각으로 풀어내고 있었다. 직업적으로는 스포츠의 교육적 가치에 관심이 있지만, 스포츠는 스포츠 그 자체로서의 매력으로 즐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스포츠를 하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이유는 없다. 경제적 가치가 있어서도 아니고 멋있게 보이고 싶어서도 아니다. 단지, 달리기가 하고 싶고, 축구가 하고 싶고, 배드민턴이 하고 싶은 것이다. 책의 맥락과는 관계 없는 이야기지만, 스포츠를 지속적으로 직접 참여하여 즐기기 위해서는 실천적 측면의 즐거움에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책을 읽은 이유도 그렇고 내가 하고 있는 일의 가치를 찾는 일도 그렇고, 스포츠의 문화적 해석 역시 중요한 일이라는 저자의 기본적 방향에는 공감하며 이 책을 읽어냈다.




예측 불가능 : 새롭고, 새롭고, 또 새롭다!


1. 사회적 자본: 이미 정해져 있다면 그것은 불의다.


미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는 프로레슬링은 '스포츠 엔터테인먼트(Sports Entertainment)'를 표방한다. 가장 인기있는 프로레슬링 단체 'WWE(World Wrestling Entertainment)'의 이름에 엔터테인먼트가 공식적으로 들어있으며, 미국에서 프로레슬링은 '쇼(Show)'로 인정받고 있는 분위기다. 이러한 인기의 비결은 스토리에 있는데, 경기와 경기의 사이에 마치 드라마처럼 선수(캐릭터) 간의 관계와 갈등이 펼쳐지고 경기에서 이것을 풀어내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계속된다. 이러한 이야기는 당연히 각본이 있으며, 선수들은 재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고난이도의 기술을 연습하고 배우처럼 캐릭터를 연기한다. 사람들은 TV 드라마를 시청하는 것처럼, 프로레슬링 선수들간의 서사를 함께 이야기하며 경기 중 펼쳐지는 멋진 진짜 기술을 있는 그대로 즐기고 있다. 하지만, 프로레슬링의 사례는 대중과 경기단체, 선수들 모두가 이러한 특성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즐기기 때문에 가능한 스포츠 문화의 변형적 콘텐츠 사례다. 스포츠는 경쟁을 본질로 하며, 스포츠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가장 큰 이유 역시 승부의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점에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포츠 경기에서 승부를 미리 정해놓고, 정해진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경기 내용을 왜곡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리는 이러한 행위를 '승부조작'이라고 부르며, 스포츠의 본질을 훼손하는 행위로 경계하고, 승부조작에 가담한 사람들을 비난하며, 법률로서도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스포츠에서 승부조작이 확인되면, 사람들은 해당 선수뿐만 아니라 해당 스포츠 자체를 외면하게 된다. 경기와 선수에 관심을 가지고 경기를 즐기는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공정한 경쟁'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우리 사회에서 승부조작은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우리 사회를 받치고 있는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는 스포츠 현장에서도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2. 귀인 이론 : 저주 덕분에 더 재미있는 월드시리즈


2016년 메이저리그 월드 시리즈(미국 프로야구 결승전)에서 만난 시카고 컵스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는 각각 '염소의 저주'와 '와후 추장의 저주'라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팀이었다. 너무나도 오랜 기간 동안 우승을 하지 못하던 두 팀이 만난 결승전은, 둘 중의 한 팀은 그 저주를 깨고 마침내 우승을 하게 되는 이야기로 끝나게 되는 흥미로운 대결이었다. 스포츠 현장에서 어느 팀에나 있을법한 '~의 저주'라고 불리는 이야기들이 만들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은 패배의 이유를 경기력 그 자체보다는 의도하지 않았던 외부의 영향에서 찾고자 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만들어낸 것이다. 자신들의 부족함을 탓하기보다는 외부의 요인에 책임을 돌리는 팬들의 심리는, 미디어에서 원하는 스포츠 경기의 흥행을 위한 스토리텔링으로 극대화된 측면이 있다.



3. 제비뽑기의 사회적 의미


크리켓은 특이한 경기규정을 가지고 있다. 경기 당일에 비가 오면 경기를 연기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동전 던지기로 승패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것은 권위있는 국제경기에서도 마찬가지로 예외가 없다. 축구 경기에서도 월드컵, 올림픽 등의 단기 토너먼트 경기대회에서는 승점, 득실, 승자승, 다득점 등의 모든 지표로도 판단이 어려운 상황에서 동전던지기로 순위를 가르기도 한다. 축구 경기를 시작하기 전 양 팀의 주장 선수가 모여 경기 진영과 선공을 결정하는 동전던지기를 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스포츠 현장에서는 의외로 경기의 승부를 운에 맡기는 행위가 용인되기도 하는 것이다.



4. 시뮬레이션


축구 경기에서는 주심을 속이기 위해 파울을 당한 모습을 연기하는 '시뮬레이션'을 하는 선수에게 경고를 준다. 공정하지 못한 행위로 스포츠 경기를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선수들의 연기력이 점점 발전하면서 심판이 속아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지게 되었다. 브라질의 슈퍼스타 네이마르는 실제로 가장 많은 파울을 당하는 선수이기도 하지만, 가장 많은 시뮬레이션 동작으로 지적을 받는 대표적인 선수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축구 경기에서는 선수의 비신사적인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을 받는 팀과 선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반대로 심판의 판정 실수로 인하여 불이익을 받는 팀과 선수가 없도록 비디오 판독(VAR) 시스템을 도입하여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5. 계층 이동


엄청난 돈으로 움직이는 잉글랜드 프로축구리그 '프리미어리그'에서 2015-2016 시즌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났다. 2부 리그에서 1부 리그로 승격한지 2년 밖에 안 되는 레스터 시티 팀이 리그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레스터 시티가 이른바 빅클럽이라고 불리는 수 많은 팀들과 경쟁하여 우승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슈퍼스타 한 명 없이(물론, 지금은 그들 중 상당 수가 슈퍼스타가 되었지만) 우승을 차지한 그들의 이야기는 한 편의 동화처럼 많은 사람들의 감동을 주었다. 경제적으로 구분되는 무형의 계층이 고착화된 사회에서, 레스터 시티의 이야기는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의 사례로 받아들여졌다. 




규칙 : 공정함이 생명이다!


1. 핸디캡과 공정한 경쟁


배구 경기는 어택라인을 기준으로 네트에 가까운 쪽에 3명, 네트에서 먼 쪽에 3명이 위치해야 하는 규칙이 있다. 그리고, 이 위치는 서브를 어느 팀이 하느냐가 바뀔 때마다 시계방향으로 한 칸씩 이동해야 한다. 이 규칙을 바로 '로테이션(Rotation)'이라고 한다. 이 규칙은, 배구 경기에서 키가 큰 선수가 경기 내내 네트 앞에 서 있을 경우에 경기의 내용이 왜곡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생겨난 규칙이다. 로테이션 규칙 덕분에 키가 큰 선수도 경기 중 절반은 네트에서 먼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고, 반대로 키가 작은 선수가 네트 앞에 위치하는 일도 있기 때문에 배구 경기는 더욱 역동적으로 진행된다. 농구 경기 역시 골대에서 가장 가까운 구역, 이른바 '페인트 존' 안에 3초 이상 머무르는 것을 금지하는 규칙이 있다. 키가 큰 선수들이 골 밑에 모여서 경기내용과 결과를 한 방향으로 만들어내는 것을 예방하는 것이다. 농구 경기 역시 '3초 룰' 덕분에 더욱 역동적이고 재미있는 경기가 가능해졌다. 저자는 스포츠의 이러한 측면들을 우리 사회의 공정한 경쟁을 위한 각종 핸디캡과 같은 장치들의 타당성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2. 인재 등용


세계적인 라이벌 축구팀 FC 바르셀로나와 레알마드리드는 비슷한 듯하면서도 팀 운영 철학에서 조금은 차이가 있다. FC 바르셀로나는 '칸테라(cantera)'로 표현되는 유소년 선수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서 리오넬 메시와 같은 세계적인 선수들을 길러내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으며, 레알 마드리드는 원석을 다듬는 것이 아닌 이미 잘 다듬어진 보석을 엄선하여 모으는 방식으로 팀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두 팀의 방식은 다르지만, 결과적으로는 두 팀 모두 훌륭한 인재들이 모여있다는 점에서는 성공적이라고 평가받는다. 


프로 스포츠의 세계에서는 종목과 관계없이 크게 두 가지 방식의 인재등용 시스템이 활용되고 있다. 첫째, 드래프트(Draft) 방식으로, 각 팀별 과거 경기 성적의 역순으로 드래프트에 참가한 선수들을 선발할 권한을 부여받는다. 특정 팀에 계속적으로 우수한 선수들이 모여서 경기력이 편중되는 현상을 예방하기 위하여 활용되는 방법이다. 둘째, 트라이아웃(Tryout) 방식으로, 수 차례의 연습 경기를 통해서 선수의 역량을 확인하고 선수 영입을 결정하는 제도다. 공개 입단 테스트 방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 매우 공정한 인재 등용 방식으로 받아들여진다. 저자는 언급하지 않는 부분이지만, 인기있는 일부 스포츠의 경우를 제외한 대부분의 스포츠 현장에서는 자유 계약 방식으로 선수를 선발하고 있다. 팀과 선수의 협의에 의해 팀이 결정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문스포츠 분야의 문화적 특수성으로 인하여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이 자리잡은 스포츠 종목이 많지 않아 아쉬운 상황이다. 저자는 스포츠에서 선수를 선발하고 기용하는 사례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 곳곳에서 보다 타당한 인재 등용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3. 법률 제정 : 영원한 규칙은 없다


축구 경기에서 '스로인(Throw-in)' 규칙은 동작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발로 공을 차야 하는 축구의 본질과는 관련성이 적은 스로인 동작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감소시킴으로써 축구 경기의 가치를 지켜내기 위함이다. 대부분의 스포츠에서는 이렇게 공정한 경기를 위해서 규칙을 조금씩 개선해 나가고 있다. 저자는 공정한 경쟁을 위해 스포츠가 유기체처럼 유연하게 변화하는 모습을 통해,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하며 경직되어 있는 우리 사회의 사법체계 역시 변화했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4. 유무상생 : 상극에서 조화로 가는 길


장애인 올림픽에서는 시각장애인 경기에서 이들의 경기를 돕는 가이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시각 장애인이 스키를 탈 때, 함께 이동하며 코스를 안내하며 안전한 경기를 돕는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조화를 이루어 스포츠 경기에 참여하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 저자는 앞면과 뒷면의 구분이 없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상극처럼 보이는 대상도 조화를 이룰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장애인 올림픽 '패럴림픽'이 '동등한(parallel)'의 가치를 지향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5. 희생의 선택권


야구는 '희생(sacrifice)'이라는 단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유일한 종목이다. 희생번트, 희생플라이 등의 이타적인 행위를 통해서 팀의 승리에 기여할 수 있는 스포츠가 바로 야구다. 저자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남자 매스스타트 경기에서 선배 이승훈 선수를 위해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수행한 정재원 선수의 사례에 주목한다. 정재원 선수가 자발적으로 희생을 한 것이라면 아름다운 팀워크지만, 타인에 의해 강요된 것이라면 이것은 희생된 것으로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승훈 선수가 정재원 선수에게 고맙다고 했던 말이 진심이기를 기대하며, 우리 사회가 집단의 이익을 위해 누군가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있지 않은지 반성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데이터 : 숫자와 데이터가 말하는 진실


1. 소수(素數)


스포츠 문화 속에서는 선수들이 자신의 번호를 고유번호로 인식하고 애착을 갖는다. 23번은 영원한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의 등번호로 기억되는데, 르브론 제임스라는 또 하나의 슈퍼스타 역시 신인 때부터 23번을 사용하며 마이클 조던에게 다가가기 위하여 노력했다. 이렇게 전설적인 선수들의 등번호는 그 선수가 소속되었던 팀에서 영구적인 결번으로 지정되어 그 선수를 기억하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메이저리그 최초의 흑인 야구선수 재키 로빈슨의 등번호 42번은 팀을 넘어 메이저리그 모든 팀의 영구결번이기도 하다. 저자는 전설적인 선수들의 등번호가 더 이상 분해되지 않는 '소수(素數)'가 많다는 것에 관심을 가진다. 소수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수학적 사고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였다.


2. 스몰 데이터


야구 경기에서는 타자의 타구방향 기록 분포에 근거하여 수비 선수의 위치를 이동하는 '시프트(shift)' 작전이 일반적이다. 기록이 쌓이고 쌓여 빅데이터가 되었다면 수비 시프트의 타당성과 성공률은 더욱 올라가기 마련이다. 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시프트 수비를 경험했던 테드 윌리엄스는 극단적인 당겨치기 타자였지만, 수비 시프트를 극복하기 위해 때로는 무거운 배트를 들고 밀어치기를 시도하는 방식으로 이를 극복했다. 저자는 빅데이터에 기반한 작전이 성공확률은 높여줄 수 있지만, 때때로 발생하는 돌발적인 상황과 선수들이 보여주는 창의적인 플레이의 가치를 이야기하였다. 빅데이터에 맞서는 스몰 데이터의 힘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3. 순간의 인문학


스포츠는 1초가 짧은 시간이 아니며, 1,000분의 1초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세계다. 스포츠 경기에서는 아무리 짧은 시간이라도 아주 큰 가치를 지닌다. 이 짧은 시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가에 따라 경기의 결과가 완전히 뒤바뀌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를 통해 시간의 가치를 돌아보고 있었다.



4. 자아실현의 경향성과 리더십


모든 스포츠에서는 선수의 역량을 바탕으로 하는 자율성 부여가 효과적인지, 감독을 중심으로 하는 관리가 효과적인지가 끝없는 논쟁거리다. 어떤 시기에는 자율적인 분위기로 성공하는 팀이 있는 반면에, 어떤 시기에는 체계적인 관리로 성공하는 팀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더 좋은가에 정답은 없다. 하지만, 저자는 세계적으로 성공한 스포츠 선수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극대화히기 위해 자율 의지를 바탕으로 자아실현을 위해 노력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고 말한다. 자아실현의 경향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5. 평균 회귀


우리나라 프로야구 KBO 리그에서는 매년 한 명씩 신인왕 상을 받는 선수들이 나타난다. 그런데, 신인왕이 된 선수들 중 상당 수는 신인왕 수상 다음 시즌부터 존재감을 상실하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2년차 징크스 또는 '소포모어 징크스(sophomore jinx)'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에는 과도한 관심으로 인한 스트레스, 탈진, 상대하는 선수들의 집중 연구, 심리적 안일함 등 다양한 이유가 있다. 통계학적으로 살펴보면 이는 '평균으로 회귀하는 현상'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단체 스포츠의 경우 개인적인 역량에 바탕을 둔 개인종목과는 다르게 운과 같은 다양한 요인이 융합되어 경기의 결과가 결정되기 때문에 소포모어 징크스가 더 많이 일어난다. 저자는 올해의 신인왕이 내년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 것처럼, 오늘의 실패에 좌절하지 말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사람 : 인간적이고 또 인간적이다


1. 배려와 불인지심


스포츠맨십은 스포츠에 참여하는 사람이 지녀야 하는 바람직한 정신자세로, 훌륭한 선수는 공정하게 경기에 임하고, 비정상적인 이득을 얻기 위해 불의한 일을 행하지 않으며, 항상 상대편을 향해 예의를 지키는 것은 물론 승패를 떠나 결과에 승복'하는 것이다. 저자는 스포츠맨십의 핵심이 '배려'에 있으며, 다양한 종목의 불문율 속에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들이 녹아들어가 있다고 말한다. 스포츠맨십은 맹자가 이야기한 '불인지심(不忍之心)' 즉, 사람은 누구나 남의 고통을 차마 외면하지 못하는 마음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2. 양심의 의미


한 테니스 선수가 상대 선수의 서브를 아웃이라고 선언한 주심에게 아웃되지 않았다고 이야기하여 화제가 된 일이 있었다. 심판이 자신에게 유리한 판정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판단이라고 이야기하여 판정을 바로잡은 것이다. 이 선수의 행동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고, 최근의 스포츠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모범적인 사례가 되었다. 저자는 이 선수와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 곳곳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양심을 실천할 수 었었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내고 있다. 



3. 발에 담긴 인문학


운동선수에게 발은 가장 중요한 신체부위다. 스포츠는 기본적으로 움직임에 기반을 두는데, 가장 많이 움직이는 부뷔가 바로 발이기 때문이다. 수 많은 선수들의 발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저자는 발에 숭고한 의미를 부여하면서, 발에게 고마워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4. 폭력의 정당성


북미 아이스하키 리그 경기에서는 국제대회와는 다르게 선수간의 일대일 싸움을 용인하는 문화가 있다. 저자는 대중이 폭력을 좋아하며 폭력에 관대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상대의 공격에 대응하는 응징 성격의 폭력이라고 하더라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스포츠 뿐만아니라 현실 세계에서도 사소한 폭력까지 막아 줄 울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하고 있다.



5. 징크스와 루틴


스포츠 선수들은 저마다의 버릇, 즉 루틴을 가지고 있다. 스포츠 심리학자들은 루틴이 성공적인 수행을 위해 필요한 긍정적인 행동 습관이라고 말한다. 루틴은 '징크스(jynx)'와 유사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징크스는 우연히 나쁜 결과가 초래되었을 때, 그것을 우연으로 여기지 않고 강력한 인과관계로 생각하여 집착하는 것을 말한다. 루틴을 긍정적 징크스라고 부르기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저자는 한 가지 일을 루틴으로 꾸준히 실행하면 전문적인 실력을 갖추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어떤 선수의 지루한 루틴도 그 선수의 노력의 산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사회 : 세상 모든 것을 담다


1. 친환경적 사고


'그린 올림픽(Green Olympic)' 시대다. 그동안 스포츠는 환경을 파괴하는 소모적인 측면이 강했지만, 이제는 환경을 생각하는 지속 가능한 스포츠로 전환되어야 한다. 저자는 스포츠문화의 모든 부분이 함께 협력하여 보다 친환경적인 스포츠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한다.



2. 제노포비아


스포츠에서 인종차별은 심각한 문제다. 각 경기단체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인종차별 행위를 규탄하고 있다. 저자는 인류의 역사적 발전이 '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에 있으며, 공존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스포츠를 통해 이러한 현상이 표출되거나 확산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3. 미아, 기아 문제


우리나라 프로야구 최초로 노히트노런을 기록했던 투수 '방수원' 선수는 어릴 적 실종된 동생의 이름을 새기고 경기를 했다. 보육원에서 자란 동생은 방수원 선수의 경기를 TV로 지켜보다가 야구장에 찾아와 형을 다시 만나게 되는 감동적인 일화가 있었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2016년 프로야구 SK 와이번스 구단은 실종 아동들의 이름을 새기고 경기를 하기도 했다. 저자는 스포츠가 이러한 방식으로도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4. 여성 권리와 문화 다양성


이슬람 문화권 국가의 여성 선수들이 다른 선수들과는 다른 복장으로 경기에 나서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이슬람 문화권의 여성 선수들이 참가할 수 있도록 각 종목의 복장 규정이 점점 변화하고 있는데, 이슬람 문화권 여성들에게 스포츠 참여는 그들의 권리를 신장시켜주는 좋은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인생의 절반 이상을 체육인으로 살아온 것이 헛되지는 않은 것 같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모든 사례들이 알고 있던 이야기였고, 저자와 비슷한 맥락의 고민들을 끊임없이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현직 국어 교사로 그동안 쌓은 폭넓은 인문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스포츠라는 프리즘을 통해 우리 사회를 바라보며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풀어냈다. 개인적으로는 저자의 폭넓은 안목도 인상적이지만, 스포츠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능력에 영감을 받게 되는 것 같다. 스포츠는 지구촌 거의 모든 곳에서 인종과 언어를 넘어 공감할 수 있는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스포츠문화와 관련된 여러가지 생각들을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글로 정리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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