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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의진 Jan 28. 2022

미움 받을 용기

어떻게 보면 참 쉬운 이야기인데, 철학자는 참 멋지고 어렵게 한다.

아들러,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어딘가 익숙한 것 같으니 이십여년 전 임용고사 공부할 때 모의고사 문제를 통해서 접했던 이름 중 하나이거나 학사장교 필기시험 준비할 때 일반상식 외울 때 접했던 이름일 것이다. 한 마디로 수험생일 때 이름과 키워드를 암기할 때 외에는 내 삶에 영향을 준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어쩌다보니,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역시나 재미를 느끼지 못해 끝까지 읽어내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읽다보니 나름의 삶에 비추어 남는 것이 있었던 것 같다. 개인적인 결론은 스포츠가 답이라는 것으로 또 다시 귀결된 것 같아 조금 겸연쩍기는 하지만.




건전한 열등감이 필요하다.


아들러 심리학은 열등감을 부정하지 않지만, 건전한 열등감에만 집중한다. 건전한 열등감은 타인과의 비교에 의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이상적인 나'와의 비교에 의해 생기는 것이다. 지금의 나보다 앞서 나가려는 것이야말로 가치가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인간관계의 중심이 경쟁에 있다면, 인간은 영영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불행에서 벗어날 수 없다. 타인의 행복이 나의 패배와 연결되는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파지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상대적인 열등감을 극복하고 상대에게 승리하여 우월감을 느끼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행복은 결국 경쟁에서 패배했던 상대의 복수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이상적인 나와의 건전한 열등감은 삶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인생의 과제


아들러 심리학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목표를 인간의 행동과 심리, 양 측면에서 분명하게 제시하였다.


아들러 심리학의 목표

1. 행동목표
 - 자립할 것
 - 사회와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것

2. 행동목표를 뒷받침하는 심리적 목표
 - '내게는 능력이 있다.'는 의식을 갖는 것
 - '사람들은 내 친구다.'는 의식을 갖는 것


아들러는 개인이 사회적인 존재로 살고자 할 때, 직면할 수밖에 없는 인간관계를 '인생의 과제'라고 하였다. 인생의 과제는 '일의 과제', '교우의 과제', '사랑의 과제'로 구성된다. 먼저, 일의 과제는 일과 얽힌 인간관계로 이 단계의 인간관계에서 넘어진 대표적인 사람들의 사례는 니트(N.E.E.T.)족과 은둔형 외톨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교우의 과제는 친구 관계로 친구의 수는 결코 중요하지 않으며 적절한 거리와 관계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랑의 과제는 연인간 또는 가족간의 관계로 가장 어려운 과제다. 사랑의 과제에서 핵심은 인간은 '이 사람과 함께 있으면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사랑을 실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로 열등감과 우월감을 느끼지 않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관계가 되기 위해서는 서로를 인정하고 구속하지 않아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유부남들이 이 대목을 아주 좋아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요약하면, 인간이 혼자서 사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며 사회적인 맥락 속에서만 '개인'이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으로서의 '자립'과 사회에서의 '협조'를 목표로 내 걸었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인생의 과제'를 넘어서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인생의 과제란 인간이 살아가면서 직면할 수 밖에 없는 '일', '교우', '사랑'이라는 인간관계로 이를 잘 풀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진정한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타인의 과제를 버려라


아들러 심리학에서는 타인에게 인정받기 원하는 마음을 부정한다. 타인의 기대를 만족시킬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내가 타인의 기대를 만족시키지 않는다는 것은, 타인 역시 내 기대를 만족시킬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상대가 내가 원하는대로 행동하지 않는다고 해서 화를 낼 필요가 없게 된다.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과제와 내 과제를 분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것은 누구의 과제인가?'를 항상 되물어 누구도 내 과제에 개입시키지 말고, 나도 타인의 과제에 개입하지 않아야 한다. 과제를 분리하는 것은 결코 자기중심적인 것이 아니며, 오히려 타인의 과제에 개입하는 것이 자기중심적인 발상이다.


아들러는 '자유란 타인에게 미움을 받는 것'이라고 한다. 남이 나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든 마음에 두지 않고, 남이 나를 싫어해도 두려워하지 않고, 인정받지 못한다는 대가를 치르지 않는 한 자신의 뜻대로 살 수 없다는 것이다. 모든 인간관계의 카드는 내가 쥐고 있으니, 미움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이 쯤 되니, TV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에 나오는 사람들이 떠올랐다. 나도 다른 사람의 시선을 그리 많이 신경쓰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사회적 존재로서 이것은 너무한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끝나지는 않을 것 같은 기대감을 억지로 가져보며 책을 계속 읽었다.




용기 부여


'개입'이란 타인의 과제에 불쑥 끼어드는 행위를 말한다. 개입의 배경에는 사실상 수직적인 인간관계가 있는데, 상대를 자신보다 아래로 인식하는 순간 개입이 시작된다. 상대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끈다는 생각 자체가 수직적인 관계를 전제로만 가능한 개념인 것이다. 그래서 수직적 관계인 '개입'이 아닌 수평적 관계인 '지원'이 필요하다. 칭찬을 하지도 야단을 치지도 않는 수평관계에 근거한 지원을 아들러 심리학은 '용기부여'라고 정의한다.


고맙습니다.


고맙다고 인사하거나, 기쁘다고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수평관계에 근거한 용기를 부여하는 방법이다. 용기부여에서 중요한 것은 타인을 평가하지 않는 것이다. 평가란 수직관계에서 비롯된 말로, 수평관계라면 감사와 존경, 기쁨의 인사와 같은 더 순수한 말이 나오게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인간은 자신이 가치있다고 느낄 때에만 용기를 얻기 때문에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들러는 여기서 한 단계 나아가, 타인을 행위의 차원이 아닌 존재의 차원에서도 존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어떤 행동을 하는가'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존재한다는 사실 그 자체를 기뻐하고 감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라 생각했는데, 아들러 역시 '당신부터 이런 사고를 시작해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고 한다. 다른 사람과 단 한명이라도 수평적 관계를 맺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하였다.




공동체 감각: 행복이란 바로 '공헌감'이다.


아들러 심리학은 '자기에 대한 집착(self-interest)'을 '타인에 대한 관심(social-interest)'로 돌리고, '공동체 감각'을 길러야 한다고 말한다. 공동체 감각을 기르기 위해서는 '자기수용', '타자신뢰', '타자공헌'이 필요하다. 먼저, 자기수용이란 '하지 못하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즉, 능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자기수용을 할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타자신뢰란 다른 사람을 믿을 때 아무런 조건을 달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다. 다른 사람을 무조건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대신에, 그 사람과의 관계에서 '내가 어떻게 할 것인가'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 하는 이유는 신뢰하는 것을 두려워하면 누구와도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타자공헌이란 친구인 다른 사람에게 무엇인가를 해 주는 것이다. 타자공헌이란 나를 버리고 누군가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의 가치를 실감하기 위한 행위다. 인간은 공동체 감각을 통해 행복해질 수 있다. 즉, 실제로 내가 공헌한 일이 없다고 하더라도, 내가 공헌감을 느끼면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행복이란 공헌감이다.


직업적 특성 때문인지, 모든 것이 스포츠로 귀결되고 교육적 의미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귀결된다. 이 부분을 읽었을 때도, '어 이거 스포츠를 통해 경험하는 것들이잖아?'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예를 들면, 단체 스포츠 경기에서는 한 명 한 명의 존재가 그 자체로서 큰 가치를 지닌다. 쉽게 말해서 인원을 못 채우면 그 스포츠 경기 자체가 성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부분으로 들어가보면, 내가 팀에 공헌하기 위해서는 나의 현재 능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목표로하는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 필요한 방법을 찾아 역량을 함양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팀원들은 자연스럽게 서로 돕게 된다. 스포츠에 본질적으로 '자기수용, 타자신뢰, 타자공헌'의 3요소가 모두 들어있는 것이다. 행복을 위한 키워드가 바로 스포츠라는 깔대기로 모여지는 느낌이라 억지스러운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학교교육에서 스포츠의 교육적 가치를 다시 한 번 되새겨본다.




지금, 여기


인생의 의미는 내가 나 자신에게 주는 것이다.


아들러 심리학은 결론적으로 '지금, 여기'에 집중하라고 이야기한다. 인간은 지금 이 순간부터 변할 수 있고 행복해질 수 있다. 문제는 능력이 아니라 용기라고 말한다. 무엇인가 굉장히 어려운 것 같으면서도 쉬운 것이 종교적인 느낌을 주는 것 같기도 하다. 어렵다.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감대가 형성이 되는 것은, 아들러 심리학을 전혀 들어본 적도 없는 내 삶의 태도가 어느 정도 비슷한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인간관계로 힘들어 하는 학생들과 이야기를 할 때 가장 많이 했던 이야기도 '모두의 사랑을 받을 수는 없으며, 나에게 힘이 되어 주는 사람이 있다면 여유 있는 마음을 가져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들이었다. 내가 스스로 느끼기에 행복감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 이유도 이런 태도에 있었으리라 생각한다.무한경쟁 사회라고 하지만, 사람들이 여유를 가지고 적절한 선에서 인간관계의 스트레스를 내려 놓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책을 함께 읽게  어떤 분께서, 누워서  책을 읽고 있었더니  모습을  아내가 '당신은 이미 용기가 많은  같은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다. 유부남들만 공감할  있는 아재개그 코드이기는 하겠지만, 너무나도 공감되는 우리의 일상이다. 미움받을 용기도 적절한 선에서 조절이 필요한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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