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까지도 아무렇지 않게
안부를 주고받았던 사람이
느닷없이 잠수를 탈 때가 있다.
이유는 저마다 있겠지만,
열에 아홉은 우울감 때문인 경우가 많다.
그깟 감정 때문에 가까운 지인들과
모든 연락을 끊나 섭섭할 수 있지만,
정작 우울감에 빠진 당사자는
어쩌면 그게 최선이다.
주변 사람들을 진심으로 아끼기에
자신의 몸을 감싸고도는 우울이
전염될까 힘든 배려를 하는 중일지 모른다.
'모두가 어려운데 꼭 나만 힘든 티를 내야 할까'
싶은 생각에, 더 조심하고 감추게 된다.
목소리, 얼굴에서 어둡고 힘 빠지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다 보니 점점 연락도 만남도 뜸해진다.
그래서 잠수를 택한다.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성급한 오해를 거둬야 한다. 어차피 부재중 전화는 남고, 카톡과 문자는 수신확인을 할 수 있다. 걱정과 염려의 증거는 전달된다.
그러니 답장이 없다고 다그치는 대신,
조금 기다려주자.
고생했다고.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기운 내라고.
그리고 언제든 편할 때 연락하라고.
한두 줄의 메시지는 짧아도 살아있다.
보내는 사람은 간결하지만
받는 사람은 희망일지 모른다.
우울이라는 우물에서
붙잡고 나올 수 있는 빛줄기 같은.
'나를 걱정해 주는 사람이 있구나'
'나를 생각해 주는 사람이 있구나'
그것은 자존감에 숨을 넣어
다시금 일어설 수 있는 힘이 된다.
허허벌판에 찬바람을 맞으며
주변을 두리번거릴 때,
나를 기다리고 있는 누군가 보이면
그 반가움과 고마움이 외로움을 이긴다.
그저, 시간이 좀 필요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