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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을 Aug 09. 2024

집 정리 시작 그리고 실천하는 습관

집 정리를 시작했다.

아이 낳고, 키우고, 그리고, 가르치는 일을 한다.

그러다 보니, 내 방은 그림책, 교육 관련 서적과 미술재료로 가득 차 있다.

그 와중에 2년 반 동안 미술치료 전공으로 대학원을 다니면서 정말 토할 듯이 살았던 것 같다.

정신없이 사는 주인을 만난 내 방은 복잡한 내 머릿속처럼 많은 물건들로 가득 차 있다.

다행히, 내 머릿속과 물건들은 나만의 규칙은 있어서, 나는 불편하지만 살아갈만했던 것 같다. 하지만, 같이 살고 있는 남편과 아이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다.

그렇게 힘들었던 대학원 과정은 이제 졸업식만 남겨놓고, 끝이 났다.

그런데, 끝이 난 게 아니었다.

12월까지 치료 관련 자격시험들을 준비하게 돼서, 집정리는 또 뒷전이 되었다.

그냥 그렇게 살아가던 어느 날, 집에 들어섰는데, 오롯이 나만의 공간임에도 내가 내 방에 들어가는 것을 꺼려한다는 것을 알아챘다.

내 방에는 집중해야 하는 일 외에, 정리가 안된 채 복잡하게 얽혀 있는 회로처럼 방치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집 밖을 나가려면, 나가기 전 세탁기도 돌려놓아야 하고, 아이 간식도 챙겨놓아야 하고, 아이가 혼자 무엇인가 해 먹을 수 있도록 주방도 정리해 놓아야 한다. 아이 방도 잠깐 들어가서 기본적인 정리를 해 놓아야 하고, 가족들 옷과 양말 등 세탁한 옷들을 정리해야 하고, 주방 식탁을 닦아놓고, 밑에 아이가 흘려놓은 과자 부스러기를 치우다 보면, 청소기를 들고 와 집안 전체 바닥 먼지를 청소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난다.

매일 반복되는 집안일, 바쁠 때는 못 본 척하고, 눈을 감고, 발에 걸려도, 물 웅덩이를 피하듯이 폴짝~ 하고 넘고 지나가야 집 밖으로 나갈 수 있다. 아무리 남편과 일을 나누고, 아이가 제 할 일을 한다고 해도, 엄마이고 아내이기에 가장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일들이기 때문에, 안 하면 티가 나고, 쌓이게 되는 것이 집안일 있은 것 같다.


7월 초, 논문 인쇄 막바지 시점에는 논문을 마치면, 어지러운 내 방부터 정리하자고 마음먹었지만, 벌써, 거의 한 달이 지났고, 내 방은 아주 조금 정리된 채로 남겨두고, 피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만의 공간, 나의 안식처, 나의 책들, 나의 미술 재료들… 모두 소중한 나의 것들인데, 나는 그것들을 대강 방치하면서 살았다. 그렇게 쌓이고 쌓인 짐들은 아름답지 못한 모습으로 나에게 부담을 주었고, 결국 나는 내방이 더 이상 편하지 않다는 현실을 맞이하게 돼버렸다.


특별하게 날을 잡아 치우자는 마음으로 하다 보니, 에너지가 더 없는 것 같고, 더 급한 일들이 생기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내 방 정리는 매번 뒷전으로 밀렸다. 이제는 더 이상 특별하게 날을 잡으면 안 될 것 같다. 특별한 날을 잡을 것이 아니라, 조금씩 치우고, 분리하고, 정리하고, 버리는 실천을 조금씩 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처음 집을 치우겠다는 마음이 들자, 했던 생각은 우습게도 수납정리하는 방법을 어딘가에서 배울까?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내가 자격증을 딸 것도 아니고, 정리하는 일을 잘해서 일로써 할 것도 아니고, 며칠 미루고 제대로 배워서 수납정리를 한다는 생각 자체가 바로 실천하지 않기 위한 회피에서 나온 생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집정리는 매우 중요하고, 집을 정리한다는 것은 마음을 정리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이론적으로는 알지만, 정리는 스스로 결심을 해야 할 수 있는 일이다. 게다가 나는 무엇인가를 버리고, 정리하는 것을 더 어려워한다는 것을 알기에 차라리 회피하고 적당히 불편하지 않게만 정리하면서 살았던 것 같다. 그러다, 찾으려는 물건을 못 찾기도 하고, 찾아도 걸리는 시간이 많아 나를 자책하기도 했다.


너무 서두가 길었다.

여하튼, 나는 이제 조금씩이라도 정리하는 실천을 하기로 했다. 언제부터? 어제부터 오늘까지 실천하고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들부터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그동안 수업했던  학생들의 작품들을 내 방에서 먼저 거실로 꺼내 사진을 찍고, 다음 수업 때 샘플로 사용할 꼭 필요한 것들만 남겼다. 도안이나, 사용 안 한 활동지들도 이미 파일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필요시 다시 인쇄하면 되니까, 근 시일 내에 필요한 것들 외에는 남기지 않기로 했다. 우선 돌아다니는 펜이나 연필들을 모두 모아 놓고, 이것저것 정리해야 할 것들을 스캔한 후, 방에서 나와서 냉장고 정리를 했다. 냉장실과 냉동실에 가장 급한 것들만 먼저 정리해서, 용기들을 모아 재활용하고, 남은 음식물을 모아 버렸고, 주방에 오래된 소스들의 날짜를 확인하고, 정리했다. 목욕탕에 바닥 청소하려고 모아놓은 칫솔들 중 상태가 좋은 2개의 칫솔만 남기고, 청소세제의 양을 확인 후, 한 곳에 모으고, 다 쓴 세제통을 모아 버렸다.

왔다 갔다 하면서 안 입는 옷을 챙겨 쇼핑백에 담아놓았으니, 조금 모아지면 옷수거함에 넣으면 될 것 같다.

하루에 하나라도 정리하자는 마음이 생기니, 틈나는 대로 실천이 되는 것 같다.

아직 이틀밖에 되지 않은 상태이지만, 그래도 내가 크게 날을 잡지 않고, 조금씩이라도 치우고 정리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다는 것은 내게는 쉽지 않았음에, 이렇게 마음이 변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지난달 초, 논문의 인쇄본을 학교에 넘겼으니, 일하고, 공부하고 대학원이라는 시스템에 묶여 있던 복잡한 일상은 이제 과거가 되었다.

대학원을 다니면서, 그 시스템에 있어서 좋았던 기억도 물론 많다. 하지만, 너무 힘들었다.

이제 대학원은 끝이 났으니, 내가 혼자서 내 일상을 조절할 수 있게 되었음에 행복하다.

이 행복을 느껴볼 여유도 없이 아이가 방학을 했고, 나는 바로 자격시험 준비를 했다.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해서 정말 정신없이 시험 준비를 했던 것 같다. 다행히 1차 시험에 붙었으니, 10월까지 2차 시험을 준비해야 한다. 꼭 필요한 자격증이기 때문에 아직은 진정한 마음의 여유가 없긴 하다. 감사했던 교수님들과 지인들을 만나야 하는 일도 남아있지만, 틈틈이 시간을 내야 할 것 같다.

초등학생 아들의 여름 방학이 끝나면 조금은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마지막으로,

어제오늘 실천했던 방정리, 집정리는 미약하지만, 실행했다는 것으로 만족한다.

또 이렇게 시간 될 때마다, 하나씩 하나씩 분류하고, 정리하면 될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니, 덜 부담스럽다. 아주 깨끗하게 정리된 집을 상상하면 아무것도 못 할 것이다.

우선 눈앞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것들부터 정리하다 보면, 어느 정도 정리가 될 것이다.

이제 생각을 글로 남기고, 내가 느끼는 감정들도 정리를 해봐야겠다.


2024. 08.09. 이을


** 글을 실수로 삭제를 했다. 다행히 저장해 놓은 글이 남아 있어서 다시 올려본다. 부족한 글에 이미 라이킷 해주셨던 분들께 죄송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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