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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비 Jul 07. 2024

똥독

잊어서는 안되는 것들

어항에 사는 물고기들은 자신들의 분비물. 즉 자신들의 똥 때문에 죽는다고 한다. 

그래서 물고기를 키우는 것은 자주 물을 갈아 줘야 하는, 꽤나 번거로운 일이다. 


한때 조그만 어항을 갖다놓고 그 안에 작은 물고기 두마리를 키우기 위해 매일같이 물을 갈아줬던 기억이 난다. 몇 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두 마리 모두 나의 게으름과 그들의 똥때문에 결국 죽어버렸다. 아이와 함께 슬퍼하고 아파트 앞 화단에 묻어줬다. 키우던 물고기가 죽어도 이렇게 마음이 아픈데, 하물며 사람이라면 오죽 할까. 사람도 똥독으로 죽을 수 있을까.


일제시대 이전부터 러시아 연해주에 많은 조선인들이 이주를 했다. 기록에 따르면 1897년에도 벌써 러시아 내에는 2만 6천여 명의 조선인들이 있었고, 1923년에는 10만을 넘어, 1937년에는 17만에 이르렀다. 척박하고 추운 땅을 일구어서 농사를 짓는 고려인들을 보고 러시아는 고려인들의 이주를 장려했다. 하지만 이 때 일본은 만주와 중국을 침공하려는 야욕을 보였고, 이러한 일본의 눈치를 본 러시아는 고려인 강제 이주령을 승인하여 고려인들을 중앙아시아로 이주를 시켰다. 17만의 고려인들이 3개월도 안되는 기간 동안 전부 이주를 해야 했다. 그들은 몇날 며칠을 기차 안에서 지내야 했고 추위와 굶주림에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 갔다. 이들 중에는 대변과 소변을 참다가 똥독에 올라서 죽어간 사람들도 많았다고 한다. 남편과 자식들에게 부끄러워 소변과 대변을 자주 참아야 했던,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고자 했던, 그 사람들이 죽어간 것이다. 

(사람도 똥독으로 죽을 수 있다. 똥에는 세균이 많아서 임진왜란 때에는 똥물로 왜군을 공격했다고도 하고, 화살촉에 대변을 묻혀서 살상용으로 사용했다고도 한다. 또 대변을 오래 참으면 대변의 독소가 대장을 자극해 장질환에 걸릴 수 있다.)


 최근 러시아가 북한과 동맹을 강화하고 대한민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못 하도록 거의 협박하고 있다는 뉴스를 보다가 문득 고려인들이 생각났다. 해방을 맞고도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했던 그들은 대한민국이 얼마나 원망스러웠을까.


국가가 힘이 없으면, 

국제 질서를 깨닫지 못하고 현명하게 대처 하지 못하면,

나라가 없으면, 

이렇게 비참해질 수 있다. 

똥독으로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


 상대 국가가 러시아든 일본이든, 국제 정치를 할 때는 최소한 멀지 않은 역사라도 기억하면서

 조심스럽게 접근했으면 좋겠다.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될 아픈 역사를 기억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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