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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재 Nov 19. 2024

이윤학을 읽다.

ㅡby simjae



2024. 8. 3.

이윤학 시인의 시집 3권을 읽었다.

  서정의 극치, 시인의 시를 만나며 시심을 부풀렸던 나의 늦은 문청 시절을 돌아보는 시간이다.

  시인의 자필사인 시집 3권(간드레 출판사 刊)을 부탁했다. 그리고 국밥 한 그릇이라도 나누고 싶은 마음에 넉넉하게 시집대금을 입금했더니, 어림없다는 듯 그에 상응한 시집을 더 보내주겠다는 메시지가 왔다.

  나도 또 염치없이 세 분의 성함을 알려드렸다. 시집은 각각 저자 사인본으로 도착했다. 오히려 폐가 되었다.

  지난 여름, 그 뜨거운 시간을 이윤학 시집과 함께 지냈다.    

  천상 시인이구나, 고개 주억거리며 읽었다.

  p.14 「부레 옥잠, 꽃 피다」는 시에서 부레 옥잠이라는 식물에 대하여는 단 한 마디의 언급이 없다. 호두 까먹는 모습의 칠면조, 계분가루 날리는 닭, 참 두릅 따 먹은 이야기, 애마(구형 카니발) 물청소 하는 남자, 승합차 타고 가는 동네 노인(아마도 치매를 앓고 있을 듯한)과 아들, ....이런 풍경들에서 부레 옥잠이 꽃을 피웠다고 진술한다.

  시 「폐등대」를 읽으며 ‘그는 아름다운 남자다.’고 혼잣말을 했다. 아름다워서 콧잔등을 시큰하게 만드는 남자. 이번 시집의 제목이 여기서 나온 듯.

  '당신은 나보다 더 오래 내게 다가온 사람'

  본문 행행이 명문장이다. 행간이 깊어 그를 무장무장 상상하게도 한다.

 「슈크림」, 「환삼덩쿨」... 그의 시가 그랬다. ‘마사토’에서도 한마디 언급 없다. 그렇지만  한 여자의 生이 마사토처럼 엉겨 붙을 데 없다는 데서(나처럼^^) 시 제목 ‘마사토’는 무릎을 치게 했다.

  시집의 첫 시「별들의 시간」 에서고운 입김으로 그 이름 부르기 위해 겨울산 정상에서 호흡을 가다듬는 시인의 서정이 좋다. 우리가 대충 엿듣고? 알고? 있는 시인은 술 좋아하고 술에 인사불성 되고 휘는 시인으로 간간히 전해 들었던 것 같다.

  왜 시인은 그래야만 했을까?

  시에, 자기의 삶에, 시인이라는 명분에 지극히 진실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세상은 진정한 시인으로만 살기에 천부당만부당이다. 그러기에 시인은 이토록 아름다운 서정을 유지할 수 있었고 아름다운 서정을 쓸 수 있었을 것이다.

  오래 전부터 시인의 시편들에 매혹되어 왔던 변방의 시인이 감히 몇 자 감회를 적는다.

  무례와 오해가 있었다면, 저의 짧고 어두운 안목을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압.ㅡㅡ(유현숙, 지난 여름 시집 갈피에 간간히 해 둔 메모를 옮겨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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