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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지영 Apr 06. 2024

프루스트와 함께하는 여름

여덟 명의 전문가가 말아주는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엄청난 분량 때문에 읽으려면 굳은 결심을 해야 한다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감히 잃을 엄두도 못 내던 차에 소설가, 전기 작가, 대학 교수로 이루어진 여덟 명의 전문가가 여덟 가지 테마로 이 소설에 대해 글을 썼다고 해서 집어 들었다. 책의 제목은 “프루스트와 함께하는 여름”. 본 운동을 하기 전 준비운동을 한다는 마음으로 가볍게 책장을 넘기려는데 쉬이 안 넘어간다. 다행히 각 장마다 저자가 달라서 처음부터 꾸역꾸역 읽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조금은 위로가 되었다.  1장을 읽다가, 5장을 넘어가 보았다.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글이다. 대충 글을 훑어보다가 한 문장이 내 마음에 들어온다.


그는 인생의 의미가 외부에 있지 않고 주도적인 상상력 안에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어떤 알 수 없는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질질 끌려 다니는 인생을 살아본 사람이라면, 이 문장은 용기와 위로를 북돋아 줄 것이다. 소설 속 화자는 마들렌에 의해 촉발된 감각의 기억을 통해 초라하기 그지없는 삶의 비애를 넘어서게 된다. 크리스테바는 “단어들을 만들어내고 감각들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자신의 고유한 방식 속에 인생의 의미가 존재하는 것이다.”라고 부연한다. 나에게도 ’ 마들렌‘이 있다. 그렇지만 나의 마들렌은 소설 속 주인공이 느낀 기쁨이 아니라 고통과 괴로움이었다. 하지만 나의 마들렌 역시 내 안에서 어떤 전율을 불러일으켰으며, 나를 잡아 휘두르던 것들로부터 끊어내었다. 그리고 내 인생은 결국 내가 만들어 간다는 지극히 단순한 진리를 일깨워 주었다. 이 진리를 실현시키는데 필요한 것이 바로 주도적인 상상력이다. 그래서 이 문장은 내 시선을 잡아두고 내 마음속에 달라붙어 결국 지금 이렇게 감상문(?)을 쓰게 만들었다.


  아직 소설을 읽어보지 않아서 저  한 문장에서 느낀 나의 감상이 크리스테바가 설명하고자 한 것과 다를 수 있다. 하나 확실한 것은 내가 이 흥미로운 소설을 언젠가는 읽게 될 것이라는 거다. 크리스테바가 말한 대로 “진정한 정신적 여행”을 경험하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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