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답이 없는 문제에 대하여
박사과정 입학을 위해 석사학위를 취득한 동 대학원의 면접을 본 날이었다.
아직도 기억나는 학과 교수님들의 말은
"유학을 가야 한다", "나이도 어린 편인데 왜 안 가느냐", "쉬운 길을 선택하려는 것 아니냐" ..
이런 말들이었다. 나라고 그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을까.
여러 생각과 고민으로 채웠던 나의 시간들이 참으로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국내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이 곳에서 계속 공부하고자 한 이유는
유학이 정해진 답, 정해진 루트도 아니고, 난 교수가 될 생각도 없을 뿐더러,
집안사정이 그렇게 넉넉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내가 유학을 정말 가고자 했다면, 그 곳에서 정말 공부하고자 하는 욕심이 있었다면 추진했겠지만, 그런 욕심보다는 국내에서도 충분히 내가 하고자 하는 공부와 연구를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1년이 좀 지나고, 약 한 달 전에
학과 사무실에서 공부하던 나에게 또다시 면접에 참여하셨던 교수님이 유학을 권면하셨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들을 늘어 놓으시면서 말이다.
한편으로 교수님들의 권면을 이해하고 좋게 받아들이려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나의 상황과 사정, 나의 능력과 태도들을 돌아보게 만드는 그 말들이
차곡차곡 나에게 좋지 않은 데미지를 입히는 것 같았다.
정말, 유학이 답일까? 여전히 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좋은 길일수는 있겠다. 박사과정 공부를 하면 할 수록
내가 하는 공부와 연구 외에 정말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하며
유학을 가는게 나았을까? 이런 생각들은 해보기도 했다.
그리고 이후의 job을 생각했을 때, 해외 대학원 박사학위가 더 유리하다는 걸 어찌 모를까.
요즘 사회과학계열은 장학금이 빵빵해서 충분히 유학을 갈 수 있다고들 하지만,
제 아무리 생활비와 등록금이 지원된다 한들, 그 또한 쉽지 않은 이들도 있는데..
한편으로 그런 상황적 요건들을 극복하고자 하는 나의 의지가 부족해서일수도 있겠다.
또는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여기며 나중에 그런 의지와 마음이 솟구칠 때
유학을 가겠다고 결심할 수도 있다(나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설령 그렇다고 한들,
유학이 대학원생들이 답이 되지 않는 환경이면 어떨까.
그게 답이고 좋은 길이니 그 길로 가라는 말보다,
너에겐 여러 선택지와 길이 있다고, 어떤 길을 선호하는지는 너의 선택이고,
그 선택을 존중한다고...그런 말들이면 어땠을까.
너무 많은 걸 바라는 듯 하다.
대학원에 들어와서 종종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한 걸까 라는 자문을 하곤 하는데,
그 때마다 스스로에게 답하는 건,
적어도 지금은 그 선택을 평가할 수 없다는 거다.
그 선택을 평가하기에는 너무 이르며, 그렇기에 지금은 그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그러니 유학의 문제는 이제 집어치우고 내 길이나 갈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