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남미씨1. 왜 하필 멕시코?

스페인어 하나도 모르던 나, 왜 멕시코였나

by 아보카도


나는 사실 처음부터 교환학생을 내 대학 생활의 플랜 중 하나로 생각하고 있던 사람은 아니었다. 다만 중학교 때 우연히 읽은 아마존 탐사서 중 분홍돌고래에 대한 책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터였고 그 여운은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중학생 때부터 언젠가 아마존에 가 봐야지, 아프리카에 가봐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남들은 다 2, 3학년 때 가는 교환학생을 나는 4학년 때 가게 되었는데 학점이 좋지 않았던 나는 지원했을 때 떨어지지 않을 곳을 찾아야만 했다.


돌고래를 보겠다는 일념으로 남미를 교환학생으로 택한 후, 남미 여행을 했다는 시나리오라면 얼마나 아름답겠냐만은 나는 당시 꽤 많은 친구들이 교환학생을 갔다 오고 또 가고 있었던 터라 남들이 하는 경험은 꼭 해 보고 싶었던 이유가 컸다. 유럽은 갔다 왔던 터라 그리 가고 싶지 않았고 미국은 또 영어를 쓰는 나라라 가고 싶지 않았다. 남들이 잘 가지 않는, 독특한 나라로 가 보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멕시코와 처음 만나게 되었다. 몬테레이로 간다고 했을 때, 어느 누구도 날 말리지 않았다. 다행히 엄마, 아빠는 나의 기질을 잘 아는 터라 가지 말라고 해도 갈 것임을 누구보다도 잘 아셨기에 그냥 조심하라고 당부하셨다. 몬테레이는 외교부에서 지정한 위험한 지역에 들었던 곳이었고 실제로 교환학생으로 있을 때 마피아 간 싸움이 벌어졌던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멕시코 최고의 사립대학교 떽데몬떼레이는 보안도 철저해서 24시간 내내 도서관에도 불이 켜져 있는 학교였고 새벽 2시에 집에 갈 때면 벤으로 집 앞까지 데려다 주기도 했다.


가끔은 연못 근처의 오리와 24시간 불 켜져 있는 그 도서관이 그리웠다. 물론 내가 도서관에서 공부를 했던 건 아니지만 도서관이라는 곳이 꼭 책만 읽고 공부만 하는 공간은 아니니까. 여러 나라를 경험할 수 있어서 직장인이 된 이후에도 경유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당시에 상해에서 스탑오버를 한 후, 로스앤젤레스에서 스탑오버, 달라스에서 스탑 오버한 후 몬테레이에 도착했다. 그때 만난 내 옆에 있던 외국인은 싱가포르에서 비행기를 놓치는 바람에 상하이로 와서 LA행 비행기를 탄 사람이었고 아메리칸 에어라인을 갈아탈 때도 도움을 받아서 쉽게 탈 수 있었다.


지금이야 영어로 뭐든 자유롭게 말할 수 있지만 그때는 발음만 좋은, 잘 알아듣기는 하나 의사소통이 자유자재로 되지 않는 상태로 영어를 구사했던 나였는데 그때 총기 소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미국이란 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오랫동안 나눴다. 육 년을 만난 여자와 결혼한 후 삼 년 만에 이혼했지만 혼자는 좋지 않은 것 같고 아직도 전 부인을 사랑하고 있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그를 보며 참 솔직하다고 생각했지만 잠깐 스쳐 지나가는 여행자의 신분에선 누구나 솔직해지는 것 같단 생각도 들었다. 나 역시도 칠레 토레스 델 파이네 트래킹을 알게 된 지 하루도 안 된 동갑내기 친구와 함께 하면서 트래킹 도중 많은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았으니까. 우연히도 그 친구가 같은 학교에, 같은 나이였기에 더 편했던 것도 있지만 모르는 사람을 만나 솔직하게 내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다는 것도 나 홀로 자유여행이 주는 묘미가 아닌가 싶다.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를 보면서 나는 여행 중에 만났던 많은 사람들의 솔직했던 이야기를 다시 한번 더 떠올리곤 했다.


나는 덴버공항에서 달라스행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알랭 드 보통의 <공항에서 일주일을>이라는 책을 읽고 있었는데 알랭 드 보통의 관찰력을 본받고자 그때 유심히 사람들을 관찰했다. 연착이 되는 바람에 공항에서 머무는 간이 길어졌고 우여곡절 끝에 몬테레이에 도착했다. 내 짐이 도착하지 않아서 나는 짐 없이 홀로 예약해 둔 호텔로 향했다. 내 짐이 딜레이 되는 바람에 내 짐이 국제미아가 된 것은 아닌지 노심초사했다.


처음 느껴보는 이 건조한 뜨거움, 40도에 육박하는 이 뜨거움은 기분 나쁜 뜨거움은 아니었다. 우노, 도스, 뜨레스를 외치며 알고 있는 스페인어를 다 동원해서 딱시 아저씨와 대화를 나눠보고자 했지만 실. 패. 그렇지만 딱시 아저씨가 친절해서 40도의 뜨거움을 잊을 뻔했다. 너무 피곤해서 호텔에 도착해서 바로 잠들었는데 꽤 오랜 시간 동안 잠을 잔 후 전화를 받고 깼다. 다행히 나는 짐을 아무 탈 없이 짐을 배달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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