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보카도 Aug 12. 2023

피사의 사탑과 친퀘테레, 당일치기로 갔다 올 만 할까?

피렌체 두 번째 날, 피사와 친퀘테레 정복기

로마여행 때도 그러했듯이, 나는 이번 여행에서 힘든 일정을 먼저 배치했다. 이왕 여행 온 거 볼 수 있는 곳은 다 보자는 마음으로 피사, 친퀘테레를 일정에 넣었다. 로마에서 만난 가이드님께서는 피사의 사탑은 꼭 올라가서 그 기울기를 몸소 느끼라고 하셨지만 굳이 올라갈 볼 필요성을 못 느꼈다. 피렌체에서 피사로 가는 기차의 경우, 한국에서 8시 50분 기차를 예매해 두었던 터라 피렌체 산타마리아노벨라역에서 Trenitalia를 탔다. 피사의 사탑 앞에서는 재미있는 사진을 많이 찍는다는 포스팅을 보고 아이스크림콘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피사역에 도착하자마자 아이스크림 가게를 찾기로 했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피사의 사탑 근처에는 콘만 파는 가게도 많았다. 그 사실을 몰랐던 우리는 구글맵으로 평점이 높은 가게를 검색한 끝에 피사중앙역 근처의 LA BORSA라는 카페로 가서 커피와 아이스크림을 시켰다. 눅눅해진 아이스크림콘을 들고 걸어서 피사의 사탑으로 향하던 도중 약국을 발견했고 Flector라는 파스를 샀다. 파스가 겨우 5개 들어있었는데 10유로가 넘었다. 여행이 끝나갈 무렵, 로마의 약국에서는 감기약을 사기도 했는데 감기약 역시 9.9유로였다. 여행하면서 약국에 들른 적은 난생처음 있는 일이었다. 아무튼 이탈리아의 약값은 한국과 달리 무지 비쌌다.



 20-30분 남짓 걸은 후 피사의 사탑 앞에 도착한 우리는 많은 인파들을 배경으로 멋진 포즈를 시도했다. 그러나 인생샷을 건지기는 어려웠다. 1시간가량 사진을 찍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가 다시 피사중앙역으로 돌아가서 라스페치아행 기차를 발권했다. 웬만한 기차는 예매해 두었지만 친퀘테레로 가기 위한 라스페치아행 기차를 발권하지 않은 이유는 피사에서 얼마동안 머물지 감이 안 잡혔기 때문이다. 종이티켓을 발권했기에 펀칭을 반드시 해야 했다. 펀칭을 하지 않을 경우, 검표원이 벌금을 과금할 수도 있기 때문에 늘 조심해야 한다.



1시 40분쯤 라스페치아역에 도착한 우리는 라스페치아역 근처의 미슐랭 레스토랑 L'Osteria della Corte로 향했다. 2시 30분부터 6시 30분까지 브레이크타임이라 혹시 안 받아주면 어떡하나 고민했으나 2시경에 도착했을 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인당 60유로인 5코스 요리를 시켰고 아빠만 인당 35유로 정도의 와인페어링을 하기로 했다. 여자 요리사분은 우리나라로 따지면 마스터셰프코리아에 나가서 인지도가 있는 분이라고 했다. 요리사분 남편이 사장이었는데 그분은 아빠가 찍은 사진들에 관심을 가지며 한국산이 아름답다고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양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플레이팅이 예쁜 요리들을 먹으며 입과 눈이 즐거웠고 여태까지 들렀던 레스토랑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레스토랑에서 여유를 만끽하며 1시간가량 밥을 먹었다.




다시 라스페치아역으로 향했고 친퀘테레 마을로 가는 기차 티켓을 끊어야만 했다. Ticket Office로 보이는 곳에 들어가서 줄을 섰으나 마을 하나만 갈 경우, Tabacci에서 표를 끊어야 한다고 해서 Tabacci로 가서 마나롤라행 왕복 티켓을 3장 끊었다. 친퀘테레 5 마을을 다 보고자 한다면 우리가 처음 갔던 Ticket Office에 가서 티켓을 끊는 게 합리적일 것이다. 하지만 친퀘테레의 경우 당일치기를 하려면 5곳 다 가는 것은 무리인 데다 보통 1-2곳을 가는 경우가 다수였던 터라 1곳만 가기로 했다. 절벽 사진으로 유명한 마나롤라로 가기로 했고 3시 55 분행 기차를 탔으나 4시 28분쯤에야 기차가 출발했다. 마을기차라고 들었는데 Trenitalia가 운행하는 기차와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혹시 잘못 탔나 싶어 행인에게 물어보았더니 이 기차가 맞다고 했고 인도인 가족들이 내게 이 기차가 맞냐고 물어보는 경우도 있었다. 나도 이 기차가 맞다고 대답해 주었지만 기차는 30분이 지나서야 출발했다. 10분 정도 후에 마나롤라에 도착했고 마을을 둘러보았다. 남부투어로 갔던 포지타노와 느낌이 비슷했다. 오히려 포지타노보다 사람도 적었기에 남부투어를 못 간 사람들은 친퀘테레 구경하는 것으로 남부투어를 대신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마나롤라에서는 다이빙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마을을 한 바퀴 둘러본 후, 5시 24분에 라스페치아행 기차에 탑승했다. 기차에 탄 후, 피렌체행 기차를 알아보다가 5시 40분에 환승을 하지 않아도 되는 직행 기차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문제는 34분에 라스페치아에서 티켓을 끊고 다시 기차를 타면 아슬아슬할 것 같았다. 다음 기차를 타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인터넷으로 예매를 시도해 보기로 했다. Italo와 달리 Trenitalia는 어플이 없었고 인터넷으로 예매해야 했고 결제창이 넘어갈 무렵쯤에 인터넷이 되지 않아서 멘붕에 빠졌다. 갑자기 터널을 들어가는 바람에 인터넷이 잘 되지 않았고 다음 기차를 타야겠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결제가 완료되었다는 알림이 떴고 34분에 라스페치아에 도착한 후, 동일한 플랫폼에서 피렌체행 기차로 갈아탔다. 운이 좋게도 직행 기차를 탔고 2시간 20분 달린 끝에 저녁 8시에 피렌체 산타마리아노벨라 역에 도착했다.



피사와 친퀘테레를 하루 당일치기로 돌아본 소감은 가 볼만하다는 것이다. 피렌체만 봐도 충분하다 생각할 수 있겠지만 피사와 친퀘테레를 가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일 것 같다. 시간이 여유로운 분들은 친퀘테레 마을에 숙박을 하기도 한다고 했다. 실제로 에피톤프로젝트 노래 중에 '친퀘테레'에 대한 노래도 있다. 이 노래를 들으면서 친퀘테레를 거닐어 보시는 건 어떠할지.


지중해의 어느 저편에 아름다운 다섯 마을이 있어요 비행기로 갈 수는 없고 피렌체에선가 기차를 타지요 음- 무거운 짐들은 잠시 내려놓고 같이 떠날까요? 걱정은 저기 멀리에 푸른 물결이 부는 곳에  내던지고 이제는 그대와 나와  스치는 바람 이걸로 충분한 거지, 그래 작은 골목 사이사이엔 시간이 묻어서 한참을 웃어요 말로 다하긴 어려워요  세상 모든 일도 마찬가지겠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