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안데르센 세계 명작 <인어 공주>
전쟁에서 승리를 한 애덤 왕자를 위한 성대한 파티가 삼 일째 성에서 열리고 있었어요. 오늘은 그가 출전했던 배 Victory 호에서 파티가 벌어지고 있었죠. 자신을 위한 파티임에도 불구하고 신나게 즐기는 사람들과는 달리 애덤 왕자는 바다만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어요.
뭔지 모를 공허함이 늘 왕자를 괴롭히고 있었죠. 출전해서 늘 승리로 이끌었지만 도대체 왜 전쟁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승전을 하지만 왜 자신은 행복하지 않은지 모를 일이었어요.
그렇게 바다를 바라보던 왕자는 바다에 뭔가가 헤엄치고 있는 것이 보였어요. 분명 사람인 듯한데 헤엄칠 때 비닐이 덮인 물고기 꼬리가 간간이 보이는 것이 도대체 정체가 불분명했죠.
왕자는 수면과 가까워지기 위해 계단을 내려갔어요. 이쪽저쪽 포문을 옮겨가며 그 정체 모를 것에 다가갔죠.
이럴 수가...
말로만 듣던 인어였어요. 왕자와 인어는 서로 눈이 마주쳤어요. 인어는 아리따운 여자의 모습이었고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미소를 띠고 있었죠. 왕자는 인어 여인에게 말을 걸었어요.
"나는 애덤 왕자입니다."
"저는 인어 나라의 이브 공주예요. 오늘이 열다섯 살 생일이어서 인간 세상을 구경하러 왔답니다."
애덤 왕자는 인어 나라와 이브 공주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아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멀찌감치 떨어져 있던 다른 인어들이 이브 공주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손짓을 하여 이브 공주는 아쉬움을 남긴 채 그들에게 돌아갔어요.
인어 공주를 만나고 난 후 애덤 왕자는 인어 나라에 대한 궁금증과 이브 공주에 대한 그리움이 커져갔어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혼자 바닷가를 거니는 시간이 많아졌지요. 이브 공주 또한 한 번 만났지만 애덤 왕자에 대한 사랑이 커져만 갔어요. 호기심 많고 열정적인 이브 공주는 몰래 물 밖 인간 세상으로 나가는 시간이 잦아졌어요. 혹시나 이브 왕자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었죠.
그러다 둘은 드디어 바닷가에서 만나게 되었고 애덤 왕자는 이브 공주를 통해 인어 나라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요. 인어 나라는 아무 걱정 근심 없는 평화로운 나라이며 인어들은 100년 안팎을 사는 인간과 달리 300년을 살 수 있다는 것도 알았어요. 전쟁을 하지 않아도 되고 왕이 되기 위해 형제들과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왕자는 인어 나라에서 살고 싶었어요. 그리고 사랑스러운 이브 공주와 함께 오래오래 살 수 있다면 하는 바람이 더욱 간절해졌죠. 이브 공주 또한 같은 생각을 했어요. 둘은 자주 바닷가에서 시간을 보냈고 그럴수록 왕자는 더욱 인어가 되고 싶었죠.
"왕자님 제가 인어 나라의 마법사에게 부탁해 볼게요."
이브 공주는 바닷속 아주 깊고 외진 곳에 있는 마법사를 찾아갔어요. 이브 공주는 마법사에게 인간이 인어가 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물었죠.
"참 별일이군요. 모든 만물은 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데 말이에요. 저에게 인간이 인어가 될 수 있는 약물이 있긴 하죠. 하지만 그 인간에게 다시 생각해보라고 하세요. 한 번 인어가 되면 다시 인간이 되긴 무척 어려우니까요."
마법사는 인어 공주를 걱정스럽게 쳐다보며 말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왕자님은 저와 함께 행복할 테니 절대 다시 인간이 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을 거예요."
인어 공주는 그럴 일 없다며 마법사에게 약물을 받았어요.
애덤 왕자는 이브 공주가 마법사에게 가져온 약물을 먹고 드디어 인어가 되었어요. 인어가 된 왕자는 공주와 함께 인어 나라에 왔고 인어 나라는 이브 공주 말대로 정말 아름답고 평화롭기 그지없었어요. 결혼을 한 왕자와 공주는 늘 함께 있을 수 있었죠. 아침에 일어나 둘은 형형색색 아름다운 바다를 함께 헤엄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낮잠을 자고 또 여기저기 아름다운 바다를 헤엄치고 다른 인어들과 놀이를 하며 정말 평화롭게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그렇게 몇 년이 지나갔어요. 그러다 문득 왕자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싫증이 나기 시작했어요.
'그냥 이렇게 살다가 삶이 끝나는 건가? 이렇게 300년을 산다고?'
왕자가 가장 참을 수 없는 건 자기 자신이 아무 발전 없이 멈춰져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어요.
'전쟁과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되는 인어 나라에서 평화롭게 살 수 있다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그리고 사랑하는 공주와 함께하기만 하면 행복할 줄 알았어.'
왕자는 어느 순간부터 인어 나라의 생활이 따분했고 다시 인간이 되고 싶은 욕망이 가득해졌어요.
어느 날 왕자는 공주 몰래 마법사를 찾아갔어요. 그리고는 마법사에게 다시 인간이 되고 싶다고 했죠.
"그럴 줄 알았지. 인간들은 인어 나라의 아무 일 없이 그저 평화롭기만 한 이 세상을 참지 못할 줄 알았어요.
인간들은 자기 성장을 위한 욕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게 인간이에요."
마법사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한심하게 왕자를 쳐다봤어요.
"그럼 전 왜 인어가 되고 싶었을까요?"
왕자는 인간이었을 때 왜 삶에 만족하지 못했는지 궁금했어요.
"그건 바르게 원하는 방향으로 성장을 하고 있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그 삶이 싫었던 거예요."
마법사는 이유를 왕자에게 설명해줬어요.
"저는 다시 인간이 되어서 제대로 살아보고 싶어요."
왕자는 마법사에게 다시 인간이 될 수 있도록 부탁했어요.
"공주에게 인어가 되는 약물을 주었을 때 당부했을 텐데요. 인어가 되면 다시는 인간이 되긴 어렵다고"
마법사는 단호하게 말했어요.
"제발 부탁이에요. 다시 인간이 되는 방법을 알려 주세요."
왕자의 간절함에 마법사는 방법을 알려줄 수밖에 없었어요.
"당장 인간으로 돌아갈 순 없어요. 인어는 300년을 살다 죽으면 물거품이 되지요. 그렇게 인어는 죽어서 물에 흡수가 되지만 당신은 인간의 본성을 가지고 있는 인어이기에 만약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면 인어인 몸은 물거품이 되어 물에 흡수가 될 것이고 당신의 영혼은 떠돌며 인간 곁에 머물게 될 거예요. 그렇게 인간 곁을 떠돌며 천 년을 인간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 다시 인간이 될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게 천 년이라는 긴 세월을 감수하더라도 인간이 되고 싶다면 이 칼로 스스로 삶을 마감하십시오.
마법사는 신비롭게 빛나는 칼을 왕자에게 건넸어요.
마법사에게 받은 칼을 꼭 품은 채 공주에게 가서 마법사가 말한 내용을 그대로 전했지요. 공주는 너무 슬펐고 왕자에게 제발 자신과 함께 이대로 행복하게 살자고 애원했어요. 하지만 왕자는 이대로의 삶은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죠. 이브 공주는 그런 왕자의 마음을 알고 왕자가 다시 인간이 되는데 동의를 했어요. 대신 인어 공주 자신도 인간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다시 마법사를 찾아갔죠.
"인어가 인간이 될 수 있는 약물 또한 저는 가지고 있지요. 하지만 당신은 인간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렇다고 왕자와 함께 할 수는 없어요. 왕자는 당장 인간이 될 수 없으니까요."
마법사는 많은 약병 가운데 인어가 인간이 되는 약물을 찾으며 말했어요.
"인간으로 함께 할 수는 없지만 제가 인간으로서 제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왕자님의 영혼이 제 곁에 머물 수 있잖아요. 그렇게라도 함께 할 수 있다면 전 행복할 거 같아요."
간절한 눈빛으로 인어 공주는 말했어요.
"공주님은 다른 인어는 생각할 수 없는 생각을 하는군요. 그 용기가 인간으로 살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거예요."
마법사는 약물이 든 약병을 인어 공주에게 넘겨주었어요.
마법사에게 약물을 받아 온 공주는 곧 왕자에게 가서 이 이야기를 전하고 함께 바닷가로 헤엄쳐갔어요.
그리고 둘은 서로 꼭 껴안았죠.
공주는 약물을 마셨고 왕자는 마법사가 준 칼로 스스로 삶을 마감했어요.
한참 후 눈을 뜬 이브 공주는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어요. 왕자님은 보이지 않았죠. 이브 공주는 자신의 꼬리 대신 다리가 생긴 것을 발견했어요. 두 발로 일어서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조금 뒤뚱거렸지만 곧 걸을 수 있었어요. 그러나 막상 옆에 왕자가 없자 이브 공주는 슬펐어요. 그렇지만 왠지 자신을 포근한 기운이 감싸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어요. 영혼이 된 왕자가 옆에 있어 주었기 때문이었죠.
공주는 그것을 알아차렸고 기쁜 마음으로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을 거 같았어요. 그렇게 이브 공주는 인간으로서 새 출발을 위해 마을을 향해 힘차게 걸어갔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