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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민 김소영 Oct 02. 2024

장례를 통한 인생 공부

아는 만큼 하면 된다

얼마 전 시아버님의 장례를 치렀다.

시어머님, 친정아버지에 이어 치른 세 번째 장례식이었다.



"아버님, 주무시다 아프지 말고 편안하게 가세요~"

감기기운이 있던 아버님께 한 마지막 말이었다.


폐섬유증을 앓다 돌아가신 시어머님, 돌아가실 때까지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한 어머니 곁을 지키던 난 어머님과 함께 매일 숨이 막혔었다.

제발 아버님은 편안하게 돌아가셨으면 하던 나의 바람대로 주무시다 편안하게 돌아가셨다.


"그래, 그럴게~"

하시더니 그렇게 나의 바람대로 해주신 모양이다.


돌아가신 아버님 모습은 정말 잠을 자듯 편안한 모습이었다.

"아버님, 정말 감사해요."

남이 보면 시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감사하다니 나쁜 며느리 같아 보이겠지만 누가 뭐라 해도 아버님께 정말 감사했다.


"다시는 이 세상에 태어나고 싶지 않은데 어떻게 하면 되는 거냐?"

어머님을 떠나보내시고 부쩍 당신의 다음 생을 걱정하셨다.

"아버님, 아버님께서 바라시는 마음을 계속 품으시고 돌아가실 때 부처님께서 잘 인도해 주시길 기도하세요."

매일 부처님께 기도를 하시던 아버님.

"그렇게만 하면 되는 거냐?"

뭔가 석연찮아하셨다.

"네, 아버님 돌아가시면 아버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가시게 제가 아미타부처님과 지장보살님께 잘 부탁드릴게요. 그리고 공부해서 49일 동안 제가 잘 기도하고 안내해 드릴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제야 아버님께서는 안심하셨었다.


매일 새벽, 아버님을 위해 기도를 드리고 있다.

아니, 나를 위한 기도를 하고 있다.

걱정이 많으시던 아버님을 위해 시작했던 49재 공부를 통해 인생에 대한 공부가 깊어짐이 느껴졌다.

매일 새벽기도를 통해서도 알아가는 게 얼마나 많은지 또 한 번 감사할 일이다.


남이 아무리 돌아가신 분을 위해 기도를 해드려도 망자가 살아생전 한만큼 알아차리고 그만큼 인도될 수 있음을 알았다.

아버님을 위해 공부하고 기도를 한다고 하지만 나에게 공부되는 것이 너무 컸다.

공부하던 경전이나 책들을 통해 살아생전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크게 깨닫게 하는 시간이었다.


한 사람의 마지막을 치르는 장례는 기쁠 수만은 없겠지만 나에게는 그분들의 장례식을 통해 당사자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장례식에 오시는 분들과의 관계가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이상하리만큼 예전에 있었던 일들이 풀어지고 감사하며 정리되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장례식이 슬프지만은 나쁘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감사할 수 있는 감사의 장이 되고 있다.

 

아버님께 감사하는 마음이 커서인지 영정사진의 아버님 모습은 너무나 해맑게 웃고 계셨다.

장례식에 오셨던 많은 분들이 아버님께서 정말 편안하게 잘 가신 모양이라며 웃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하신 것을 보니 나만 느낀 게 아닌가 보다.



장례를 통해 사람에게 마지막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는다.

신에게 바라는 기도를 한다고 그리되는 것이 아니라 천국을 믿고 그리면 천국으로 갈 것이고, 극락을 믿고 그리면 극락을 갈 것이며, 나쁜 짓하면  지옥을 갈 것이라 믿으면 그리 될 것이니 내가 바라는 바를 믿고 그리면 바라는 곳으로 가게 됨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아는 만큼 믿음이 생길 것이니 누구나에게 강요할 것도 없고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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