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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엄마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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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나 Sep 12. 2021

출산'안'장려합니다

결혼하고 두 달만에 첫 아이를 임신했다. 가족계획 참견을 들을 틈이 없었다. 

첫 아이를 낳고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그래도 둘은 있어야지'였다. 아이 친구 중에 형제가 있는 엄마는 어김없이 '둘째는 사랑이야. 너무 예뻐'라며 나를 볼 때마다 둘째 장려운동을 펼쳤다. 지나가는 할머니, 할아버지도 한 마디씩 보태셨다. '다음엔 딸 낳아야겠네', '둘째는 안 낳아?' 그럴 땐 '생기면 낳으려고요'라고 말하면 더 이상 오가는 말이 없었다. 


결혼하면 출산은 꼭 해야 할까. 나는 한 번도 고민해 본 적이 없다. 당연히 아이가 있는 삶이 더 행복할 것이라 생각했고 아이를 갖지 않을 뚜렷한 이유가 없었다. 원하는 대로 두 아이의 엄마로 잘 살고 있다. 그럼 나도 남에게 출산 장려를 하겠느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아니오'다.


난 혼자 살아본 적이 없다. 부모님과 살다 동생과 함께 출가 해 결혼했다. 외적으로 외로울 일이 별로 없었고 내적으로도 외로움을 크게 느끼는 편이 아니다. 이런 내가 평생 가장 외로웠던 순간은 임신 기간이었다. 임신은 모든 것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나만 계속 변한다. 단시간 내에 최대 몸무게를 찍으며 소소한 일상을 방해받는다. 통돌이 세탁기 바닥에 있는 빨래 꺼내기, 허리 숙여 발톱 깎기, 천장 보고 누워 바로 자기, 아침까지 안 깨고 자기 등 생각보다 다양한 불편함이 생긴다. 

임신하면 마음이 편해야 한다는 말과 달리 불안한 마음과 자책의 연속이었다. 이걸 먹어도 될까 저건 먹어도 될까 고민이고, 다중 시설을 이용할 땐 괜히 몸이 움츠러든다. 늘어난 주변의 걱정과 참견을 웃음으로 무마하다 보면 도인이 되어 가는 것 같다. 회사에서 배려를 받아도 마음이 편치 않고 혹시 나의 임신이 민폐가 될까 '괜찮아요'를 습관처럼 내뱉었다. 이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려니 퍽 외로웠다. 퇴근하면 저녁을 차려주고 병원을 함께 가며 언제나 내 편인 남편이 함께 였지만 내가 겪는 모든 일을 함께 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나에게 일어나는 변화는 그저 오롯이 나 혼자 감내해야만 했다. 


출산 후 육아는 양분화되었지만 나의 삶도 양분화되었다. 엄마 이전의 삶과 엄마인 삶이 공존한다. 마치 이민을 온 것 같다. 몸은 이민국에 있어 그 나라에서 생활 하지만 여전히 한국인인 것처럼. 육아를 하며 주 언어가 변하고 주변이 아이의 인맥으로 채워지지만 이전의 나의 삶도 여전히 존재한다. 10대 20대를 함께 보낸 친구, 함께 일하는 동료, 내가 하는 일, 내가 좋아하는 일 등은 그대로다. 이 모든 것을 사이좋게 가져가면 참 좋겠지만 둘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다. 나에게 집중했던 시간이 반토막의 반토막이 나면서 더 열심히 더 부지런히 살아야 한다. 


'둘째는 알아서 큰다'라는 말을 믿진 않았지만 둘째를 낳아보니 키워줄 거 아니면 그런 무책임한 말은 하지 말라고 하고 싶다. 결혼과 육아는 현실이라지만 끝판왕은 두 아이 육아다. 언젠가 둘째를 낳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나의) 엄마에게 맡기고 유치원 간 첫 째를 기다리며 커피숍에 앉아 노트북을 열었다. 순간 느껴지는 쾌적함에 내가 지금 무슨 짓을 저질렀나 육아를 다시 시작하다니 앞날이 까마득했다. 그런 생각이 들어 아이에게 미안했다고 남편에게 말하자 남편은 매일 아침 출근하며 같은 생각을 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 아이에게 받는 무조건 적인 사랑은 부모에게 받는 사랑과 또 다르다. 부모의 사랑엔 귀여움, 예쁨, 걱정, 불안 등 다양한 감정이 섞여 있지만 아이의 사랑은 그 자체로 순수하다. 세상에서 이런 값진 사랑과 행복은 그 어떤 것과도 대체될 수 없다. 하지만 내가 그렇다고 한들 모두가 똑같다고 말할 수 있을까. 육아는 늘 힘들고 늘 행복하다. 행복이 보장된다고 함께 오는 희생과 어려움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아이를 낳지 않겠다 결정했다면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하고 싶다. 아이를 낳겠다고 결심했다면 육아 동지 환영한다고 말해주겠다. 아이를 낳고 싶지만 고민된다면 잘할 수 있다고 응원한다. 그 누가 어떤 삶이 더 가치 있다고 재단할 수 있겠는가. 우리 모두 저마다의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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