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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H Mar 18. 2024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4

우리는 얼마나 더 가까워졌을까

사람들은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아무리 좋아하는 것이라도 그것이 나의 업이 되는 것은 다르다. 평생을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았던 것도 그것으로 돈을 벌기 시작하면 결국 하나의 수단이 되어버릴 뿐이라는 맥락을 말이다. 


나는 이 말에 회의적이었다.


좋아하는 일을 매일 할 수 있고 거기다 돈까지 번다는데. 그리고 같은 것을 매일 하다 보면 실력이 늘 테고 그럼 좋아하는 것을 더 잘할 수 있을 텐데. 물론 감내해야 할 부분도 많겠지만 그보다는 얻을 수 있는 부분이 더 많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지속가능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어떤 일이든 나에게 맞고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선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나의 평생의 꿈이던 일을 찾아갔다. 


어떤 일을 하든 그 안에서 상처를 받는 상황은 생길 수 있다. 이전 직장에서도 그랬다. 나를 힘들게 하는 상황들이 있었고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발생했다. 빌런이 나가면 또 다른 빌런이 들어왔고 그 빌런들은 자기가 빌런이라는 사실은 모른 채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했다. 


문제는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아보니 좋아하는 일이 주는 상처가 다른 일을 하면서 받았던 상처보다 오래간다는 것이다.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 것은 그동안 쌓아온 판타지를 하나하나 깨 부셔가는 과정이었다. 나의 견고했던 성 하나가 무너졌다.


그래서 사람들이 얘기했는지도 모르겠다.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지 말라고. 어쩌면 사람들은 누군가의 판타지를 지켜주고 싶었던 걸까.


더 좋아하고 싶고 더 많은 시간을 쏟고 싶어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았는데 이것은 자꾸만 나를 밀어내려 했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가 끝나면 더 이상 이 일을 좋아하지 않게 될까 봐 두려웠다.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 것은 그런 것인 것 같다. 끝없는 짝사랑을 하게 되는 것. 그 일은 나에게 끝까지 상처만 줄 수도, 끝없는 짝사랑에 지쳐 내가 먼저 나가떨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은 짝사랑을 멈추지 않기로 했다면 더 멀어지지 않도록 열심히 쫓아가야 한다. 그럼 언젠가 나를 향해 웃어줄 날도 한 번은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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