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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럽여관 Jan 17. 2022

[스타트업 저널 #3] 시작을 앞둔, 시작하는 당신에게

처음 창업할 때 알았다면 좋았을 것들 3 + 책 추천 3권



➲ 큰 카테고리

1. 돈(자본금)

2. 아이템(사업 전략)

3. 사람(팀)






1. 자본금


돈을 버는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서, 그때까지 버텨낼 돈이 있어야 하는 스타트업의 숙명


일반 창업과 스타트업 창업 사이에 여러 차이점이 있겠지만, 가장 큰 차이는 일정한 돈(시간, 노력 당연)을 쏟아부었을 때, 성장 곡선을 J 커브로 그릴 수 있느냐 없느냐가 이 둘을 가르는 큰 항목일 것이다. 


*스타트업 씬에서 '제이 커브'는 창업 이후 살짝 딥을 겪고(시제품 개발 및 출시 준비 단계, 아직 매출은 없지만, 개발에 지속적 투자가 필요함) 이후 쭉 치고 올라가는 성장 곡선을 가리킨다.  

스타트업 J 커브 (by 시럽여관 @syrupinn)

나는 '정부 지원 사업 통해서 초기 자금 확보하고 투자 유치하면 되겠지'라는 달뜬 상태로 첫 스타트업을 시작했다. 감사하게도 크고 작은 지원 사업에 합격했고, 또 크고 작은 대회에서 상금을 받으며 사업자 등록과 동시에 초기 자금 확보를 시작했다. 이론상으로는 계획대로 된 것 같다. 이론상으로는.


하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지원금은 사용처에 대단한 제약이 따르고, 따라서 정말 필요한 곳(인건비)에 돈을 쓰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 (내부 인력 인건비 지급이 안 되니 불필요하게 외주로 진행해야 하는 문제 발생) 또한, 지원사업의 경우 대표가 내야 하는 자부담금이나 사업비 지원이 불가한 부가세 등의 비용이 생기는데 이를 창업 멤버가 부담하다 보면, 그러니까 금전적 자본이 없이도 창업이 가능할 거라는 생각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것이었는가를 깨닫게 된다. 


또 직원을 고용하면서부터는 매달 고정적인 버닝이 커질 수밖에 없는데, 어느새 가진 모든 시간과 유동 자금을 긁어모아 회사의 명줄을 하드캐리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 십상이다.


인터넷상에서 뭐 단군 이래 창업하기 가장 좋은 시대라느니, 이런저런 지원 사업으로 마치 땡전 한 푼 없이도 사업을 하는 게 가능한 것처럼 광고하는 사람들이 있다. 여러 지원 사업이 잘 마련되어 있기는 하다. 단, 그래도 어느 정도 자본금이 있는 상태로 시작해야 한다. (정부 지원 사업은 추천하는 편인데, 별도의 글에서 중점적으로 다뤄보겠다.) 


사업에 따라 자본금의 규모가 다르겠지만, 다시 돌아간다면 아이템 초기 개발 시간/비용과 이를 위해 필요한 내부, 외부 인력의 숫자와 비용을 계산하고 개인 자금으로 어디까지 커버할 수 있는지 계산해볼 것 같다.


개인이 투자하는 자본금만으로 얼마나 사업을 운영할 수 있고, 또 그 경우 어느 지점에 가 있을지, 그래도 계획이라도 하는 게, 막연한 희망을 가지고 뛰어드는 것보다야 비할 수 없이 나을 테니.





2. 아이템


앞서 언급한 '자본금' 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데, 시장의 반응은 생각보다 더딜 수도 심지어는 예상과 전혀 다를 수도 있다. 한 번의 시도 끝에 꺾여 사라질 것이 아니라면, 계속 피버팅을 하며 사업을 지속하고 싶다면, 속된 말로 '존버'하며 데쓰밸리를 견뎌야 한다. 


어떻게?


내가 개발하고 싶은 상품 A의 개발에 2년여가 걸린다면, 2년을 버틸 자금이 필요하다. 개발되면 세상을 바꿀 무언가이지만, 어쨌든 개발이 완성되어 출시되기 전까지는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다. 앞서 말한 것처럼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 또는 계산된 자기 자본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2년을 보낼 수도 있다. 그게 아니라면 대표는 자금 조달을 위한 '지원서 작성 - 발표(피칭) - 미팅 - 미팅' 과정에 계속 시간과 에너지를 써야 한다.


물론 대표는 이 과정에서 굉장히 성장한다. 사업 계획서를 점점 조리있는 언어로 쓰게 되고, 1분/5분/10분 상황별 맞춤 발표를 준비하고.... 자신의 사업을 더 또렷한 눈으로,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게 되는 경험을 반복한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혼란스러울 수 있다. 사업으로 돈을 벌 방법을 궁리하고 나아갈 방향을 그리기보다는 다가오는 마감일에 맞춰 지원서를 제출하고 발표를 준비하게 되기 때문이다. 지원 사업의 경우에는 요구되는 교육을 이수하고, 사업비 사용 증빙 보고서를 쓰다 보면 시간이 훅훅 간다. 그러다 보니 사업 자체에 신경 쓸 시간과 여유가 많이 없다. 자금 조달과 경영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어렵다는 말이다. (팀이 조금 크고 업무 분담이 잘 되어 있다면 상황이 다르다. 우리 회사의 경우에는 2~3인이 사업 기획부터 개발, 마케팅, 사업화까지 모든 것을 직접 하여 1인당 워크로드가 상당했다.)


다시 창업할 때는, 개발과 출시까지 시간이 한참 걸리는 아이템을 개발하는 쪽으로 바로 방향을 잡기 전에, 빠르게 개발하고 수익화가 가능한 사업을 먼저 고민하고 전략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2년을 쏟아야 개발할 수 있는 아이템인데, 2년을 버티는 것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결국 빛을 볼 수 없는 아이디어다. 아쉬워할 것도 없다.)





3. 사람


1년 넘게 스타트업을 경영하면서 결국 사람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짐 콜린스의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드는 비유를 가져오자면, '이 버스(회사)에 적합한 사람을 태웠는가'가 거의 전부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적합한 사람이 타고 있기만 하면, 버스의 목적지가 바뀌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게 많은 투자사가 아이템만큼이나 때로는 심지어 아이템보다도 팀을 중요하게 평가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이때 '사람'이란 특히 공동창업 멤버 또는 초기 팀 구성원을 가리키는데, 나중에 다시 팀을 모아 창업을 한다면 최소한 아래의 기준을 충족하는 사람들만 버스에 태워 운전대를 잡을 것이다. 


1) 업무 역량이 충분한가


기본 중의 기본이다. 특정 직무가 필요로 하는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능력이 있는 사람. 


그런데, 스타트업에서는 여기에 더해 전에 해본 적 없는 새로운 업무를 하게 됐을 때, 얼마나 진취적으로, 오픈 마인드로 그 업무를 해내느냐가 중요한 자질이 된다.


스타트업은 모든 것이 철저하게 분담된 대기업이 아니다. 특히 초기에 가까울수록 내 일, 네 일의 구분이 없고, 일을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을 확률이 높다. 알아서 할 일을 찾아서 하고, 스스로 무언가를 배우고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알고 재량껏 그것을 사용해야 한다. (이 맥락에서 나는 작은 성취라도 많이 해본 사람을 좋아한다. 성취를 특별하고 대단한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것으로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 배우고 해내는 능력이 부재할 경우, 새로운 업무가 주어질 때마다 그것을 스트레스로 느끼게 된다. 그러다 보니 이런 사람은 갈수록 부정적인 언어를 많이 사용하고 불평을 많이 한다. 




2) 소프트 스킬을 가진 팀 플레이어인가


혼자 일할 때는 능력이 있는 것 같은데, 팀으로 일하는 상황에 가면 영 역할을 못 하는 사람들이 있다. 먼 바다 외딴 섬에 들어가서 철저하게 혼자 일하는 게 아니라면, 이 사람은 능력은 있을지언정 회사에서는 가치가 없는 사람이다. 이런 존재는 팀의 나머지 유능한 인원의 사기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빠르게 파악하고 정리해야 한다. 


나의 경우, 자신의 직무에 대한 자부심이 비뚤어지게 강해 본인이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이 팀에 있었다. 그런 견해는 불가피하게 다른 사람의 업무를 열등한 것으로 만들었고 나머지 팀원의 사기를 저하했다. 이 사람은 그런 태도 문제를 시작으로 비슷한 결의 커뮤니케이션 문제, 사람/관계와 관련된 이슈를 연이어 일으켰다. 


팀으로 일할 수 있는 능력이라 함은 모든 팀원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열심히, 중요한 일을 하고 있음을 이해하고 그를 바탕으로 배려하는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음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을 소프트 스킬이라고볼 수 있을텐데, 문제 해결 능력, 협업력, 의사소통 능력을 모두 포함한다. 




3) 성숙한 직업인인가


어쩌면, 일희일비일노하지 않는 능력과 같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일을 하다 보니, 특히 몸집도 방향도 빠르게 변하는 스타트업 업무 환경에서 무슨 일마다 기뻐하고, 슬퍼하고, 화내는 것이 소모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Celebrate Wins', 성공을 축하하는 문화가 나쁜 건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조금 과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보통 일할 때 원체 감정 동요가 많지 않은 스타일이라서 그런지, 일터에서 감정 동요가 심한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게 유난히 피로하게 느껴졌다. 일할 때 사고 회로가 '이럴 수도 있구나, 일을 하다 보니 이런 일도 생기는구나, 이런 문제가 있구나 →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로 차분하고 의연하게 흐르는 것을 지향한다. 


외주 업체와의 커뮤니케이션 미스로, 서비스가 시장에서 반응이 없다는 이유로, 내가 시간을 쏟아 만든 상품이나 서비스를 사이트에서 끌어내리고 방향을 전환한다는 이유로 감정을 쏟아내고야 마는 사람이 탄 배는 속도를 낼 수 없다. 그러니까 뭐랄까, 업무 맷집이랄까, 정신의 단단함, 그런 게 있는 사람과 함께 일해야 좋은데, 이건 상당 부분 한 인간의 기본적인 맷집에서 연결되는 것 같다.


사심을 빼고 이성적이고 냉철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대처해야 한다. 일은 일이다. 회사는 동호회가 아니고, 사업은 장난이 아니다. 


길게 썼지만, 요약하면 업무상 요구되는 스킬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선의를 가지고, 차분하고 강단 있게 일하는 사람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 




많은 스타트업 대표님이 어디에서 어떻게 좋은 직원을 뽑아야 하나(요새는 로켓펀치를 제일 많이 쓰는 듯), 그리고 뽑고 나서는 어떻게 조직문화를 만들며 나아가야 하나 고민한다. 나 역시 아직 더 좋은 답을 찾고 있다. 여정에서 내가 읽었던 책 중에 생각을 더 또렷이 하는 데 큰 도움이 된 책 세 권을 추천한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by 짐 콜린스 

     경영자의 입장에서 어떤 리더가 되어야 할 지 고민할 때 좋은 벗이 되어주는 책. 특정한 이미지의 리더가 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책이라 힘을 얻었다. 


<일을 잘한다는 것> by 야마구치 슈 & 구스노키 겐

      직급을 막론하고 일을 잘하는 사람의 특징을 '감각'이라는 키워드로 보여주는 책. 일하는 사람으로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겠다 다짐도 하고, 지금까지 어떤 동료, 리더, 팀원이었는지 돌아보고 성찰하게 해준 책이다.


'NO RULES RULES: NETFLIX and the culture of Reinvention' by Reed Hastings and Erin Meyer

       첫 번째 책과 곁들여 읽기 좋은 책으로 자율성과 조직 문화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시야를 넓혀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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