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할 때마다 배터지게 욕 먹는 견주의 하소연
"아씨 재수없어"
"어쩜 얘를 저렇게 키웠대?"
"왜 저런 애를 밖으로 데리고 나와?"
5개월 전 블리를 입양했다. 블리는 2번의 파양을 겪은 파양견이다. 첫 번째 주인은 재택근무를 하면서 강아지를 입양했지만 다시 출근을 해야해서 파양했고, 두 번째 주인은 아이들이 강아지를 좋아해서 입양했지만 분리불안이 너무 심하고 짖음이 심각하다는 이유로 파양했다. 그렇게 아픈 상처를 지닌 채 우리집으로 온 블리는 여전히 분리불안이 심해서 잠깐만 혼자 두어도 온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거나 내내 짖으며 가족을 찾는다. 사회화 교육을 제대로 못 받은 탓인지 사람이든 강아지이든 오토바이든 가까이 다가오는 이를 향해 맹렬히 짖어댄다. 그래서 블리와의 산책은 전쟁이다.(모든 파양견과 유기견이 블리처럼 분리불안이 심하거나 짖음의 문제가 있는 게 아니에요. 오해하지 마세요)
목청도 큰 탓에 블리가 짖기 시작하면 반경 50m 사람들은 모두 우리를 쳐다본다. 사람들은 자신을 향해 짖는 개에게 참지 못하고 분노를 쏟아낸다. 작은 목소리로 읆조리며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부터 고함을 치거나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위협하는 사람까지. 산책을 하고 돌아오면 나나 블리나 온 몸에 힘이 빠져 한 동안은 누워있어야 기운을 차릴 수 있다.
개가 짖으면 당연히 시끄럽고 겁이 날테다. 그래서 죄송하고 그래서 항상 주춤한다. 매일 산책을 시키고 싶지만 언젠가부터 사람들의 눈초리에 겁에 질린 나는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밖에 블리를 데리고 나기지 못한다. 그럼에도 사회화를 키우기 위해서는 자주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길래 목줄을 짧게 쥐고 입마개도 시도해보면서 산책을 포기하지 않았지만, 혼자 아이를 데리고 나가서 겪는 다양한 언어적 폭력에 요즘 나는 많이 지쳐있다.
블리가 개가 아니라 아이였어도 이렇게 무례할 정도로 적개심을 드러내는 사람이 있을까? 아니, 아이라고 다를 게 있을까? 노키즈존, 노시니어존, 노틴에이저존... 유난히 타인에게 매정하고 잔인한 시대다. 식당에서 우는 아이를 보며 아이는 원래 울면서 크는거라고 태연했던 그 시절이 그립다. 우리 또한 그렇게 타인의 배려와 이해 속에서 커왔을테니까.
오늘도 산책을 하며 또 욕을 배터지게 얻어 먹었다. 죄송해요. 그래도 저는 이전 견주처럼 키우기 힘들다고, 애가 너무 짖는다고, 사람들의 민원이 심하다고 해서 저희 아이를 포기할 수 없어요. 목줄을 꽉 잡고, 입마개도 채우고, 교육도 시켜서 절대 다른 사람이 다치지 않도록 할게요. 그러니 잠깐 시끄럽더라도 조금만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