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유아 및 청소년 교육 관찰” 이라는 수업을 통해 헬싱키 시내의 Hei schools (헤이스쿨스) 라는 유치원에 교육 및 시설 참관을 가게 되었다.
Hei Schools 은 핀란드 뿐만이 아니라 영어를 함께 공식 언어로 사용하고 있는 유아 시설인데 우리나라로 치면 영어(국제)어린이집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 곳의 정식 시설 분류은 Day Care Center, 즉 아주 어린 아이들 (만 0세, 10개월) 부터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의 아이들 (만 5~6세) 을 담당하는 교육 시설이라고 할 수 있다.
헬싱키 대학교 출신의 디자이너, 유아 교육 전문가, 교수 등 4명의 합심으로 설립된 Hei Schools 는 아이들의 행복과 호기심, 미래를 위한 준비를 모토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핀란드에는 지부가 하나밖에 없지만 더욱 큰 규모의 Hei Schools가 헬싱키 시내에 건설 중이며, 전세계 곳곳에 뻗어있는 핀란드 유아 교육의 대표적인 수출 모델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개인에 의해 설립되었더라도 국가 공식 커리큘럼(National Core Curriculum)을 근거로 한 교육 시설을 지향하고 있다면 정부에서 공적 지원금이 나오는 만큼 Hei schools 도 정부의 펀딩을 받고 있다.
이곳의 부모들은 거의 무료로, 출산 휴가가 끝나는 시점에 맞추어 Day Care Center에 아기들을 보내곤 한다. 아직 걷지도 못하는 나이로 입학하여 센터에서 첫걸음마를 떼는 아기들도 많다. 부모들은 소득에 따라 서로 다른 돈을 낸다. 그러나 보통의 일반 부모들에게는 아주 적은 돈이 부과되고, 아무리 부자더라도 최대 290유로 (*the maximum daycare fee for one kid can be no more than 290 euros monthly_출처Childcare and early education in Finland), 한화로 약 38만원을 내게 된다.
점심 및 아침 식사는 무료이며(단 아침 식사를 하고 싶다면 8:30부터 9시 이전에 도착해야 한다고 한다.) 하루 2회의 야외 활동이 권장된다. 여러가지 독특한 점이 많아 3차례에 걸친 포스팅으로 Hei School을 자세히 살펴볼까 한다.
이번 편에서는 글쓴이가 보고 관찰한 Hei school의 시설을 소개한다. 과연, 핀란드의 유아 교육은 어떤 시설에서 이루어지고 있을까? 호기심 어린 관찰자의 눈으로 따라가보았다.
정문에 처음 들어서면 보이는 공간
Hei School의 정문에 들어서면 보이는 것은 추운 북유럽의 도시답게 겨울 외투를 걸어둘 수 있는 옷걸이와 신발장들이었다.
여기 사진에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이 공간의 모든 벽면에, 심지어는 후문에도 이런 공간이 들어서 있다. 아이들이 밖에서 들어오거나 나가기 전에 준비하는 공간이다. 선반의 위치나 높이 등은 아이들이 고사리 손으로 하나씩 걸어둘 수 있게 되어 있다.
바닥은 푹신푹신한 카펫으로 감싸여있고 문 앞에는 눈을 털 수 있는 공간이 별도로 있다. 아이들에게 자율성을 많이 요구하는 만큼 공간의 구성을 심플하되 기억하기 좋게, 안전하게 디자인 해놨다.
벽과 선반의 알찬 구성
또한 이곳에서는 선반 구역의 공간 활용이 눈에 띈다.
위 아래로 순서를 맞추어 아이들이 여유롭게 자기 자리를 하나씩 차지할 수 있다. 윗 선반에는 모자나 장갑들, 잡화들을 넣고, 행거에는 두껍고 긴 외부를, 그 아래에는 장화를 넣을 수 있다. 유치원에 들어가기도 전부터 아이들은 ‘분리된 나의 공간’을 배우고, 내 물건을 책임지고 정리하는 법, 다른 아이들의 공간을 함부로 침범하지 않는 법을 배운다.
다음은 우리나라로 치면 거실의 공간이다.
메인 공간. 식물들의 배치라던가 벽의 색감이 세심하다.
Hei School은 실내로 처음 들어섰을 때 아이들이 맞이할 공간을 다용도로 활용하고 있었다. 이 장소가 다용도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명확한 용도 구분 덕분이다.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구역, 분리된 놀이 수업방과 달리 화이트 톤의 넓다란 책상들을 설치해서 의자에 앉는 일체의 모든 활동은 여기에서 이루어지게 되어 있다.
예컨데, 간식을 준비한 시간에는 모든 그룹 아이들의 만남의 장이 된다. 점심을 먹는 공간이 되기도 하고, 공예나 미술 수업을 위한 공간, 혹은 아이들의 낮잠 시간을 틈타 선생님들의 회의 장소로 활용되기도 한다.
다용도로 활용되고 있는 공간. 한 쪽에서는 아이들의 간식시간을 위한 간식이 준비되고 한 쪽에서는 공예 수업이 한창이었다.
바로 옆에는 실내 활동을 위한 방이 있다.
아이들의 실내 체육관이자, 가족들의 모임, 프로젝터 상영 심지어 저 서랍을 열면 낮잠을 잘 수 있는 침대방이 되기도 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Hei School 선생님의 프레젠테이션을 들을 수 있었다. 주로 외부의 손님들이 오면 아이들의 실내 활동 시간을 피해 여기서 스피치를 한다고 한다.
이처럼 Hei school은 그리 으리으리하게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공간의 알찬 활용이 돋보였다.
다음은 Hei School의 핵심인 교실 공간을 살펴보자.
아이들의 사진들, 활동의 기록들이 붙어있는 복도를 지나면 통유리 문으로 교실의 내부가 훤히 보인다.
이 곳이 바로 아이들의 놀이 교실이다. 원목 재질의 따뜻한 색감을 가진 교실들은 프로그램의 활동내용에 따라 조금씩 다른 컨셉으로 꾸며져 있다. 헬싱키 시내의 Hei School은 총 4-5그룹 (우리나라로 치면 ‘반’ class)의 아이들이 사용하고 있고 교실방도 총 4-5개로 구성되어 있다.
교실의 내부는 아이들이 정리정돈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나름의 규칙을 가지고 구분되어 있는 장난감 키트들과 선반, 신체 활동을 장려하는 다양한 기구들이 눈에 띄었다.
또한 사진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장난감 하나하나 세심히 신경썼다고 느낀 점은 아이들이 가지고 놀던 인형들이었다.
내가 어릴 때 가지고 놀던 화려한 미인상의 인형 (바비, 미미, 쥬쥬) 들과 달리 이 곳의 아이들에게는 다양한 피부색과 생김새, 체형의 인형들이 주어졌다. 이런 면모들에서 핀란드와 Hei Schools의 교육 철학이 여실히 드러난다.
다문화 교육이라고 할 때 우리는 흔히 다문화 친구들을 존중하는 법이나 ‘다문화’의 개념을 가르쳐주는 수업을 상상하곤 한다. 시간적인 면에서는 아예 시간표의 일부를 ‘다문화 수업’을 위한 시간으로 마련해 두거나 혹은 도덕 수업 시간에 다문화 수업 시수를 포함시킨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다문화 교육이 따로 분리된 어떤 것, 우리가 따로 암기하거나 익혀야 하는 것이 아닌,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다양성의 개념을 익히고 이를 삶의 일부로 맏아들이는 연습이다.
‘이미’ 다양성에 익숙한 아이들, 그것이 내 삶과 분리된 것이 아니라 그저 자연스러운 에티튜드로 인식되는 교육을 지향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