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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다다 Nov 17. 2019

[움직이면 학습효과가 2배?] Tactiv 8의 실험

헬싱키 교육 주간 Helsini Education Week 탐방기


 헬싱키의 한 초등학교에서 Tagtiv8(Active Learning Games)의 수업 시연이 있었다. 먼 영국에서 왔다는 귀한 손님을 놓칠 수 없었다.


 5명의 참관자와 함께 한 교실 구석에 자리 잡았다.

타이완에서 왔다는 역사 선생님, 태국에서 환경 교육 캠프를 열고 있다는 스타트업, 다양한 국적과 배경의 사람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지켜본다.


 Tagtiv8은 영국의 한 교사가 만든 교육 툴킷의 이름이다. Tagtiv8은 기본적으로 전 세계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는 [신체 활동 학습(Physically Active learning, PAL)]의 이론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신체 활동 학습(PAL)은 학교에서 의자에 앉아 움직이지 않는 아이들, 교실 앞에서 딱딱하게 강의하는 선생님들을 위해 대안적으로 등장한 학습 방식이다.


PAL은 “왜 아이들은 학습하기 위해서 앉아 있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하여 신활동을 불필요한 것, 부수적인 것으로 보던 전통적인 수업의 관점을 깨는 방법론다. Bryn Llewellyn와 Andy Daly-Smith가 강연한 2018년 TED 영상에서 이의 필요성과 효과에 대해 자세히 들을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ARSCzHLF5g

<Physically Active Learning: Positive Impacts on Education Performance and Health>


 위 강연에 등장한 영국 요크셔의 교사, Bryn Llewellyn이 2012년에 창업한 교육 회사가 바로 Tagtiv 8이다. 영국도 한국과 비슷하게 암기와 시험 중심으로 공교육 커리큘럼이 짜여 있는데 교사 Bryn 은 이러한 교수법에 의문을 가지고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하던 중, 신체 활동을 접목한 수업에서 아이들의 학습 능률이 월등히 높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이에 대해서 구체적인 연구사례로 뒷받침해준 것이 바로 Leeds Beckett University의 교수 Andy Daly-Smith이었다.


그 둘의 협력으로 수학과 언어 수업의 새로운 학습 방법이 고안되고, 여러 시행착오 끝에 등장한 것이 바로 지금의 Tagtiv8 교수법이다.


 오랜 교사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게임이라 그런지 아이들의 흥미와 배움의 접점을 잘 찾아냈다. 이하는 Tagtiv8의 홈페이지 주소. 들어가면 다양한 연구 결과와 수업 장면들을 볼 수 있다.


https://tagtiv8.com/

홈페이지의 대문



아래는 직접 본 수업의 시연이다. 중심에 앉은 중년의 남성이 바로 창립자 Bryn. 헬싱키 교육 주간과 HundrED 교육 컨퍼런스를 위해 직접 핀란드에 찾아왔다고 한다.


수업을 시작하는 Bryn


수업의 진행 방식은 다음과 같았다.

먼저 교사는 아이들을 모아 규칙에 대해 설명한다. 인원이 많은 만큼 4팀으로 나누어 2팀씩 게임을 진행하기로 했다.

오늘의 수업 주제는 ‘언어’이다. 영어, 핀란드, 스웨덴어를 Tagtiv8의 수업법을 이용해서 배워보기로 하였다.

준비물은 1) 인원수에 맞는 찍찍이 허리띠, 2) 숫자나 알파벳이 프린팅 되어 있는(수업의 주제마다 다른 종류를 사용한다고 한다) 길쭉한 Tag 천, 3) 밴드가 담긴 Tagtiv8 상자, 4) 빈 비닐봉지이다.




먼저 아이들의 허리에 Tag를 붙일 수 있는 찍찍이 허리띠를 둘러매고 아이들의 허리에 빨간색, 노란색 Tag 천을 붙인다. 언어 수업인 만큼 천에는 알파벳이 한 글자씩 프린팅 되어 있다.



각 팀은 5~6명이 한 팀이다. 그중 두 사람을 뽑아 한 사람은 Tagtiv 박스를, 한 사람은 빈 비닐봉지를 든다.


게임의 규칙은 간단했다. 아이들은 상대편으로 달려가 허리에 붙여진 Tag 천을 떼어내서 자기편으로 가져와야 한다.

Tag를 뺏으면 자기 팀으로 돌아와 비닐봉지에 넣고 비닐봉지를 들고 있던 아이와 자리를 바꾼다. 또한 상대에게 Tag를 뺏긴 아이는 박스에서 다시  Tag를 꺼내 허리띠에 붙이고 박스를 들고 있던 친구와 자리를 바꾼다. 결국 가만히 있거나 고정된 역할 없이 모든 아이들이 활발히 움직일 수 있는 게임이었다.


신나게 뛰어노는 아이들



 열심히 뛰어 태그들을 모은 아이들이 그룹별로 모인다. 지금까지 수업에서 배웠던 단어들을 이용해서 영어, 핀란드, 스웨덴어로 단어를 만드는 연습을 한다. 핀란드어 단어는 1점, 영어와 스웨덴어 단어는 2점, '행복'과 관련된 단어를 만들면 3점이라고 하니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Tag 띠들을 펼쳐놓고 고민한다.



 적극적으로 다른 아이들과 의견을 나누고 이리저리 위치를 바꾸기도 한다. 한창을 골똘히 의논하면서 만들고 없애는 단어만 수십 개다. 시간이 빠르게 흐르고 어느새 끝날 시간이 되었다. 완성된 작업을 보니 4개의 그룹이 전부 다른 단어들을 만들어냈다. 다 같이 일어나 가지런히 모여있는 단어들을 보며 지난 수업 시간의 내용들을 복습한다.


한 그룹의 완성작



수업이 전부 끝나고, Bryn에게 게임을 만든 이유에 대해 물어보았다.


움직이며 배우는 것의 효과가 이미 연구로 검증되었는데 여전히 학교 의자에 앉아있는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답답했다고. 결국 자신이 가르치던 학교를 그만두고 회사를 만들었다고 한다.


먼 타국의 이방인을 붙잡고 영국 교육의 문제점을 토로하는 CEO의 머리가 희끗하다. 백방으로 노력해봤지만 바뀌지 않는 수업 문화에 점점 의뢰하는 학교가 줄고 있다고.


위로의 말을 골라보다가 입을 다물었다. 어떤 기약도 장담할 수 없었다. 다만 이 시도들을 아는 사람이, 알리려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이 노로한 혁신가에게 정서적으로 지지가 기를 바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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