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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sadan Parker Apr 03. 2022

도시재생을 말하다 11. 부산 깡깡이마을

2017.4.3 작성


1. 들어가며  



 삼진이음에서 일정을 마친 후 깡깡이마을의 활동가들에게 초대를 받았다. 함께 간 일행들과 관광이나 하다 갈까 했지만,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마을이기도 하고 초대하는 활동가들의 의지가 워낙 강해서(..) 동행하기로 결정.

삼진이음에서 도보로 15분 정도 떨어져 있는 깡깡이마을은 녹슨 배의 표면을 벗겨내는 일을 하던 곳이다. 19세기 말부터 조선소가 있던 영도인 만큼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이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것들이 노후되고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 현실. 이런 배경에서 도시재생 사업이 들어왔다. 




2. 깡깡이예술마을


깡깡이 마을 사무소에 들어오기가 무섭게 주민설명회에 참여했다. 적극적인 초대는 동원이 목적이었던 것이었던 것인가. 도시재생사업답게 아저씨, 아줌마,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함께한 설명회. 내가 일하는 상황이 아니어서 재미있게 들었다. 


1) 사업소개

ㅇ. 위치와 범위 : 영도대교 건너자마자 있는 영도. 크지 않은 마을에 2,700여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ㅇ. 핵심 사업

① 영도 도선 복원 프로젝트 : 옛날, 영도와 부산을 잇는 다리가 없었을 땐 영도를 오가는 배가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두 개의 다리가 영도구를 연결하고 있어 실효성이 없지만, 관광상품화할 의도가 있다고 한다. 사진 속 자갈치시장과 영도 깡깡이마을을 잇는 배가 다니는 선착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하지만 자갈치시장의 선착장이 사라졌다는 것, 물살이 생각보다 세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등장했다. 지금은 차선책으로 깡깡이마을을 둘러보는 유람 코스를 개발 중이라고. 


②퍼블릭 아트 프로젝트 : 마을의 이야기와 문화재를 담은 예술품을 마을 곳곳에 설치하고 있다. 이런 칠 프로젝트를 포함해서, 상징물 및 조형물 설치 등 상당히 많은 예술품들이 있다.


③ 마을 박물관 프로젝트 : 마을의 역사와 깡깡이 작업 등을 아카이빙 한 장소. 향후 마을 투어 거점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대구의 어떤 공간이 모티브라는데, 안 가봐서 모르겠다. 박물관에 모든 것을 담는 것이 아니라 마을 전체가 박물관이 되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이 특이점.


④ 문화사랑방 : 주민들의 소통을 위한 공간으로 운영할 계획. 특별히 보충 설명할 내용은 없다. 

⑤ 공공예술 페스티벌 : 공공예술품은 설치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이를 기반으로 하는 예술축제를 개최한다. 이것도 다소 난해한 부분이 많아 구체적인 내용은 생략.

⑥ 깡깡이 크리에이티브 : 가장 흥미로운 사업이다. 지역 고유의 정체성을 재조명하는 통합적인 이미지 개발과 홍보영상기념품 제작 등 마을 브랜드 개발과 홈페이지 운영, 마을신문을 발간하여 주민들의 자긍심을 높인다는 사업. 지역브랜드 구축에 애쓰는 모습이 좋다.



3. 마을 견학


현장 센터는 예전에 동사무소 등 공공용도로 사용했던 건물이다. 지금은 외관을 꾸며 현장거점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녹이 많이 튀는 깡깡이마을. 녹을 뒤집어쓰는 것을 피하기 위해 차마다 비닐을 씌워놨다.


거대한 배들이 수리 및 깡깡이질을 위해 깡깡이마을에 온다. 이를 위한 장비들이 구비되어 있다. 


깡깡이의 효능(?) 왼쪽은 깡깡이질이 끝난 배, 오른쪽은 아직 대기 중인 배.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회사도 많고 작업하시는 분들도 많다. 힘든 일이다 보니 다양한 국적의 해외 노동자들이 많았다. 한국 노동자들도 대부분 나이 드신 분들. 얼마 뒤면 이 일도 한국인의 일자리가 아니게 되겠구나.


러시아 국적의 배가 많았다. 표지판에도 러시아어가 종종 보이고, 마을에는 항상 술에 취해있는 러시아 선원들이 많다고 한다.


지금 보이는 건물이 깡깡이마을 박물관으로 변신할 예정. 최대한 있는 모습을 보존해서 2층 건물로 리모델링한다. 


마을에 있는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일제시대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로, 길게 보면 백 년은 된 건물이다. 


페인트칠을 중심으로 한 퍼블릭 아트 프로젝트가 곳곳에 보인다. 이걸 칠하느라 한겨울에 서울에서 올라온 팀이 온갖 고생을 다 하고 갔다는 후문이 있었다고. 페인트칠 외에도 조형물도 많이 있다. 


공장단지에도 페인트칠을 해두었다. 이곳은 깡깡이마을의 상징성을 생각해서, 배의 녹인 갈색을 많이 사용했다고. 이왕이면 밝게 칠했으면 좋았겠다는 주민들의 의견도 있었지만, BI(브랜드 이미지)의 일관성을 위해 어두운 색을 택했다고 한다. 단순한 색칠 외에 깡깡이 노동자들의 연장, 작업 모습을 그려두기도 했다. 브랜딩에 정말 많은 신경을 쓰는 사업이다. 



답사 후기 


1. 기대되는 점

- 도시재생 사업을 이끄는 사람들의 실력이 좋다. 대외홍보, BI, 마을 관광 등 이슈화를 잘하고 있고, 35억이라는 제법 큰 예산을 규모 있게 해나가고 있다. "일이 되게 한다."라는 측면에서 확실하게 일을 해나가고 있어 이대로라면 계획서의 내용대로 일을 잘 마무리 지을 것이다.
- 마을에 자원이 엄청나다. 깡깡이질, 부두와 공장, 건축유산, 바다, 일제의 흔적, 이북 마을까지.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많아 다양한 콘텐츠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 감천문화마을이라는 선례가 있다. 실제로 활동가가 감천마을을 '산으로 간 사람들'이라고 소개한 뒤, 깡깡이마을을 '바다를 건넌 사람들'이라고 소개했다. 그만큼 감천마을을 의식하고 있다는 것. 감천마을의 선례를 발판 삼아 더 나은 사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2. 걱정되는 점

 마을의 주민은 거주민만일까? 마을을 다니면서 많은 노동자들을 만났다. 무심코 일하시는 사진을 찍었는데 한 노동자가 이게 뭐 사진 찍을 일이냐며 핀잔을 주더라. 만약 이 마을이 계획대로 예술마을이 된다면, 수많은 관광객들이 밀려올 것이다. 

그랬을 때 이 노동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감천문화마을의 경우와는 다르다. 감천마을은 철저히 주거지였고, 산간지방이어서 접근성이 떨어지기에 관광객이 밀어닥치는 속도가 더뎠다. 하지만 깡깡이마을은 공업지구를 끼고 있으며, 접근성이 꽤 좋은 편이다. 게다가 마을 관광 문화가 정착하면서 어떤 예쁜 마을이 있다 하면 사람들이 쉽게 몰려든다. 벌써부터 불화의 싹이 보인다. 예상되는 문제는 아래 세 가지.

① 주차 문제. 깡깡이마을은 공업 지구인만큼 크고 작은 차가 자주 드나든다. 이 차들이 다니는 길목에 관광객들이 몰고 온 차들이 들어선다면 일에 방해가 될 것이다.
② 노동자들이 느낄 위화감이다. 자신들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관광객들이 와서 자신들의 노동 현장을 구경한다면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③ 젠트리피케이션이다. 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을 '고급화'라고 정의한다. 마을이 발전하면서 고급화가 진행되면, 노동자들과는 상관없는 카페와 관광식당 등이 들어서게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즐겨 찾는 상가들이 없어질 수도 있는 일.

센터에서 이런 문제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물어보진 않았다. 부디 이미 대책이 있고 대비를 하고 있었으면. 


3. 총평

기회와 위기가 분명한 사업이다. 지혜롭게 잘 해낸다면 감천마을 뺨치는 부산의 대표 마을 관광지가 될 것이고, 염려했던 불화가 본격화되면 싸움터가 될 것이다. 하지만 활동가들의 실력이 워낙 좋아서 크게 걱정은 되지 않는다. 행운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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