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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sadan Parker Apr 03. 2022

도시재생을 말하다 10. 기업 주도 도시재생

부산 영도구, 삼진어묵의 대통전수방 사례


 부산 도시재생 사업들을 보러 가야겠다고 생각하던 하던 차에 좋은 기회가 왔다. 내가 속한 성북신나 사무국의 옷장(오창민)이 "부산에 강연 요청이 왔는데, 교통비를 지원해줄 테니 갈 생각이 없냐"라고 조합원들에게 공개적인 제안을 한 것. 삼진어묵이 설립한 사단법인 삼진이음에서 주관하는 행사였다. 바로 승낙하여 옷장과 또 다른 조합원, 효웅님과 함께 부산으로 향했다. 



사업 1. 대통전수방 프로젝트 



 삼진이음은 주식회사 삼진어묵에서 설립한 사단법인. 최근 들어 첫 공장이 있는 영도구 봉래동에 현장 거점 대통전수방을 개소해 본격적인 사회공헌사업을 시작했다. 대통전수방에서는 지역의 장인들과 청년들을 이어주는 프로그램들을 운영한다. 


영도에는 어묵, 칼, 정장, 국수 등 몇십 년 동안 쉬지 않고 기술과 노하우를 닦아온 장인들이 있다. 하지만 이미 은퇴하실 나이가 되어가심에도 전수해줄 대상을 찾지 못한 장인들이 대부분. 이대로라면 이 기술들은 사장되고 만다. 



대통전수방은 지역에서 일자리를 찾고 있는 청년들이 이런 장인들에게 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멋진 사업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삼진어묵 기념관 2층에 기술 전수방을 마련하여 교육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줄 계획이다. 청년들은 6개월간 기술을 배운 뒤 창업을 위한 준비과정을 거치게 되며, 창업 이후에도 다양한 것들을 지원하는 중간지원조직 역할을 수행한다. 



1호점 건너편에 있는 삼진 어묵 BAR. 수강생 청년이 창업했다. 여기서는 어묵 샐러드, 어묵탕, 어묵 닭강정 등 다양한 어묵 요리를 주문할 수 있다. 어묵 요리 개발처인 셈이다.



봉래시장. 삼진어묵이 시작된 곳이라는 상징성 때문인지, 시장 상인들과 장인들과의 협력을 중요시 여기고 있는 것 같았다. 이곳에서 청년들이 창업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지원한다. 



사업 2. 영도구 도시재생 사업 


 삼진이음은 대통전수방 사업 외에 도시재생 사업도 진행한다. 영도 부산대교 인근에는 오래된 창고들이 밀집된 지역과, 노후 주거지역이 있다. 이 지역을 대상으로 창의산업공간 조성, 창고군 파사드(외관) 정비, 역사자원 발굴, 주거지원 사업 등을 진행한다. 별도로 도시재생 대학, 통합 브랜드 등 교육과 지역브랜딩에 힘쓸 예정. 예산만 100억이 넘고, 삼진어묵 자체 파견 인력, 삼진이음 본사 매니저, 지역활동가 등 현장상근인력만 해도 인력이 많다.



현장 거점이 있는 골목에서 큰길을 건너면 도시재생사업 대상지가 나온다. 대상지는 배들이 정박해있는 부두, 십수 개의 창고들이 늘어서 있는 창고군, 뒤편의 노후 주거지를 포함한다. 사진에 영도대교, 부산대교, 자갈치시장이 보인다. 실제로 사용하는 배들도 있고, 그냥 정박해둔 채 녹슬어가는 배들도 있다. 다리를 직접 건너지 않는 한 외부인이 찾아오기에는 힘들다.



몇십 년은 되어 보이는 창고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모두 활발하게 가동 중. 조만간 이 창고 중 하나를 매입하여 청년예술가들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사용하겠다고 한다.



아파트와 창고로 가리어진 곳에 허물어져가는 노후 주거지가 있었다. 주로 항만 노동자들이 살아가는 모양인데, 주거복지가 시급해 보인다. 모두 재생지역이다. 


+도시재생 사업 추가정보 


1) 사업 추진경과

- 2015년 4월 국토교통부 도시재생사업 공모신청

- 2016년 4월 지원대상지역 확정

- 11월 도시재생활성화계획 승인

- 2017년 2월 현장지원센터 개소


2) 현장지원센터의 역할

- 중간지원 조직 : 영도구청 도시재생 추진단과 삼진이음이 함께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는 현장 중심형 중간지원조직

- 역할 : 대통전수방 프로젝트 운영을 중심으로 주민역량강화 프로그램, 행정과 주민 간의 협력체계 구축, 주민의견 수렴, 유관기관 협력 네트워크 형성 등을 수행.



답사 후기 


1. 지역재생형 사회공헌사업

기업들의 사회공헌사업 사례들은 많이 접해봤지만, 삼진어묵처럼 본격적으로 지역사회공헌을 하는 사례는 처음이다. 국내에선 유례없는 사례(적어도 내가 알기로는)로 앞으로의 행보가 많이 기대된다. 드디어 관 주도 도시재생에서 민간 위주 도시재생으로 나아가는 것일까?


2. 기대하는 점

- 일반적인 관 주도 도시재생에 비해 효율성, 융통성, 목적 지향성 등 기업이 가지는 장점이 잘 드러날 것이다.

지역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며,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다.

- 행정절차, 정치적인 구조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


3. 염려하는 점

- 밀어붙이는 경향이 강한 기업 특성상 지역민들과의 소통이나 사회문제를 본질적으로 파악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한 예로 창고군 활용안은 노후된 창고군을 대부분 매입해 청년들의 공간으로 조성하는 계획이다. 하지만 노후됐을 뿐 아직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는 창고들까지 매입하면서 생태계에 영향을 줄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 부산에 머물면서 이틀 동안 영도군을 돌아봤다. 그런데 청년이 안 보이더라. 즉, 이 사업은 청년이 머물지 않는 영도 지역에 청년을 불러 모아야 하는 사업이다. 청년이 많은 곳에서 해도 쉽지 않을 사업이 이곳에서 잘 될지 걱정이다. 게다가 접근성이 빼어나게 좋은 곳도 아니다. 모든 걸 뛰어넘는 매력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결과가 기대된다. 


4. 총평 

-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매우 기대되지만, 현실적인 문제들을 잘 극복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다. 하지만 기존의 관 주도 도시재생에 있어 새로운 시도고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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