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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우 Nov 17. 2024

진정한 나를 발견하기 위해

2장. 왜 글쓰기인가

가식 없는 진짜 자기 모습을 만나본 적이 있습니까?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민낯의 자기 모습 말입니다. 이것은 화장대 앞에서 화장을 모두 지운 자기 얼굴을 대하는 것과 같습니다. 


진짜 나를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솔직해지면 됩니다. 그렇다면 그 방법은 어떤 것이 좋을까요? 말하기나 그림 그리기, 어떤 물건을 만드는 것과 같은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법들은 진정한 자신을 만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말하기는 혼잣말보다는 상대가 있어야 하는데, 그러면 상대에 맞춰서 말해야 하는 경우도 많아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어렵습니다. 그림 그리기와 어떤 물건을 만드는 것은 생각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 쉽지 않습니다.


진정한 자신을 만나려면 앞에서 이야기한 여러 가지 방법보다는 글쓰기가 더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입니다. 왜냐하면 글쓰기는 자기 생각을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 <히말라야>에서 엄홍길 대장이 한 말

“여러분은 7,000미터, 더 넘어 8,000미터의 산을 오르면 무슨 대단한 것을 느낄 것 같습니까? 

아닙니다. 

높이 오르면 오를수록 여러분께서는 지금까지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나, 가면을 벗은 진짜 나를 만날 수 있습니다.”


2015년 12월 봤던 영화 <히말라야>에서 배우 황정민이 연기한 엄홍길 대장이 현역에서 은퇴 후 어느 대학의 강연에서 한 말입니다. 이 영화는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산맥 16좌 완등에 성공한 엄홍길 대장을 모티브로 만들어졌습니다. 


산에 오르는 과정은 험난합니다. 높으면 높을수록 더 그렇습니다. 몸도 만들고 장비도 챙겨야 하는 등 준비해야 할 것도 많습니다. 8,000미터 높이의 산을 오르는 것은 2,000미터의 산을 오르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잘 준비한다고 하더라도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신이, 하늘이 도와줘야 합니다. 아니 허락해야 합니다. 운도 따라줘야 합니다. 인간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한 영역입니다. 


이렇게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가는 과정에서 무슨 대단한 성취를 느끼는 것은 아니라고 영화에서 황정민은 말합니다. 베이스캠프를 치고 거기서부터 본격적인 등산은 시작되는지도 모릅니다. 


눈보라가 치는 극한의 히말라야에서는 비바크하고 최소한의 음식만으로 배를 채워야 합니다. 많이 먹는 것은 사치입니다. 먹은 만큼 내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눈을 보호하기 위해 고글을 끼고 파카를 챙겨입고 스틱도 챙깁니다. 이제부터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진짜 등산입니다.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앞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 상황에서도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정상에 오른다는 확실하고도 간절한 목표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극한의 상황에서 오히려 자신을 그것도 진짜 자신을 만나게 됩니다. 세계의 지붕에 올라가기 위한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자신이 누구인지 바라보게 됩니다. 이것은 한편으로는 철학적입니다. 


글쓰기도 등산과 마찬가지입니다. 글을 쓰면서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잘 알아가게 됩니다. 글을 씀으로써 자신이 누구인지 이전보다 더 잘 알게 됩니다.  





    

한 권의 책을 쓰면 자신을 잘 알게 된다

인생에서 아주 특별하고 드문 경험이기도 한 자신의 이름이 박힌 한 권의 책을 쓴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자신이 누구인지 보다 잘 알 수 있습니다. 


어떤 주제로 책을 쓴다면 A4용지 80~100장 정도의 꽤 많은 분량의 글을 써야 합니다. 이렇게 장문의 글을 쓰다 보면 자신의 색깔이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는 자신이 쓴 글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글은 쓰는 사람을 닮아갑니다. 글쓰기는 과거의 ‘기억’이라는 세계를 현실로 소환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필자는 2018년 6월부터 자신의 직장 생활을 정리한 한 권의 책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2004년부터 시작해 2017년까지의 직장 생활을 정리한 책이었습니다. 원고는 A4 100장 정도 되었습니다. 책을 쓴 지 채 두 달도 안돼 초고를 완성했습니다. 


이 책의 원고를 쓰고 있을 때 회사에서 잘렸습니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이었을까요. 책을 쓰라고 시간을 준 것이었을까요. 직장 생활을 하면서는 책 한 권 분량의 많은 글을 쓰는 힘든 작업을 진행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신이 사건을 만들어 틈을 열어젖힌 것은 아니었는지 모릅니다. 시간은 주어졌고 저는 원고 쓰기에 집중했습니다. 


저의 직장 생활에 대한 책을 쓰면서 알게 된 점이 있습니다. 먼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여러 직장을 옮겨 다녔고 직업도 몇 번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이 원고가 책으로 나오냐 안 나오느냐보다, 책을 쓰면서 제 인생을 한 번 정리해 볼 수 있는 값진 기회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사람들은 보통 유명인의 성공스토리에 눈을 크게 뜨고 반응합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사람에 대해서는 평소에도 기본적인 관심이 있습니다. 청춘스타나 아이돌 또는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나 가수, 스포츠 스타에 대해 검색해 보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챙겨봅니다. 반면 저와 같은 일반인이 쓴 직장 생활의 좌충우돌한 이야기에는 상대적으로 많은 관심 갖기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책을 쓰면서 저는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하기보다는 혼자서 하는 일이 적성에 맞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아르바이트 경험을 포함해 20년 정도 저의 직장 생활에 대한 경험과 생각과 느낌을 썼기 때문에, 제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너 자신을 알라

‘너 자신을 알라’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한 말입니다. 


한 번씩 이 문장이 머릿속에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좋을 때보다는 어떤 문제가 생기거나 큰 사건이 생겼을 때가 그런 때입니다. 이 문구는 우리 삶 전체에 걸쳐서 자신에게 더 관심갖고 지켜보라는 주문으로 들립니다. 평생에 걸쳐 노력해도 진짜 내가 누구인지는 알기 힘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노력 자체는 세상의 어떤 것보다 가치 있다고 봅니다. 


그 방법으로 글쓰기처럼 강력한 것이 드뭅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기를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직장 생활에 대한 책 한 권 분량의 글을 쓰며 깨닫게 되었습니다. 여러 가지 상황이나 사건, 문제를 대하는 나의 태도나 행동을 곱씹으며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어떤 특정 상황에 대한 글을 쓰면 당시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글을 쓰는 것도 쓰는 것이지만 그때 자신을 생각하며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글을 쓰며 살아간다는 것은 자기를 조금 더 알아가는 과정입니다. 그 과정에서 진정한 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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