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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승엽 Sep 25. 2024

비즈니스와 사명 그 사이에서

아직도 그런 뜨뜻미지근한 것을 믿고 있나?

솔직히 선배 이거, 비즈니스(Business) 아니에요? 


어제 회식자리에서 나에게 던져진 그 말이 아직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학생을 가르치는 일을 비즈니스라 생각해 본 적은 사실... 많다. 

당장 출산율의 저하로 학생수가 준다는 뉴스만 봐도 교사인 나의 미래에 대해 불안한 마음을 감추며 예측을 해본다. 

사업(business)은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해, 분명한 목적과 계획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경영하는' 그러한 행위나 일을 말한다. 

교육과 사업을 등치 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고 어떤 면에서는 위험한 발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직업은 생계유지의 수단으로써 가치를 가지기에 분명 그 두가지를 떨어뜨려 생각하는 것도 어렵다. 말 그대로 이율배반(二律背反)이다.


결국 논리적으로도 사실적으로도 동등한 근거가 성립하면서도 양립할 수 없는 모순된 두 명제 사이에서 괜한 자격지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이유로는 먼저 어떤 현상은 다양한 속성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분적으로 나눌 수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 집요하게 이런 질문을 할 수도 있다. 그래도 더 치우치는 쪽은?


비단 '교육'이라는 우리가 신성하고 고차원적으로 여기는 행위가 아니더라도 '경제적인 면'을 대입한다면 속물 취급 하는 것은 여전한 세태다. 그래서 사명감과 성취감, 보람과 같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고결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즐기다 보면 돈은 따라온다.' 이런 말을 성공(?)한 사람들에게서 자주 들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먹고사는 문제는 부수적인 것이 아니라 필수적인 것에 더 가깝지 않나?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월급이나 연봉, 보수의 차이는 요즘 SNS를 통해 더 적나라하게 공개되고 비교된다. (자본주의는 기술과 문화가 발달할수록 더 힘이 세지는 것 같다.) 

영화 타짜에 등장한 '아귀'의 대사가 떠오른다. 


"아직도 그런 뜨뜻미지근한 걸 믿어?"

"그런 순수한 인간적인 감정으로다가 접근하면 안 되지"


그래, 후배의 말이 맞았다. 

가르치는 일을 '직(職)'이 아니라 '업(業)'으로 보더라도 비즈니스라는 속성을 떨칠 수가 없다. 

그렇게 내가 존경했던 스승님도 셀러리(salary)를 받아가면서 살아가는 가장(家長)이었고, 잘 가르쳐서 4년이나 다녔던 학원 선생님도 월말이면 늘 학원비 결제를 위한 봉투를 주셨다. 


교육이 '공(公)'적 성격이 강한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괴리가 더 일어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당사자가 아닌 제삼자가 봤을 때. 현미경이 아니라 망원경으로 봤을 때, 더 큰일 날 소리라는 생각이 든다. 대한민국 사람들이 제일 많이 쓰는 말 중 하나가 '솔직히~'라지만 (그럼 평소 하는 말들은 다 솔직하지 않은 것인가?) 진솔하게 '교사는 비지니스지', '학생지도, 그거 비즈니스야'라고 이야기하긴 쉽지 않다. 말의 뉘앙스가 중요하겠지만, 그 말을 하는 화자의 입을 보며 청자는 아마 눈살을 찌푸릴 가능성이 크다. 


왜? 결국 나의 문제이기도 하니까.

'내 아이를 맡긴 교사에게서 저런 이야기가 나온다고? 그런 신념과 사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군.'

우리가 믿고 있는 신념


어찌 보면 이 세상은 솔직하지 않아서 더 원만하게 돌아가는 경우가 더 많다. 


다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즈니스라는 한 단어가 나를 성찰하게 만든 것처럼...

정말 순수한 감정으로다가 가르친다는 것에 우선 접근하는 사람도 더 많다는 것을 명심해줬으면 한다. 


급여는 부수적 효과(side effect)가 아니고 오히려 선결조건에 가깝지만, 그것만큼, 아니 어쩌면 그것보다 더 상위의 가치를 차지하는 그런 뜨거운 것을 믿는 교사들을 위하여. 송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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