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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설렁 May 23. 2022

시골에 오려는자 벌레를 견뎌라

영양에서 만날 수 있는 생물들

매연과 소음에서 벗어나 영양의 푸른 하늘을 보고 자연의 소리를 듣다보면

"아 이런 곳에서 살아야지!"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러나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은 다른 생물들에게도 살기 좋은 곳이다.


비둘기 대신 직박구리와 알락할미새를 만나고

참새보다 더 자주 만나는 알락할미새

출근하려고 카드찍을때,

퇴근하는 주차장에서,

회사 복도를 걷다 문득 바라본 창문에서

개구리를 만날 수 있다.

야야 개구리야 여기 2층이야!

회사가 산에 있다보니 종종 오늘 주차장쪽에 멧돼지가 내려왔으니 주의하라는 메일이 오기도하고, 


들개 무리가 돌아다니니

점심 산책때 주의하라는 방송을 하기도 한다.


고라니도 자주 만날 수 있는데, 자기도 도로까지 내려온게 어리둥절한지 한참을 서있다 뛰어갔다.


제법 개발돼있는 읍내에서도 고라니를 마주친 적이 한 번 있는데, 보슬보슬 비오는날 밤 도로를 건너 공터쪽으로 뛰어가는 모습이 너무 생경해서

친구와 함께 본 게 아니었다면 꿈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밤에 시골길을 운전할때 조명 없이 다니는 자전거와 전동 휠체어만큼이나 조심해야 할 것이

너구리와 오소리들이다.

오동통한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도로가를 걷는 친구들이 많아서

속도를 줄이고 주변을 잘 살펴야 한다.


이런 귀여운 동물들의 출현은 꽤 적응이 되고 즐기기도 하지만 

아직도 나의 심장을 뛰게하는 것들이 있다.

바로 벌레들이다.


화려한 조명이 감싼 나방들

친구와 영양군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나오는길에 마주한 장관이다.

이런게 바로 불나방인가.

목과 어깨를 잔뜩 움츠리고 지나가려고 했으나

바닥에도 잔뜩 깔려있는 그 친구들을 도무지 뚫고 갈 수 없었던 우리는

결국 테니스 코트를 멀리 돌아 주차장으로 갔다.

도시에 살때도 나방은 무서워 했는데 시골 박각시나방들은 스케일이 남다르다.


거실에 누워 편히 쉬다가 창문에 메달린 사마귀와 눈이 마주치기도

출장다녀와서 환기하려고 베란다 문을 열었다가 방충망에 메달린 다리 긴 친구를 만날때도

식물에 물주러 나갔다가 조명에 집지은 쌍살벌을 마주할때도

심장은 어김없이 쿵쿵 뛴다.


그래도 집 밖에 있는 녀석들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봐줄 수 있지만

날아다니는 곤충들은 집 안으로도 잘 들어온다.


성충으로 겨울을 나는 노린재들은 늦가을이 되면 겨울날 곳을 찾아다니는데,

택배박스를 옮기느라 문을 잠깐 열어둘때나, 베란다에 나가려고 방충망을 열었을때 귀신같이 집에 들어온다.

가을 바람이 좋아서 베란다에서 책읽을까 하고 오랜만에 파라솔을 펼치면

겨울을 나려고 모여있던 무당벌레 무리를 보기도 하고,

자려고 누웠는데 탁.탁. 소리가나서 밖에 나가보면

이름 모를 딱딱한 녀석이 날아다니며 부엌등에 부딪히고 있기도 했다.


마음 푹 놓고 쉬어야 하는 집에서 자꾸 벌레들 때문에 놀라게 되니 너무 싫다고 아빠한테 일러줬다.

그랬더니 아빠가 원래 얘들 집이었는데 갑자기 다 밀고 지은 건물에 들어와 사는거니

억울한건 곤충들이라 하셨다.


하긴 그렇지 원래 어울려 살던 곳에 집 짓고 회사를 세우고 도로를 뚫으며 난데없이 침범한건 사람들인데

인간 공간에 나타난 생물들을 신기해 하다니.



The biomass distribution on Earth, 2018


수분함량을 빼고 바이오매스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의 무게를 비교했을때(Bar-On, Y. M., 2018)

곤충을 포함한 절지동물의 총 무게를 더하면 인간 총 무게의 17배가 된다고 한다.

하지만 기후변화와 농약, 살충제의 남용으로 인해 곤충의 개체수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기후변화로 곤충들이 알에서 빨리 깨어나게 되면, 

새들이 새끼를 먹여야 하는 시기에 벌레를 찾을 수 없게 된다.

꽃이 필때와 곤충들이 활동하는 시기가 맞지 않으면 수분을 하지 못한다.

이런 현상을 생태학적 엇박자(Ecological mismatch)라고 한다.

환경변화에 둔감한 인간 조차도

올해는 봄꽃이 다 같이 피네? 여름이 점점 더 더워지네?하며 기후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이런 약간의 차이가 생명체들에게는 큰 영향을 주고, 생태계 구조가 무너질 수 있다.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이 생물들이 살기에도 좋은 곳인것 처럼

생물들이 살지 못하는 곳에는 사람도 살지 못한다.


더 늦기 전에 지금 당장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져야하는 이유이다.


친구들아 우리 친하게 지내자.

 




참고문헌.

Bar-On, Y. M., Phillips, R., & Milo, R. (2018). The biomass distribution on Earth.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115(25), 6506-6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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