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시작하게 된 거창한 계기는 없습니다. 어느 날 문득 나와 같이 공을 차는 친구들이 어떤 사람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 왜 축구라는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그들의 삶이 궁금해졌을 뿐.
첫 번째로 소개할 사람은 바로 '나'
나로 시작해 우리가 되는 사이, 공 차다 만난 우리들의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 글은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92년생 연니라고 합니다.
등 번호와 등 번호를 선택한 이유
77번이요. 이유는 그냥... 행운의 숫자인 7을 좋아해요. 그런데 7번은 늘 인기가 많더라구요. 그래서 차선책으로 77번을 선택했는데 막상 생각해보니 7이 두 번 들어가서 오히려 좋아..?ㅎㅎㅎ 가족들은 칠칠이라서 77번이냐고 놀리지만 쭉 77번을 고집해오고 있습니다.
포지션과 플레이 스타일
우선 풋살 포지션을 설명을 드려야 할 것 같은데 공격수를 피보, 양 옆 사이드를 아라, 수비수를 픽소, 골키퍼를 골레이로 라고 하고 총 5명의 선수로 움직여요. 이중에서 저는 아라 혹은 픽소 포지션을 맡고 있어요. 처음에는 주로 아라였는데 수비의 매력을 알게된 후로 쭉 픽소를 맡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플레이 스타일은 아무래도 수비를 위주로 하다보니 드리블, 돌파 보다는 패스를 선호하구요. 김민재같은 수비수가 되고 싶다는 욕심이 있죠. 그래서 그 분의 플레이를 영상으로 찾아보면서 공부하긴 하는데 쉽지 않네요.
막 공격적이거나 저돌적이진 않은 것 같아요.(혼자만의 착각일 수도 있습니다.) 승부욕이 있어서 매치를 하다보면 격앙되기도 하긴 하는데 가장 중요한건 다치지 않고 다같이 즐풋행풋 합시다~ 하는분위기를 가장 좋아합니다.
축구 경력
제대로 팀에 들어가서 운동을 시작한지는 4년차가 되어가는 것 같아요.
무슨 일을 하시나요?
원래는 기획, 마케팅 일을 하다가 현재는 잠시 쉬고 있어요. 나중에는 제가 좋아하는 풋살과 관련된 일을 할 수 있을까 싶어서 야금야금 준비중입니다.
어떤 팀에 속해있는지?
하다보니 지금 총 3개의 팀에 속해있는데요. FC우피, 하이볼프렌즈 이렇게 두 개의 팀에서 뛰다가 최근에 새로 생긴 루카위민(팀명 변경 예정)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그리고 본격적인 팀은 아닌데 꼼마라는 혼성 풋살 매치 그룹에 들어가서 가끔씩 매치에 참여하는 편이구요.
팀 소개도 해주세요.
팀 전부 소개해드려야겠죠?
첫 번째로 FC우피라는 팀은요. 제가 가장 먼저 들어간 팀이구요. 4년차가 되어가는 팀입니다. 팀 이름은 우먼스플레이(Woman's Play)의 줄임말이래요. 멋있지 않나요. 년차가 쌓인 만큼 오랫동안 같이 발을 맞춘 팀원들이 많아요. 실력도 매너도 좋은 팀이랍니다.
두 번째는 하이볼프렌즈인데요. 최근에 신입 멤버들이 많아져서 아직 합은 잘 맞지 않고, 솔직히 실력도 아직 초보팀이지만.....(하이볼프렌즈 눈감아) 운동을 가면 항상 즐겁게 웃으면서 뛰다 올 수 있어요. 즐풋행풋이 뭔지 알고 싶다면 하이볼프렌즈를 보면 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해피한 팀입니다.
세 번째는 루카위민이라는 팀인데요. 정말 꼭 들어가고 싶은 팀이었는데 감사하게도 입단테스트에서 합격 목걸이를 쥐어주셔서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제대로 된 풋살을 해보고 싶고, 대회에 나가서 상도 타보고 싶고 그런 욕심들이 점점 커지던 찰나에 루카 위민이라는 팀이 신설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어요. 현역 풋살선수가 코치님인 진짜 풋살팀이라니 정말 매력적이지 않나요..? 두 번의 입단테스트를 거치고 한 번의 훈련을 참석해본 결과 그 동안 했던 풋살과는 정말 다르더라구요. 공을 컨트롤 하는 방식부터 경기 중 움직임까지 아직 낯설긴 하지만 멋진 기회가 주어진 만큼 진짜 열심히 해보고 싶은 마음이에요.
마지막으로 꼼마는 팀이라기 보다는 혼성 풋살/축구 매치 그룹이에요. 시간이 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풋살이나 축구 매치를 할 수 있는 곳입니다. 혼성 매치를 경험해볼까 말까 고민하던 시기에 지인의 소개로 게스트 참여를 한 번 해본 적이 있는데요. 혼성 매치의 매력이 또 있더라구요ㅎㅎㅎ 남성분들도 매너가 좋으시고 분위기가 좋았어서 종종 시간이 맞으면 참여하게 될 것 같아요.
어떻게 축구를 시작하게 되셨나요?
어릴 때 부터 몸으로 노는 것을 좋아했어요. 속된 말로 개처럼 뛰어놀았다고 표현해도 될 정도로..? 운동 신경도 꽤 있는 편이었구요. 2002년 축구 붐이 일었을 때 마침 저희 학교에도 축구부라는게 생겼어요. 여자친구들도 몇 명 축구부에 들어갔었는데 그 중에 저도 한 명이었구요. 축구부가 해체되지 않았다면 아마 꽤 오랫동안 축구를 배웠을 것 같은데.. 1년도 안돼서 사라져버렸죠. 아무튼 그 때가 제가 축구를 처음으로 접하게 된 시기였어요.
저와 동년배이신 분들은(90년대생) 아시겠지만 학창시절 체육시간에 여학생들은 늘 운동장 구석에서 피구를 하거나 발야구를 하거나, 앉아서 남학생들이 축구하는 걸 구경하거나 하는게 전부였어요. 개처럼 뛰어놀던 사람이 갑자기 그러고 있으려니까 몸이 근질거렸죠.
'나도 잘 뛸 수 있는데..!! 나도 공 차고 싶다..!!!' 축구에 대한 아쉬움과 갈증이 늘 있었어요. 대학생때도 초등학생 시절 경력을 인정받아서 체육대회 선수로 발탁되긴 했지만 여학생들은 발야구와 승부차기, 족구 정도만 참여할 수 있었어요. 나는 축구가 하고싶은데..!
그렇게 더 나이가 들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여러 운동을 접했지만 뭔가 모르게 재미도 없고 금방 그만 두게 되더라구요. 그러다 알게된 어떤 분이 풋살 동호회를 소개해주셨고, 어릴 때 잠깐 접해봤던 축구가 갑자기 떠올랐어요. 그래서 시작하게 됐고 그 후로 지금까지 계속 즐겁게 공을 차고 있어요. 어릴 때의 갈증을 해소하려는 듯이?ㅎㅎ
사실 첫 시작은 조금 망설이긴 했어요. 그렇게 하고싶던 축구인데 왜?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막상 시작하려니 걱정이 되긴 하더라구요. '잘 할 수 있을까? 민폐이면 어떡하지?'하는 마음때문에요. 지금은 왜 하루라도 더 빨리 시작하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뿐입니다.
왜 축구를 하고 계시나요?
재밌어서요. 그냥 정말 재밌어서 계속 하고 있어요.
축구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축구를 할 때면 제가 다른 사람이 되는 것 같아요. 요즘 유행하는 부캐라고 하죠.
제 본캐는 사실 낯가림도 심하고, 단체 생활을 좋아하지 않아요. 목소리가 크지도 않고 제가 말하는 것 보다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들어주는 걸 더 좋아하고, 보기보다 예민해서 다른 사람과 몸이 닿는 걸 굉장히 싫어해요. 이렇게 보면 진짜 축구 절대 안하겠다 싶은데 운동장에만 들어가면 정반대가 되어버려요. 몸싸움도 하고 막 크게 소리지르면서 지시도 하고 그러거든요. 그런 지점에서 오는 쾌감이 또 있더라구요. 스트레스도 풀리고..
아무데서나 크게 소리지르고, 넘어지고, 뒹굴고, 뛰어다니고... 그럴 수 없잖아요. 그런데 운동장에서는 그래도 된다는 점도 매력적이죠. 스트레스를 풀고싶다 하시는 분들께 축구를 강력하게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직장생활 할 때 열 받는 일이 생기면 공을 뻥뻥 차면서 스트레스를 풀었어요.
주로 어떤 생각을 하면서 경기를 뛰시나요?
순간순간 판단하고 움직여야하는 운동이라 생각을 정말 많이 해요. 공을 어디로 패스하지, 그냥 드리블 할까, 저 사람은 어떻게 할까, 나는 어디로 가지 등등.. 경기 뛰면서는 이런 생각들을 하는 것 같구요.
평소에는 할 수록 어려운 운동이고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주로 해요. 만약 배운 것이 있다면 경기 때 그걸 써봐야지 하면서 뛰는 것 같네요.
최근에 가장 많이 생각하고 말한 건 '패스는 서비스!'
축구 말고 다른 운동이나 취미생활은?
다른 운동은 예전에 잠깐 배드민턴을 했었지만 지금은 축구만 합니다. 원앤온리..
다른 취미 생활은 영화와 커피를 좋아해요. 요즘은 잘 못가긴 하지만 영화제들을 찾아다니면서 새로운 영화를 발견하는 걸 좋아해요. 지역 영화모임에 참여했던 적도 있고 직접 단편영화 기획전을 열었던 적도 있어요.
커피는 예전에는 콜드브루도 내리고, 원두까지 조금 딥하게 공부하다가 최근에는 그냥 맛있는 카페 찾기 정도로 취미생활을 즐기고 있어요. TMI인데 저는 산미있는 커피를 좋아합니다.(산미파 모여..!)
축구를 시작하면서 다른 취미생활을 조금 등한시 했었는데 다시 조금씩 관심을 분산시키려구요.
앞으로 목표는?(축구 혹은 인생의 목표도 좋습니다.)
위에 잠깐 언급한 것 같은데 풋살 관련된 일을 해보려고 조금씩 준비하는 중이에요. 우선 가장 가까운 목표는 생활스포츠지도사 자격증 따기..? 조금 더 광범위한 목표를 말해보자면 우리나라 생활 축구, 아마추어 축구 문화에 여성들의 참여가더 보편화되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아직도 축구나 풋살한다고 하면 '여자가 축구요? 멋있네요.' 라는 반응이 많아요. 물론 그런 반응도 좋긴하지만 여성이 축구하는게 멋있고 대단한 일이 아니라 남성들이 조기축구 하는 것 처럼 당연한 취미생활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되기까지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요. 이 인터뷰가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의 첫 발걸음이 되길 바라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부상없이 오래오래 공차는 것?? 예전에 대회에 나갔을 때 정말 나이 많으신 분들도 계셨거든요. 그 분들 보면서 나도 저렇게 멋진 언니가 되고싶다고 생각했죠. 팀원들이랑 우리도 할머니돼서까지 같이 운동하자는 말을 많이 해요. 건강하게 축구하는 할머니가 되고 싶습니다.
소개해주고 싶은 공 차다 만난 사이가 있다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공 차다 만난 사이들을 소개하고 싶어요. 온 세상 축구하는 여성들을 모두 소개할 수 있을 때까지...!!!! 축구로 세계 정복..?!
혹시 소개하고 싶은 공 차다 만난 사이가 있으시다면 제보도 받겠습니다. 본인, 친구, 가족 등등 다 좋으니 연락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