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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화경 Apr 17. 2022

한글, 빨리 안 하면 큰일 나나요?

한글, 언제부터 시작해야 할까?

한글을 빨리 가르친다고 하면 3살 정도로 알고 있다. 그것보다 더 빨리도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한글시작시기 / 한글언제시작 / 리본맘


아들이 7살 때 일이었다. 나는 유치원 영어교사로 일을 하고 있던 무렵이었는데, 아들은 그때까지 한글을 깨치지 못했었다. 아니 내가 가르치지 않았었다. 


그런데 어느 날 시어머니께서 아이에게 한글 학습지를 시키자고 하셨다. 그래서 갑자기 왜 한글 학습지 이야기를 하시느냐고 물었더니 동네 엄마들이 난리가 났다는 거였다. 전날 놀이터에서 엄마들을 만났는데 그 엄마들이 한 마디씩 다 거들었다는 거다.

"아직까지 한글 안 키시면 어떡해요."

"애 인생 망쳐요."

"애 학교 들어가면 바보 돼요."

"어떡하려고 애 엄마는 아직까지 그래요?"

"할머니가 이럴 땐 나서야지요. 한글! 가르쳐야 되지 않겠어요?" 

라고 말이다. 여러 명의 엄마들이 놀이터에서 아이를 두고 시어머니에게 한글교육에 대해 강의를 하신 거였다. 그런 상황에서 침착할 수 있는 시어머니가 얼마나 계실까? 


한글시작시기/ 한글언제시작/ 리본맘


그날 오후부터 시어머니는 나에게 오셔서 매일같이 

"지금 늦었다. 빨리 한글을 가르쳐야지. 너 애를 바보로 만들 거야?"

라고 재촉하셨다. 하지만 나는 생각보다 내 주장이 확고한 사람이라 그 의견에 반대했다.

"아니에요. 어머니. 그러지 마세요. 저는 제가 하고자 하는 방식이 있어요. 그렇게 안 할 거예요. 지금은 그냥 제가 책 읽어주고 7살 여름방학 때 제가 그때 직접 가르칠 거예요."

당연히 어머니는 못마땅해하셨다.

"아니, 다른 애들은 5살 때부터 보통 다 한글을 배운다는데 우리 애는 이제 7살인데 한글을 자기 이름만 쓸 수 있어. 답답해."

어른들이 봤을 때는 그랬을 거다. '우리 손자가 뭐가 모자란다고 이렇게 뒤처지게끔 만드는가'하고 말이다.


결국 나는 아이가 7살 여름방학 때 한글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얼마 만에 한글을 뗐을까? 세 달 결렸다. 아들은 세 달 만에 한글을 깨쳤다. 어떻게?

영어 파닉스를 가르치듯이 한글도 소리 나는 대로 가르치니까 세 달 만에 가르칠 수 있었다. 

이 시기는 습득 능력이 매우 뛰어나기에 가능하다. 


그리고 8살이 되어 학교에 들어가서도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아무 문제없이 수업을 잘 받았다. 


한글시작시기 / 한글언제시작 / 리본맘


또한 받아쓰기를 했을 때 한글을 미리 깨친 아이들과 똑같은 성적을 받아왔는데, 재밌는 사실은 틀리는 것도 그 아이들과 똑같은 것이라는 거다. 바로 받침! 받침이 나오니 5살 때부터 한글을 배운 친구와 7살 여름방학에 한글을 배운 아들이 똑같은 것을 틀렸다. 그제야 시어머니는 만족해하시며 더 이상 걱정하지 않으셨다.


글을 배우기 전까지는 엄마가 책을 읽어주거나 아니면 아이 혼자 스스로 동화책의 그림을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가 있다. 그 시간은 인생에서 아주 짧은 시기이다. 그렇다면 그 시간을 굳이 우리가 빼앗아야 할까?  그렇게 일찍 한글을 가르쳐야 하는 것일까?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교육! 요즘은 그게 필요하다. 무조건 빠른 것이 좋은 것은 아니다. 아이를 유심 있게 바라보면 내 아이의 적절한 시기가 보일 것이다.  


https://youtu.be/kpmLJ0-xWCM


 엄마마음랩 '리본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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