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Little Nest-1
아침마다 창가로 여름이 쏟아진다. 이사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다. 알람시계에 눈을 떴던 사람이 아침 햇살에 상쾌하게 일어나는 건, 매번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기분이다.
한동안 치열하고 바쁘게 살았고, 아늑한 새 보금자리를 만들기 위해 온 우주에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랐다.
'이러한 쉼터를 만날 수 있게 해주세요...'
매일 아침마다 나는 꿈꾸는 집으로 들어가는 상상을 했다. 집의 위치, 구조, 방의 갯수... 그러던 어느 날, 마법처럼 그것과 일치하는 집을 만나게 되었다. 이렇게 말하면 으리으리한 집을 상상했을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는 않다. 그저 밤 늦게 딸이 다녀도 위험하지 않을 위치와 볕이 잘 들어오는 남향, 그리고 작게나마 3개의 방과 거실, 부엌이 존재하는 그런 집을 꿈꿨다. 그 정도면 더는 바라지 않겠다 다짐했다.
작고 아담한 15평의 집은 전세가 올라온 지 몇 시간 만에 빠른 속도로 나에게 간택되었다. 물건을 살 때도 며칠을 고민하는 내가 전세집을 구하는데 5분도 채 고민하지 않고 "이 집 저 할게요."라고 말하다니. 내가 상상속에서 그리던 모습과 가장 비슷했기에 더는 볼 필요가 없었다고 하는 게 맞겠다.
어떤 집은 방이 세 개여도 거실이 없었고, 또 어떤 집은 거실, 부엌은 있었지만 방이 두 개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집은 방 세 개인데다 거실과 부엌이 따로 존재하고 화장실까지 작지만 두 개였다. 그렇게 새 보금자리와 함께 하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그 때 부터 시작되었다. 원래 살던 곳이 48평이었는데 15평으로 삶의 흔적들을 옮긴다는 건 누가 상상해도 헉 하는 소리가 나올 만한 일이니까. 가구들은 어느 하나 맞는 것이 없어 처분해야하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15평인데 거실, 주방이 따로 있다보니 방들은 다 미니미니했다. 방 안에 침대와 책상을 넣으면 서랍장 하나도 놓을 자리가 없었다. 거실에 옷장이나 서랍장을 놓을까 고민하다 결국은 최대한 옷을 정리하고 각 방에 서랍형 침대를 놓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인테리어를 확정짓기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결국은 도배를 제외하고는 혼자 다 하기로 했다. 집 분위기에 맞게 가구를 고르고, 인테리어를 직접 해보려고 하는 것이 처음이라 나름 뿌듯함도 느꼈다. 집주인이 이사간 날, 도배 사장님과 같이 빈 집 상태를 보기 전까지, 내가 상상하는대로 집이 꾸며질 거라 생각하며 말이다.
남향이라 없을 거라 생각했던 곰팡이가 벽지를 뜯어내니 까꿍하며 나타났다. 주인분께 물어보니 벽면에 이층침대가 있어 환기를 시킨 적이 없다보니 곰팡이가 생겼다며 환기를 잘 시켜주면 될 것이라는 답을 들었다.
우선 도배 사장님께서 최선을 다해 곰팡이 제거 작업을 하시고 도배를 해주셨다. 하지만 문제는 도배뿐만이 아니었다. 싱크대 문짝들은 부러지고 나사가 떨어지고, 시트지는 벗겨져있었다.
욕실 수납장은 물이 얼마나 튀었던지 나무가 다 일어나있고, 수건 걸이는 철사로 칭칭 감겨져 테이브로 겨우 수명을 연장하고 있었다. 게다가 세면대 수전은 샤워기와 동시에 사용해야하는 것인데 샤워기로 변환하려면 다른 수전보다도 빡빡해 잘 돌려지지 않았다.
세부적으로 꼼꼼히 보지 못한 내 잘못이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내가 고쳐야 하는 것인지 막막했다. 그렇게 주인이 이사를 간 날, 그 하루는 멘붕상태였다.
하지만 크게 보면 내가 간절히 바라던 바로 그 집이 아니던가. 이런 세세한 것은 고치고 바꾸고 하면 되는 것이다. 나는 나의 초인적인 힘을 믿어보기로 했다. 필요한 물건 하나하나 사이즈를 재고 로켓배송 장바구니에 담아 이사 전 나에게 주어진 이틀 동안 온 힘을 다해 고쳐보자 했다.
그 날부터 이사한 집에 애정을 쏟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