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디지털 대전환이 본격화되는 시점이다. 디지털 환경에서는 각종 데이터가 끊임없이 양산되고 축적되면서 그 활용적인 측면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디지털 시장에서는 많은 양의 데이터를 통해 시의적절한 내용을 먼저 선별하고 이를 가공하여 부가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시장 현상은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저장 기술을 급격히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었고, 데이터가 핵심 자원이 되는데 일조하였다. 디지털 환경에서 기술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개발되며 각종 비즈니스 방식을 크게 변화시켰다. 무엇보다도 차세대 기술들이 여러 산업 분야에 접목되면서 디지털 환경은 다시금 혁신의 길로 들어섰다. 그러나 신뢰를 바탕으로 비즈니스 상황이 형성되는 것은 변함이 없다. 이런 점에서 차세대 기술 가운데 블록체인은 현재 디지털 환경이 직면하고 있는 재혁신 상황과 꽤 어울리는 조합이다.
초기 블록체인은 2009년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이 첫 블록을 생성하며 알려지기 시작했다. 본래 블록체인은 금융시장을 개선할 목적으로 도입된 기술이었다. 당시 블록체인은 태생적 속성 때문에 주로 금융 산업에서 통화(currency)에 한정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1세대 블록체인은 공학 계열에서 수십 년 동안 풀지 못했던 이른바 ‘비잔틴 장군의 딜레마(The Byzantine Generals Problem)’를 해결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녔다. 즉 다수의 참여자 중에서 누구를 믿고 어떻게 합의해야 하는지에 대한 상호 간 신뢰와 합의의 중요성을 설명할 수 있다. 이후, 2015년 비탈릭 부테린이 이더리움(Ethereum)을 선보이면서 블록체인은 기반 기술로써 주목을 받았다. 이와 함께 이오에스(EOS) 등 여타의 블록체인 기반 기술들이 출범하며 2세대 블록체인이 시작되었다. 특히 이더리움은 디지털 공간에서 신뢰를 담보로 경제를 운용할 수 있는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기능과 분산 앱(Daap)이라는 응용 서비스를 통해 이전 세대보다 확장성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이듬해 블록체인은 세계경제포럼(2016)에서 미래 10대 유망기술로 소개되면서 기술적인 속성에 전 세계에 많은 이목을 집중시켰다. 당시 블록체인은 4차 산업혁명이 초래한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서 정보 중심 인프라 환경을 넘어 차세대 기술들의 핵심 기반으로써 새로운 디지털 네트워크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제 블록체인은 금융 서비스에 특화된 기술이 아니라, 유통 서비스, 의료 서비스, 미디어 서비스, 공공 서비스 등 전 산업 분야에 접목되어 점차 활용 범주를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 부산이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되면서 지역 단위에서도 활용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이처럼 전통 산업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여 주로 신뢰 기반의 서비스를 구축하려는 명목 하에 활용되고 있다. 특히 디지털 공간에서 블록체인은 데이터 신뢰를 확보하여 데이터 관리의 투명성과 데이터 검증의 가능성을 높이는 데 매우 유용하다. 즉 블록체인 기술은 혁신 데이터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핵심 기술로 작용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블록체인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이해뿐만 아니라 경제학, 심리학, 경영학, 암호학, 사회과학, 전자공학 등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이 동반될 필요가 있다.
실질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이 각 산업 분야의 서비스에 결합하는 과정에서 다음의 세 가지 사항들이 고려된다. 첫째, 전체 인류의 삶 속에서 오랫동안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블록체인 기술의 본질인 데이터 관리가 핵심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블록체인 기술이 지닌 가장 큰 특성인 탈중앙화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어야 한다. 이들 조건이 적용되어 블록체인 기술이 가장 밀도 있게 활용될 수 있는 분야는 바로 플랫폼이다.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핵심은 데이터인데 블록체인 기술이 데이터 관리에 특화된 점에서 플랫폼과 블록체인의 만남은 상당히 의미 있는 효과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기대한다. 더욱이 플랫폼이 소비자와 직접 맞닿아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으므로 혁신적인 플랫폼 환경을 조성하리라 전망한다. 블록체인 플랫폼은 기존 플랫폼 환경에서 도전하기 어려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고, 합리적인 가격과 거래 방식을 제안하여 낮은 수수료를 책정하여 참여자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일상생활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가장 쉽고 편리하게 접할 수 있는 서비스가 무엇일까? 바로 미디어일 것이다. 미디어에 블록체인이 적용된다면 어떤 모습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미디어는 커뮤니케이션 창구이자 매개체이다. 역사적으로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기술이 진보함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되어 왔다. 신문의 종이와 인쇄술, 라디오와 방송의 전파, 플랫폼의 인터넷에 이르기까지 미디어 변화에 따라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함께 변화하였다. 미디어에서 블록체인은 곧 커뮤니케이션의 변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블록체인은 주로 영화, 음악, 게임, 저널리즘 등의 다양한 미디어 서비스에 접목되고 있다. 기술적 성숙도와 비즈니스를 고려해 볼 때, 미디어 분야에서 블록체인은 아직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다만, 몇몇 해외 사례에서 가능성을 찾아보며 국내 실정에 맞게 도입하고 있는 추세이다. 그중에서도 이더리움 블록체인에 기반을 둔 크립토 키티(Cryto Kitties)와 스팀잇(Stimmit)이 대표적인 사례로 회자된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블록체인을 암호화폐에 한정시켜 인식하던 구조를 변화시킨 사례이기 때문이다.
크립토 키티는 게임 분야에서 블록체인이 적용된 최초의 사례이다. 이 게임은 디지털 고양이를 구입해서 수집하고 서로 다른 종을 교배하여 새로운 고양이를 판매한다. 게임에서 고양이에 각각 고유 번호를 부여해서 관리하며 좋은 속성을 지닐수록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 당시 크립토 키티가 출시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며 출시된 며칠 만에 거래량 폭주로 네트워크가 마비되기도 했다.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에서 현실 속 ‘팻 문화’를 재연하며 관심, 공감, 재미를 블록체인에 잘 녹여냈기 때문이다.
스팀잇(steemit)은 블록체인을 통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퍼블릭 콘텐츠 플랫폼이다. 스팀잇은 페이스북 등 기존 소셜 미디어 구조를 비방하고 창작자의 데이터 주권을 주창하며 만들어졌다. 스팀잇의 가장 큰 특성은 정교하게 설계된 토큰 이코노미인데, 이는 생산자와 참여자 모두가 상호 이익을 누리며 플랫폼을 지속해가는 동인으로 작용되었다. 토큰 이코노미는 이른바 인센티브 시스템으로서 무형의 가치에 유형의 가치를 부여하고 사용성과 범용성을 획득하여 내적 가치를 상승시키는데 기여한다.
미디어 시장에서 블록체인은 아직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한다. 아직 검증된 결과가 미약함에도 미디어 분야에서 블록체인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왜곡된 시장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지금 미디어 시장은 기술 위에서 다시 재편되면서 인터넷 플랫폼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데이터 기반으로 특정 플랫폼 사업자는 경쟁력을 키워가는 시점이지만 그에 상응하는 미디어 정책이 수반되지 못해 자본력, 시장 지배력 등에 의한 불균형 시장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플랫폼 시장에서 노동문제, 개인정보, 콘텐츠 품질 저하, 독점 등의 문제가 속출되는 시점에서 블록체인 속성이 미디어 시장이 직면한 문제점을 풀어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Deloitte(2017)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미디어 시장의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콘텐츠 결제 방식은 일정 기간이나 조건에 맞춰진 ‘고정 플랜 요금’을 주로 이용해왔다. 그러나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하고 여러 서비스가 제공되면서 이용자들은 자신의 편의에 맞는 콘텐츠를 취사선택한다. 즉 이용자의 미디어 이용이 고정화된 방식에서 벗어나며 콘텐츠 유통에 제공이 걸리기 시작하며 고정 플랜 요금의 효용성에 대해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블록체인은 스마트 계약을 활용하여 초소액 결제 방식을 도입한 마이크로 페이먼트(micro payment)를 제안하여 기존 결제 시스템을 개선하고자 한다. 마이크로 페이먼트는 기존 요금 모델의 수수료나 운영비용 등 불필요한 요금을 절약해서 효용성을 높일 수 있다. 이는 인터넷 환경에 익숙한 젊은 이용자들이 음악과 같이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에 대해 월정액 요금 방식보다 소액 결제를 더 선호하는 추세와 잘 맞는다. 이용자는 필요한 콘텐츠만 선별해서 마이크로 단위로 콘텐츠를 결제하면 블록체인으로 시청 정보가 관리되기 때문에 시청한 만큼만 요금이 정산되는 새로운 유료화 모델을 제안할 수 있다. 이러한 결제 방식은 창작자에게도 유리하게 작용될 수 있을 것이다.
광고는 블록체인이 활용된 미디어 서비스에서 가장 상업화 가능성이 높다. 블록체인 기술이 노출과 측정에서 제기되던 문제점을 보완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블록체인 기반의 광고는 그간 가짜 퍼블리싱 사이트에서 허위 실적을 측정했던 문제점을 바로 잡아 광고주에게 투명성을 확보할 것이라 기대한다. 블록체인 기반의 광고는 스마트 계약을 이용해서 신뢰를 바탕으로 명확한 타깃 설정, 허위 광고 방지, 공정거래 유도 등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다. 생산자와 이용자가 직접 거래할 수 있기 때문에 정교한 데이터 실적을 비교하고 검증할 수 있다. 광고의 신뢰 시스템은 브랜딩, 고객경험, 광고효과에 영향을 줄 것이다.
미디어 산업에서 가장 큰 이슈는 수익 배분의 불균형과 불공정 계약이다. 블록체인의 기술적 속성은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저작권 시스템에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이다. 블록체인은 중재자 없는 신뢰의 프로세서를 구현해서 저작권 보호 등에 해결책을 제시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먼저 저작권 관리에서 신분 증명을 통해 표절 등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개선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한다. 또한 2차 저작권에서 최초 생산자를 명확히 밝히는데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분쟁의 소지를 최소화시킬 수 있다.
이런 시스템들은 기존의 CPND 체계를 해체하고 중개자가 없는 직접 거래 방식을 투명하게 확인하고 관리하는데 적합할 것이다. 또한 직접 거래 방식은 수많은 절차를 간소화해서 시간과 비용의 효율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향후 블록체인이 접목된 미디어 서비스가 보편적으로 이용된다면 미디어 가치 사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블록체인이 신뢰를 담보로 여러 가지 비즈니스 상황에서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블록체인 환경에서 새로운 기회와 효과로 이어질 것이다. 또한 블록체인은 양적으로 늘어난 수많은 정보들 중에서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기존의 정보 인프라보다 블록체인 인프라는 정보의 가치와 신뢰에 더욱 무게를 두고 있다. 아울러 코인이나 토큰 등 토큰 이코노미는 중개자가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그러나 플랫폼에서 블록체인이 지닌 기술적 속성이 구체적으로 어떤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지 쉽게 파악하기가 어렵다. 이는 블록체인이 전형적인 후단 기술(back-end)로 작동되어 서비스 표면에서는 기술의 속성이 크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사용자 입장에서 블록체인의 속성보다는 UI 같은 시각적인 디자인 요소를 더욱 중요하게 여길 수도 있다. 또한 그들은 블록체인 플랫폼을 이용하며 편의적인 측면에 주목하지만 어떤 기술이 바탕이 된 것인지 크게 관여하지 않는다. 플랫폼 시장이 양면 구조로써 수요자와 공급자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 블록체인 플랫폼은 공급자 측면에서 더 많은 고민이 이뤄지고 있다.
미디어 시장이 갖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점이 블록체인을 도입한다면 개선될 수 있을까? 단편적인 예시로 스팀잇을 다시 얘기해보자. 스팀잇의 경우, 중개자가 없는 블록체인 플랫폼 서비스이다. 플랫폼에서 이용자들은 콘텐츠의 생산과 이용을 겸하며 품질 관리까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구조이다. 그러나 최근에 스팀잇의 인기가 주춤하고 있는데, 지나친 상업성에 의해 광고성 어뷰징이 성행되고 일부 자본력을 가진 이용자들이 품질을 저하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스팀잇은 비록 중개자가 없이 운영되는 블록체인의 기본 속성에 충실했지만, 서비스가 운용되며 발생할 수 있는 변수들은 고려하지 못한 것이다. 즉 이론적 측면과 실행에서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미디어 시장은 중개자를 아예 없애는 구조보다는 최소한의 개입을 허용하여 중앙 집중과 탈 중앙을 혼용한 하이브리드(hybrid) 구조 방식이 더 적합해 보인다.
미디어 산업에서 블록체인은 단순히 기술적 유행에 의해 적용될 사항이 아니다. 미디어 서비스가 추구하는 목적과 가치가 부합하는지 살펴보고, 미디어와 블록체인이 연결될 수 있는 속성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나아가 플랫폼 이용자의 니즈와 부합하는지 살펴보고 블록체인 미디어 플랫폼의 전략적인 설계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블록체인이라는 신기술만 도입한다고 해서 미디어 시장이 지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다. 여전히 미디어 시장에 블록체인의 도입에 대하여 많은 의문이 든다. 그러나 디지털 콘텐츠에서 발생되는 개인 정보 보호, 저작권 분쟁, 데이터 이용과 관리 등에서 향후 블록체인의 쓰임이 기대되는 것도 사실이다. 더구나 토큰 이코노미로 이용자에게 플랫폼을 이용하는 명분을 제공하여 플랫폼의 권한을 분산시킬 수 있는 점도 장기적 측면에서는 플랫폼 구조의 혁신을 가져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019년에는 블록체인 플랫폼이 하나씩 실행되기 시작했다. 대형 기업들이 블록체인의 경제적 가치에 주목하여 대규모 투자를 했던 결실을 얻게 된 것이다. 글로벌 소셜 미디어 페이스북은 블록체인 리브라를 통해 서비스 단점을 보완하고자 한다. 국내에서는 IT 게임 기업 한빛 소프트는 블록체인 플랫폼 ‘브릴리언트’ 프로토콜을 기반에 둔 메인 넷(main net)을 구축하여 여러 게임들을 연동시켰다. 카카오의 그라운드X는 블록체인 프로젝트 ‘클레이튼’을 통해 메인 넷을 구동하여 자사 플랫폼 기반의 앱을 공개하기도 했다. 또한 네이버는 블록체인 링크를 통해 주로 해외 플랫폼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이들 대형 IT 기업들이 블록체인 플랫폼에 참여하며 마치 한국판 이더리움 환경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기대를 얻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블록체인 플랫폼 중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보여준 곳은 찾기가 어려웠다. 블록체인 플랫폼이 앞단(front-end)에서 이용자에게 어떠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명확한 해답을 제시할 수 있는 서비스가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 블록체인 플랫폼은 기존 시스템을 개선하는 수준에서 서비스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내 시장에서 블록체인 플랫폼은 여전히 시험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미디어 산업 중에서 블록체인과 방송의 결합은 어떠할까? 방송은 영상 콘텐츠를 위주로 구성되기 때문에 여타의 미디어 분야와 결이 다르다. 블록체인 플랫폼은 충분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실험적인 서비스를 구현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 주체는 대기업과 IT기업이 주도하는 형태이며 신기술 도입과 활용에서 유연한 의사결정을 갖고 있다. 반면 기존 방송 사업자들은 블록체인을 도입해서 실제 서비스하는 것에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더욱이 블록체인이라는 신기술을 다룰 수 있는 인력도 전무한 상태이다.
그럼에도 블록체인이 향후 방송과 결합된다면 어떤 부분에서 활용되어야 할까? 먼저 블록체인이 방송이 지향하는 공공성과 어떤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지 접점을 찾아봐야 할 것이다. 방송 플랫폼의 경우 수익 모델도 중요하지만, 생산 조직, 의사결정, 노동 시장과 같은 공적 책무 영역의 혁신과 변화도 함께 고려될 필요가 있다. 블록체인 방송 플랫폼은 참여와 의사 결정의 투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수용자 중심의 서비스 기획과 주권을 강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허위 정보나 저품질 정보를 필터링하여 이용자 중심의 고품질 공공 콘텐츠 아카이브나 메타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한편 블록체인 방송 플랫폼으로 광고주 사이에 거래 정보 데이터를 수집하여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수익 모델로 만드는 방안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데이터 단위로 콘텐츠를 가공하거나 가격 전략을 고려하는 방안도 함께 고려할 수 있다. 기존 방송 미디어가 지닌 한계를 극복하고 경영의 효율성을 도모할 수 있다. 방송 참여에서도 진정한 시청자 참여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기존 시청자위원회나 편성위원회 같이 일정 부분에서의 참여가 아니라 블록체인 방송 플랫폼을 통해 의사결정 전 과정에서 시청자의 직접적인 방송 참여가 가능하게 될 것이다. 또한 수많은 콘텐츠의 저작권 관리에서 블록체인 방송 플랫폼은 효율성을 높여 불법적인 이용을 사전에 근절시키고 창작자의 디지털 저작권을 보호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블록체인은 방송사의 수많은 콘텐츠를 관리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실질적인 디지털 데이터 환경을 조성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블록체인은 이미 금융 시장과 유통 시장에서 기술적 역할을 명백히 드러내며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검증되고 있다. 그러나 미디어 산업은 다른 산업들과 조금 다르다. 미디어에 블록체인이 결합된 비즈니스를 고민한다면 먼저 고려할 사항들이 있다. 과연 우리 조직이 블록체인을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가 되었나? 블록체인 인력이 충분한가? 서비스에서 블록체인 도입이 정말로 필요한가?
미디어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기술에서 항상 속도와 용량이 문제로 지적되었다. 미디어 시장은 이미 고용량, 고품질의 영상 콘텐츠를 스트리밍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블록체인 플랫폼이 실제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즉 블록체인에서 다수의 참여자가 데이터를 저장하고 전송하는 과정에서 합의를 거치는 분산 과정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의 기술 자체가 아무리 획기적인 이점을 갖고 있어도 사용에 편의를 줄 수 없다면 가치를 인정받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블록체인 미디어가 꾸준히 개발되는 것은 지금 당장은 효과를 찾아보기 어려워도 장기적인 측면에서 기술과 미디어 시장은 계속 변화하며 접점을 찾아낼 것이라 본다. 무선 네트워크가 5G 환경으로 본격화됨에 따라 블록체인이 지닌 속도나 용량 문제의 해결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본 내용은 『방송과 기술』 2020년 6월호에 실린 원고 내용을 수정하여 게재하였습니다.
또한 저자가 학자로서 지닌 개인적인 견해이며, 저자가 귀속된 사측의 입장과 무관함을 밝힙니다.
참고문헌
박대민·명승은 (2018). 미디어 블록체인, 플랫폼리스의 기술.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보고서.
유경한 (2020). 데이터 테크놀로지(DT)의 방송플랫폼 적용 방안 연구: 블록체인 기술을 중심으로. 문화와 융합, 42권 2호(통권 66집), 107-135.
이차웅(2019). 블록체인, 플랫폼 혁명을 꿈꾸다. 나남:서울.
커넥팅랩 (2019). 모바일 미래보고서 2020. 비즈니스북스: 서울.
Deloitte (2017). A new Game Changer for the Media Indust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