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은 시대적 흐름과 상황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화해왔다. 근래 우리의 일상 속에서 커뮤니케이션은 항상 스마트 디바이스로 연결된 형태를 보인다. 특히 스마트폰은 몸에 늘 지니고 다니면서 일상과 업무, 여가에서 각종 커뮤니케이션을 매개한다. 과거 휴대전화는 대표적인 메시지 송수신 수단으로 음성 전화가 주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었다. 이후 단말기와 통신 환경이 발전하며 단문 메시지 서비스(SMS), 멀티미디어 메시지 서비스(MMS), 영상 통화 등을 순차적으로 추가하며 진화했다. 이윽고 스마트폰은 단말기를 넘어 인터넷이 가능해지면서 개별적으로 존재했던 각종 커뮤니케이션 수단과 미디어를 흡수한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스마트폰의 등장은 메시지 형태를 다채롭게 변화시킨 단초가 되었다. 올해로 스마트폰은 13년 차가 되었지만, SNS와 인스턴트 메신저, 동영상 플랫폼 등 그 안에서 탄생한 변화 속도는 매우 가파르다. 인터넷 공간에서 텍스트 메시지는 이미지와 영상을 더하며 입체적인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을 구현한다. 보조적 수단이었던 SNS와 인스턴트 메신저는 점차 필수 도구로 자리매김하며 한층 더 긴밀한 커뮤니케이션 형태를 갖추었다.
느슨한 연대는 인터넷 공간에서 사람 간의 관계에 초점을 둔다. 사전적 의미에서 보면‘느슨하다’는 ‘잡아맨 끈이나 줄 따위가 늘어져서 헐겁다’, ‘마음이 풀어져서 긴장감이 없다’ 등으로 사용된다. 느슨한 연대는 곧 느슨한 관계에서 비롯되는데 약한 연결, 약한 연대로도 불리며 기존 관계를 재해석한다. 서로 연결된 상태에서 필요와 목적에 따라 관계의 장점은 가져가고 그 속에 부담감과 복잡함은 덜어내며 ‘따로 또 같이’의 새로운 가치를 형성한다. 어쩌면 느슨한 연대는 과거 집단주의가 붕괴한 자리에 등장한 개인주의가 만연한 현재 시대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듯하다. 이런 시대상은 소위 디지털 네이티브로 불리는 젊은이들이 처한 각박한 현실을 대변할지도 모른다.
몇 달 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1일 1깡’은 IP로 연결된 커뮤니케이션 속에서 독특한 연대 의식을 보여줬다. ‘1일 1깡’은 가수 비가 2017년에 ‘MY LIFE愛’미니앨범에 수록했던 ‘깡’이라는 노래가 SNS에서 다시 인기를 얻게 되면서 생겨난 트렌드 용어이다. 처음 깡이 출시된 시기에는 과도한 안무 때문에 대중의 호응을 얻지 못했고, 일부 기사 내용은 네티즌의 비판과 조롱으로 혹평을 받았다. 그러나 2020년 초에 한 여고생이 유튜브에서 '1일 1깡 여고생의 깡(Rain-Gang) cover'란 제목으로 완벽한 재연으로 높은 조회 수를 기록했다. 이후 각종 SNS에서는 깡과 관련된 기발한 내용이 연속적으로 만들어지며 확산되었다. 유튜브에서 깡 안무를 따라 하는 영상을 직접 올리거나 깡 노래를 듣거나 춤을 따라 하는 것을 ‘1깡했다’고 표현하기 시작했다. 깡의 인기 현상에 연예인, 댄서들은 물론 원작 아티스트인 비를 다시 대중 앞에 소환해내는 힘을 보였다. 비 스스로도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깡 확산을 독려하기도 했다.
1일 1깡을 계기로 비는 농심의 새우깡 광고 모델로 발탁되는 행운까지 거머쥐게 되었다. 깡 퍼포먼스가 인터넷에서 이슈가 되면서 버즈 현상이 일어났고 연상작용에 의해 유사 단어가 포함된 새우깡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농심은 새우깡 모델로 비를 추천하는 소비자들의 요청을 빠르게 수용하고 대국민 챌린지를 진행했다. 그 결과, 새우깡은 지난 5월 24일에서 6월 23일까지 한 달간 매출에서 전년 대비 무려 30%가 증가한 70억 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농심의 깡 스낵 시리즈도 매출에서 동반 상승을 기록하며 지난 7월 한 달간 처음으로 100억 원 매출을 넘어서기도 했다. 1일 1깡 현상은 마케팅 효과로 급물살을 타며 실제 구매로 연결되었다. 구매 과정에서 소비자들은 소셜미디어에 1일 1깡, 식후깡 등 해시태그와 함께 새우깡 구매에 대한 인증 사진을 자발적으로 올리며 자체적인 홍보에 기여하기도 했다.
코로나 상황이 장기간에 접어들면서 지친 일상 속에서 밈은 인터넷에서 일종의 놀이처럼 퍼져나간다. 구글 트렌드 결과에서 밈에 대한 관심도는 이전부터 꾸준히 증가해왔는데, 최근 1년간 관심도에서 급격히 상승한 것을 볼 수 있다(<그림 5> 참조). 본래 밈은 1976년 영국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의 저서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에서 등장했던 용어로써 최근에 등장한 개념은 아니다. 당시 도킨스는 밈에 대해 문화 전달에도 유전자처럼 복제역할을 하는 중간 매개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정보의 단위, 양식, 유형, 요소 등이 해당되며 이것이 바로 밈이다. 근래에 밈은 비의 깡 사례처럼 모방에 의해 전파되는 문화 정보를 뜻한다.
밈은 유용한 것이든, 영향이 없는 것이든, 해로운 것이든, 단지 무차별적으로 번져나간다. 좋은 의미에서 밈은 약한 연결 관계에 놓은 사람들까지 광범위하게 참여할 수 있는 일종의 문화적 놀이 현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특정 주제의 메시지나 콘텐츠가 모방되어 지속적으로 확산된다는 점에서 자칫 편향적이거나 나쁜 의도를 계속 전파하는데 활용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밈은 전달과정에서 일부가 누락되거나 변형될 수 있고 어떤 경우에는 실패하기도 한다.
우리가 전달하려는 분명한 메시지를 갖춘 원본 콘텐츠가 존재해야 한다. 이것은 사람들이 쉽게 따라 하며 스스로 재미를 추구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대부분 밈으로 만들어진 것은 반복적인 독특한 행위가 가능한 경우가 많다. 참여자들은 복제와 전달과정에서 원본 메시지나 형식의 본질은 유지하고 있으나, 그들만의 방식을 접목하여 재해석한다. 이런 점에서 밈은 패러디와 유사할지 모르지만, 패러디가 풍자적이고 해학적 측면에서 원본 메시지나 콘텐츠를 재해석하는 것과 결이 다르다. 그러나 밈은 유행과 특정 이슈에 초점을 두고 있어서 사람들을 지속적으로 결속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흥미라는 목적이 끝나면 사람들의 관심이 빠르게 전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어느 때 보다 서로 관계가 단절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코로나 상황에서 밈은 특이한 연대와 연결로 커뮤니케이션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외부 활동이 제한되어 사람들이 집 안에 머무는 시기가 길어지면서 비록 떨어져 있지만 인터넷 공간에서 함께 할 수 있는 밈을 선택한 것처럼 보인다. 밈이라는 커뮤니케이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즐기면서 코로나 일상에서 또 다른 미디어 이용 방식을 찾아가고 있다.
본 내용은 『방송과 기술』 2020년 10월호의 내용을 일부 수정하여 게재하였습니다.
또한 저자가 학자로서 지닌 개인적인 견해이며, 저자가 귀속된 사측의 입장과 무관함을 밝힙니다.
참고문헌
김용섭 (2019). 라이프 트렌드 2020: 느슨한 연대. 서울:(주)부키.
수전 블랙모어 (2010). 밈. 서울:바다출판사.
뉴스1 (2020. 8. 2). "1일1깡 효과"…농심 '깡 스낵', 月 매출 100억원 넘었다: 깡 열풍 속 가수 비 모델 효과 이어져.
한국경제 (2020. 5. 17). '1일1깡' 뜻, 뭐길래? 이젠 '식후깡''1일7깡'할 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