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에서 잘파세대로 트렌드 리더의 세대교체
이제 MZ세대는 가고 잘파(Zalpha)세대가 왔다. 불과 얼마 전까지 최신 트렌드를 이끌던 MZ세대는 M에 해당하는 밀레니얼(Millennials) 세대가 차츰 나이가 들어가며 기성세대로 접어들면서 잘파세대로 자연스럽게 세대교체를 이루게 되었다. 어느새 MZ세대에게 쏠렸던 시선과 관심은 서서히 저물고 그 자리에는 잘파세대가 부상하고 있다. 새롭게 트렌드를 주도해갈 잘파세대에 대해 알아보자.
잘파세대라는 용어가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미국 패션 액세서리 소매기업 클레어스(claire’s)의 최고 마케팅 책임자(CMO) 크리스틴 패트릭(Kristin Patrick)이 자사의 10대 고객들을 잘파세대라고 표현하면서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잘파세대는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출생한 Z세대와 2010년 이후 출생한 알파세대를 결합한 합성어다. Z세대는 중학생부터 사회 초년생이 해당하고 알파세대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출생아부터 초등학생을 포함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자료에 의하면, 잘파세대 인구 비중은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25% 수준, 전 세계 인구의 47% 비중을 차지한다.
클레어스(Claire's)는 1961년 일리노이주 시카고 인근에 설립한 주로 10대 소녀들을 대상으로 액세서리, 장난감 등을 판매하는 소매기업이다.
잘파세대는 새로운 트렌드와 소비를 주도할 잠재력을 지녔다. 아직 그들은 독립적인 소비자의 지위는 갖지 못했지만, 앞으로 상당한 소비 잠재력을 보유한 집단이다. 최근 사회문제로도 부상한 초저출생과 관련하여 한 자녀 쏠림현상으로 인해 밀레니얼세대 부모의 재력과 소비력은 모두 알파세대에게 집중될 수 있다. 비슷한 관점에서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의하면, 조부모가 손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한 건수와 액수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이처럼 잘파세대는 미래의 잠재적 소비는 물론이고 현재 직접 소비력은 없으나 부모나 조부모를 통한 간접 소비가 가능해서 눈여겨보는 일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잘파세대와 지속적인 관계형성으로 마인드 쉐어를 통한 선점이 필요하며, 하나의 동질적인 집단으로 일반화하기보단 특성별로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잘파세대는 아직 소득 수준이 높지 않거나 아예 소득이 없는 경우도 있지만, 진짜 자신이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에는 거침없이 돈을 쓰는 Z세대와 이보다 더 강한 특성을 보이는 알파세대의 조합으로 생활양식과 가치관이 같은 세대 간 대화를 통해 저항감을 해소하고 미래의 잠재적 수익 창출을 실행하고 있다. 실제로 잘파세대는 다른 세대보다 3배 정도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잘파세대는 디지털과 함께 태어나고 성장한 디지털 네이티브로서 신인류에 가까울 정도로 이전 세대와는 다른 새로운 생각, 개념, 가치관을 지녔다. 그들은 어느 한 가지로 정의하기가 어려운 세대인데, 기존 관점에서 잘파세대는 일관성이 없고 종잡을 수 없는 모순적인 행동을 보이고 짠테크 소비, 갓생소비, 현생소비 등 소비에서는 랜덤형 소비를 보인다.
잘파세대는 AI, 챗봇 네이티브라고도 불리며 이전 세대보다 신체적인 성숙도가 더 높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며 정보력을 갖추었다.
이들은 디지털 콘텐츠에 대해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고 커뮤니티 소속감을 중요하게 여기는데, 인터넷 기반으로 빠른 수용과 확산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주도하며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민감도와 반응이 매우 빠른 편이다. 특히 괄목할 부분은 디지털 신기술에 대한 거부감이 거의 없다는 점인데 AI나 ChatGPT 같은 신기술 수용이 빠른 편이다. 사진 어플리케이션 스노우 AI 프로필은 사용자 얼굴 사진을 바탕으로 AI 프로필을 제작하는 유료 서비스인데 출시 10일 만에 이용자가 20만 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잘파세대에서 Z세대와 알파세대는 서로 같지만 미묘하게 다른 특성을 보인다. Z세대와 알파세대는 성장기에 스마트 미디어를 통해 디지털 콘텐츠를 소비하며 자라난 세대라는 점에서 동질성을 지녔다. 그러나 모바일 밀도, 펜데믹 경험, 사고체계에서 Z세대와 알파세대는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다. 먼저, 모바일 밀도 부분에서 Z세대는 모바일과 아날로그 시대의 중간 지점에 있었던 세대지만 알파세대는 오직 모바일 시대만 존재하는 세대다. 팬데믹 경험에서 Z세대는 사회진출 후 팬데믹을 경험해 봤지만, 알파세대는 성장기 중에 팬데믹을 경험했는데 아직 가치관이 완전히 형성되기 전에 팬데믹을 통해 새로운 가치 체계가 수용되었을 것이라고 보인다. 마지막으로 사고체계 부분에서 Z세대는 나와 공동체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고 하지만, 알파세대는 나 중심의 사고가 확고한 세대다.
인터넷과 스마트미디어와 함께 자라온 잘파세대는 인터넷 이전의 미디어 세상과 전혀 다른 미디어 이용 경험을 형성해 왔다. MZ세대가 디지털 퍼스트(Digital First)였다면, 잘파세대는 디지털 온리(Digital Only)라고 할 수 있는데, 특히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계가 없는 하이브리드(hybrid)를 추구하는 멀티버스(Multibus) 세대라고도 할 수 있다. 이들은 SNS,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 소비에 적극적이고, 온·오프라인에서 직접 경험 중시한다. 인터넷 미디어에 익숙한 잘파세대는 역설적으로 과거 아날로그 미디어에 대해 호감을 나타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알파세대는 좋아하는 가수의 LP를 장식용도의 기념품으로 소비하기도 한다. 인터넷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라와서 오히려 아날로그 미디어를 이용한 마케팅에 호감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라서 잘파세대는 디지털 세상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서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이전보다 치밀하고 세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그들은 특정 브랜드를 선호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족을 위해 개인 중심의 개별적인 맞춤형 서비스를 선호한다. 잘파세대 미디어 이용은 디지털과 아날로그,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계를 초월한 재미를 추구한다. 재미가 없으면 잘파세대의 관심사는 금세 다른 곳으로 옮겨갈 수 있는데, 그만큼 유행의 주기가 짧아질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요소를 결합한 서비스가 큰 호응을 얻고 있고, 온·오프라인을 연계하여 마케팅의 거점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서울 홍대 성수동 일대 팝업스토어나 미디어아트와 같은 체험 경험은 잘파세대의 취향을 공략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스마트폰으로 거의 모든 걸 다하는 잘파세대에게 숏폼 플랫폼과 콘텐츠는 짧고 간결한 메시지와 재미를 전달하며 그들의 니즈에 상당히 부합하는 요건을 갖췄다. 와이즈앱 조사에서 한국인 10명 중 9명이 숏폼 영상을 이용한다고 조사되었고 주로 유튜브 쇼츠를 통해 시청하고 있었다.
이처럼 Z세대와 알파세대를 결합한 잘파세대는 이전 MZ세대보다 디지털 환경에 더 익숙하고 친밀함을 넘어, 자유자재로 연계와 응용이 가능한 '자기효능감'이 높은 세대다. 잘파세대가 이끄는 트렌드는 나를 중심으로 개인 관심사의 초정밀화를 추구하며 톡특함과 재미가 담긴 진한 경험을 통해 스스로 콘텐츠가 되는 것을 마다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의 일상을 가깝게 밀착해서 관찰하고, 변동성에 따라 유연한 전략을 실행해야 한다. 얼핏,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잘파세대의 콘텐츠 소비를 유도하는 게 더 쉬워 보일지 모르지만, 이들은 개인 관심사를 따라 계속 트렌드를 바꿔나가기 때문에 콘텐츠의 선택과 이용에서 고정된 기준이나 일관성을 찾는 일은 더 까다롭고 어려워졌다.
이제 MZ세대에서 잘파세대로 트렌드 리더의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지금은 잘파(Zalpha)세대다. MZ세대 이후, 디지털 네이티브인 잘파세대가 만들어갈 트렌드는 무엇일지 한번 기대해 보자.
참고문헌
나스미디어(2023). Digital Media & Marketing Trend Forecasting.
노영준(2023). 알파세대가 온다. 천그루숲: 서울.
대홍기획(2019. 11. 4). Z세대에게 다가가기.
제일기획 매거진(2023. 4). 1분의 미학, 숏폼. 통권 567호.
클레어스(claire’s) 공식 페이지.
하나금융경영연구소(2023. 9. 27). 잘파세대의 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