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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립 Dec 29. 2019

[술터디 둘째날] 다이키리: 넌 되는데 왜 난 안 돼?

제가 칵테일을 좋아하는 이유는 다양한 맛이 섞여서 새로운 맛과 향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여러 가지 재료를 섞는 과정에서 마시게 될 사람만을 오롯이 생각해야 한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개별 존재를 존중하되 포용까지 하는 칵테일 같은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술터디 둘째날 시작합니다.


 


# 다이키리(Daiquiri)     

    

다이키리의 베이스 술은 럼(Rum)입니다. 럼은 쿠바 쪽의 서인도제도를 중심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항해하는 사람들이 좋아했다고 하죠. 유럽, 서아프리카, 서인도제도의 삼각무역에서 럼, 흑인노예, 당밀이 주요 상품으로 거래되기도 했습니다.     


1oz는 30ml에요. “에계 이걸 누구 코에 붙여”라고 할 양 이죠. 하지만 계속 코에 붙이다보면 헤밍웨이처럼 됩니다.     


다이키리는 헤밍웨이가 좋아한 술로 유명해요. 헤밍웨이는 프로즌 다이키리를 즐겼는데 당뇨가 있어서 설탕은 뺐다고 하네요. 헤밍웨이는 다이키리를 하루에 스무 잔씩 마셨다고 합니다. 당뇨라면서 설탕을 뺄 게 아니라 술을 줄였어야 할 것 같네요. 그러면서도 헤밍웨이는 “사실 나에겐 술보다 기쁨을 주는 것도 별로 없습니다”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헤밍웨이가 즐긴 다이키리의 레시피는 위에 알려드린 다이키리와는 조금 달라요. 헤밍웨이 시그니처 다이키리는 ‘파파도블레’라고도 부릅니다. 바카디 화이트 럼에 자몽 반개와 라임 2개를 짜 넣고 마라슈노 리큐르를 넣은 후 얼음 한 컵과 함께 블랜더에 갈아서 고블렛 잔이나 칵테일 잔에 따르면 완성-     



# 넌 되는데 왜 난 안 돼?


올리비아 로랭의 책 <작가와 술>에서는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미국 작가들 여섯 명 중 네 명이 알코올 중독자였다고 말합니다. 퓰리처상 후보로 올랐던 소설 <대성당(Cathedral)>의 작가 레이먼드 카버는 알코올에 점차 의존하면서 작가로서의 자신의 위치가 흔들렸던 것의 원인을 부인과 가족에게 돌리며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가정폭력은 작품에 묻혀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많은 예술가, 지식인들이 알코올에 의존했고, 오히려 이것을 자랑스럽게 여겼습니다. 자신의 고뇌를 세상이 알아주지 않기 때문에 상념을 잠시 멈추기 위해서 술을 마셔야 한다, 술을 마셔야 새로운 세상과 이어질 수 있다 등 이들이 자신의 알코올 의존증을 정당화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였습니다. 그리고 알코올로 인한 이들의 잘못된 언행은 쉽게 용인이 됐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죠.     


하지만 이 용인은 일부에게만 허용되는 것이었습니다. 여성은 똑같은 지식인이더라도 음주와 흡연 같은 사소한 것들을 통해 비판받았습니다. 수필집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로 유명한 전혜린은 당시 음주 및 흡연을 거리낌 없이 한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기도 했죠.     


이런 이중 잣대는 지금까지도 이어집니다. 보통 사람들에게까지 확대가 됐죠. 음주 후 저지른 성범죄에는 ‘판단 능력이 떨어졌다’는 관대한 판단이 내려지지만 함께 마신 피해자에게는 “왜 늦게까지 술을 마셨느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술 잘 마시는 남성은 멋있고, 잘못된 언행은 취기어린 실수일 수 있지만 음주 후 여성의 모든 행동은 범죄의 빌미가 됩니다.



# 네가 술이 좋은 만큼 나도 좋아 한다


헤밍웨이가 다이키리를 하루에 스무 잔씩 마시면서 한 번도 실수를 하지 않았을까요. 이 관대함은 한쪽에 일방적이어서는 안 됩니다. ‘기호식품’으로서의 기능을 해야 하는 것이죠. 여성이든 남성이든 술을 좋아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여성의 음주에 ‘섹시하다’, ‘헤프다’ 등의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지 않는 것, ‘술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은 여성이니 밤늦게 술 마시며 돌아다니면 안 된다’며 음주 후 가해에는 관대하면서 피해자의 행동반경은 줄이는 게 없어져야 한다는 말입니다.


자유롭게 또술해요! 곧또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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