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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RKER Feb 05. 2019

생애 첫 역귀성

설날 이틀 전 토요일, 어머니와 아버지가 서울로 오셨다.

제대 후 졸업, 상경하고 처음 있는 일이다. 매번 명절은 귀성길에 올랐던 내가 이번엔 동서울 터미널에서 부모님을 기다렸다.

언제나 반대였던지라 기분이 참 생경했다.


“차도 안 밀리고 빨리 왔어”


이번 연휴가 긴 탓에 주말 귀경길은 차가 많이 않았던 모양. 터미널만큼 이곳 저것 귀성객들을 나르느라 복잡했다. 아직 하차장에 들지 않은 부모님이 타신 버스가 도로 위를 느긋하게 미끄러져 들어왔다.


손을 번쩍 들어 흔들었다. 차창 너머 희미하게 보이는 어머니와 아버지. 낯섦보다 반가움이 더 앞섰다.


어색한 듯 무심하게 버스에 내리는 아버지께 인사하고, 부모님 짐을 챙겨 앞서 걸었다. 택시를 잡고 급하게 터미널을 빠져나갔다. 택시가 뿌연 서울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40여분 강북을 가로질러 우리 동네, 수유동 북한산 아랫자락 조용한 주택가에 택시가 멈춰 섰다.


나에게 익숙한 동네, 매일같이 다니는 길에 부모님이 같이 있다는 게 이상한 기분이었다. 누나도 그랬던지 저녁을 먹으러 나서는 흐릿한 저녁길이 마냥 쓸쓸하지 않고 포근한 마음이다.


역귀성, 부쩍 요즘에 지방에 계신 부모님이 자녀들이 있는 서울로 올라온다고 미디어에서 숱하게 말하는 게 현실로 다가온 순간, 3박 4일 긴 연휴, 오랜만에 살 비비며 지낸 일상이 참 행복했다.


“이쁘게 하고 사네”


살림도, 타향살이도, 얄궂게 대충 사는 줄만 아셨던 어머니가 다시 돌아가시는 길에 참 다행이라고 하신다. 눈 앞에 보이지 않으니 자식들 걱정을 얼마간 하신 마음이 한 숨 내려놓으신 모양이다.



부모님을 모시고 경복궁엘 다녀왔다. 역시 연휴라 관람객으로 고궁은 번잡했다. 외국인, 젊은 한복 커플들.

구름에 먼지가 묻은 것 같았지만, 새파란 하늘 아래 궁 나들이는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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