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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RKER Aug 18. 2015

“제주에만 있는 것들” {2nd day}

2박 3일 제주도 여행


  둘째날은 '섭지코지'로 갔다.

드라마에 나왔던 정면을 잊을 수 없었다. 깍아진 절벽과 바다, 그 뒤에 펼쳐진 초원은 정말 제주의 특별한 경관을 만끽하기에 충분했다.



  3일이란 시간은 확실히 부족한 시간이였다. 등대도 가보려 했지만, 너무 너무 멀었다.

바다바람을 실컷 맞고 산책로를 따라 '아쿠아 플라넷'으로 갔다.



  나름 잘 꾸며 놓았다. 사진이나 이름만 들어 알던 생물들을 보는 것은 충분히 신기하고 흥미로웠다.

돌고래쇼는 보지 않았다. 넓다란 수족관이래도 바다에 비하면 돌고래의 활동량에 너무 비좁아 보였다.

보고 나오는 내내 그 돌고래들 생각만 났다.



  아침겸 점심을 먹으러 성산읍으로 갔다.

한 여름 무더위까지 잊게 만드는 전복 뚝배기, 뜨끈한 숭늉에 말아서 먹으면 고소함이 전복맛과 어우러져 더 맛있다. 서울에선 구경도 못하는 전복 뚝배기라 더 맛있었는지 모르겠다.


  배를 두둑히 채우고 성산항으로 향했다. 여객 터미널은 우도로 들어가려는 관광객으로 가득했다.

그것을 증명이라도하는 듯 입선 신고서가 매표소 앞 바닥을 나둥굴고 있었다.



  우도로 들어가는 배에는 역시 앉을 틈 없이 사람들로 가득 실었다.

우도 투어버스를 타고 한바퀴 돌려고 했지만, 그 날은 맑은 날씨와는 반대로 파도가 높아서 오후 4시가 마지막 배라는 매표소 직원의 말이 밉게 들렸다.

우도의 여름은 정말 이뻤다. 산도, 해안가도, 좁고 아기자기한 차도도.

우도를 다시 오게 된다면 하루 밤 자면서 실컷 돌아다니고 싶었다.



  1년반 전 제주를 찾았을 때 새별오름을 올랐다. 그 때 미처 시간이 없어 두모악에 갈 수 없었는데, 이렇게 다시 찾았다.

우도에서 뜨거워진 몸이 두모악을 가기 위해 산책 삼아 걸었다. 가는 길 중간에 이쁜 길냥이 녀석이 햇볕을 쬐고 있었다.

집을 지키고 있을 우리집 녀석들도 떠올랐다.


‘좋은 곳에서 좋은 사람들이랑 살아서 여기 있는 길냥이들도 참 이쁘구나’


  전시를 보는 동안 다음에는 용눈이 오름을 가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같은 오름이지만 이렇게 다채롭고 보는 내내 신비로운 풍경이라니.

전에 올랐던 새별오름이 떠오른다.



  온 몸이 돌이 되어버리는 병에 걸린 김영갑 작가. 이토록 신비롭고 아름다운 제주의 오름을 일찍이 알고 일생을 오름에 바치다 싶이 놀라운 작품을 남겼다는 게 놀라웠다. 그리고 언제라면 제주 오름들만 둘러 봐야 할 것 같았다.



  갤러리 앞엔 '오름'이라는 카페가 있다.

커피도 팔지만, 사실 거긴 돈가스가 무척 맛있다. 듣기론 셰프님이 아프셔서 투병하시는 동안 가게 문을 닫았다고 한다. 근데 이젠 다 나으셨는지 영업을 하고 있었다.

돈가스라면 뭐든 좋고, 맛이 있든 없든 비싸든 말든 할 정도로 좋아한다. 바삭한 튀김옷에 입에 짝짝 붙는 육질, 달달한 소스가 뒤섞이면. 눈물이 난다. 또 한 조각이 없어졌구나.

그리고, 샐러드는 양배추를 얇게 썰어 나오는데 문제는 샐러드 드래싱이다. 고소하고 씹을수록 양배추의 단맛을 북돋는 것 같다. 좀처럼 원래 나오는 샐러드를 잘 먹지 않은 타입인데 더 달라고 해서 엄청 먹었다.


  행복한 포만감에 젖어 나오는 길. 가게 옆에 나무그네와 그 뒤에 수국이 피어 있다.

아름다운 저녁이다. 눈도 혀도 코도 즐거웠던 하루다.


  이렇게 2박 3일의 여행을 정리해 봤다.

길지 않아서 언제나 아쉬움을 뒤로 하는 제주 여행은 다음에 다시 올 수 있게끔 항상 숙제들이 남겨진다.

그래서 그 시간들이, 기억들이 귀하고 귀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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