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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아와 랄라 Aug 17. 2020

워크와 라이프의 현명한 블렌딩

너, 내 동료가 돼라

작가 『김미아』


일하다 돈벌이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 저당 잡힌 인생이 되지 않기 위해선 일의 가치와 삶의 가치가 20퍼센트라도 겹쳐야 한다.



일과 일 이외의 삶을 철저하게 분리하고자 했던 워라밸을 지나, 이제 워라블(Work Life Blending)이 대세다. 사실 누군가는 '허울 좋은 말로 직장인을 착취하려는 것'이라고 워라블에 반대하기도 한다. 그럴 수 있다. 다만, 오늘 나는 일에서 돈 그 이상의 가치를 발견하는 게 스스로의 정신건강에도 더 좋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지방에 있는 공공기관에 취직했다. 창의적인 일은 아니었지만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명확하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믿음은 일주일을 채 가지 못했다. 서류 갈이를 해서 '친분 있는 회사'에 지원을 해주고 행정을 위한 행정을 했다. 성과를 채우기 위해 기업 입장에선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전시회에 강제로 내보내기도 했다. 회의비라는 명목으로 매일같이 회식을 하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이게 전부 세금 아니야?'라는 생각에 밥이 넘어가지 않았다.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 외부 인력비도 눈에 띄었다. 동기에게 슬쩍 '이거 이상하지 않아? 횡령 아니야?'라고 말을 꺼내자, 동기는 '어차피 우리 같은 말단 일 아니야, 눈 닫고 귀 막아.'라고 얘기했다. 말단이 상관할 바가 아니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의구심을 지우지 못했다. 정말 내 일이 아닐까? 그리고 눈을 뜨고 귀가 열려있는데 어쩌란 말이야.


일을 하는 내내 하루 8시간을 저당 잡혔다고 생각했다. 이것만 끝나면 내 삶을 즐기러 가야지, 라는 마음이었다. 하루 중 삼분의 일을 불행하게 보냈고 나머지 삼분의 일은 잠을 자며 보냈으며 남은 삼분의 일만 내 삶이었다. '모두들 그렇게 살아'라는 말에 스스로를 다독이고 있을 무렵, 사진 하나를 보았다.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대강 이런 내용이었다.


너 너무 지쳐 보여. 3일만 쉬어 봐.
안 돼. 일 해야 해.
3일도 못 쉬어?
응.
그럼 그게 네 삶이야? 네 긴 인생 중에 고작 3일도 네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다면 그건 네 삶이 아니야.


나는 내 삶을 살고 있지 못했다.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고 그때 마음먹었다.


결국 오래 지나지 않아 나는 공공기관을 퇴사했다. 주변에서는 모두 힘들게 들어간 곳을 왜 박차고 나오냐며, 거기만큼 안정적인 곳이 어딨느냐며 나를 책망했다. 정작 나는 창의적이고,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분명하게 끼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나오고 나서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다.


그만둔 지 이제 근 10개월이 지났다. 가끔 친구들이 내게 묻는다. '코로나 터지고 이제 취업 시장도 굳었잖아. 후회 안 해?' 그러면 나는 에디뜨 피아프의 '아뇨, 난 후회하지 않아요'를 불렀다. 맞다. '논-리 그레떼 리앙-'이 노래다. 어떻게 후회하지 않느냐는 말에, 내 삶을 찾기 위한 과정인데 무엇이 그리 후회되냐고 말했다.


나는 나와 핏이 잘 맞는 회사를 찾고 있다. 남들에게는 다 좋은 회사라도 내겐 맞지 않을 수 있고, 남들은 '일도 힘든데 왜 가'싶은 회사도 나와 뜻이 맞으면 함께 할 수 있다. 뜻이 맞는 동료를 찾는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사람들에게 삶의 활력을 찾아주고 싶다는 내 뜻을 함께할 수 있는 곳이라면, 나는 기꺼이 삶의 일부를 내어 줄 것이다. 사실, 내 삶의 목표를 이루기 위함인데 안 내어줄 이유가 없다.


참 재밌게도 전에 다니던 그 공공기관은 횡령건으로 해체가 됐다. 안정성만 믿기엔 삶은 언제 어디서 변화가 찾아올지 모른다. 그러니 하고 싶은 일을 하자. 인생,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 아닌가. 저당 잡힌 인생을 살기엔 내 인생의 목표가 너무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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