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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히려좋아 Dec 13. 2021

극세모와 탄력모

극세모와 탄력모


남편과 나는 칫솔 취향부터 다르다. 나는 잇몸이 약해서 초극세모의 부드러운 칫솔만 쓴다. 반면 남편은 모가 두꺼운 탄력모의 칫솔을 선호한다. 처음에는 내가 좋아하는 형태의 칫솔을 샀다가 남편이 불만을 가졌고, 그다음에는 남편이 좋아하는 칫솔을 쓰다가 난 잇몸에 피가 났다. 결국 우리는 서로 다른 칫솔을 쓰기로 했다.


칫솔 외에도 바디와 헤어 제품에서도 취향이 다르다. 다른 것을 나열하면 끝이 없다. 아마 오늘 밤을 지새워도 시간이 부족할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서로에 대해 잘 안다고 자부했는데, 사실은 아니었다. 결혼 전에는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 알 수 없었으니까. 그래서 어쩔 수 없는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결국 우리는 상대방의 취향에 터치하지 않고, 자기가 좋아하는 물건을 쓰기로 했다. 물론 고가의 가전제품처럼 분리할 수 없는 것들도 있다. 그럴 때는 어쩔 수 없이 중간 지점에서 만나 악수를 하며 타협하는 것이 필수일 것이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 사랑하는 사이에 가장 필요한 것 아닐까. 

칫솔이 다 떨어진 오늘 나는 초극세모 칫솔과 탄력모 칫솔 둘다 산다.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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