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비건』을 읽고 씁니다.
처음 베지테리언을 접한 것은 작년 겨울이었다.
푸드스타일링 직무로 팀에 합류하신 그분은 고기를 먹지 않는 베지테리언으로 유제품, 달걀, 어류는 섭취하는 페스코 베지테리언이셨다.
내 주위에 '저기압일 땐 고기 앞으로'를 외치는 육류파밖에 없었기에 그분의 라이프스타일이 생소하기도, 특별해 보이기도 했다.
당시 나에게 있어서 채소는 고기반찬을 더 빛나게 해주는 조연도 아닌 그저 엑스트라에 불과했고, 최근까지도 비건의 라이프스타일은 나에게는 북극과 남극만큼 동 떨어져 있었다.
결혼을 앞두고 매일 점심에 샐러드만 먹던 때가 있었는데,
매일 먹는 풀떼기에 질려 직장 동료와 회사 근처 비건 식당 '천년식향'에 간 적이 있었다.
그날 점심, 고기 없이도 섹시한 식탁을 경험했다는 것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_왜 섹시한 식탁이냐 궁금하다면 이 기사를 읽어보자_
그 라이프스타일은 도대체 뭐길래 주위에 베지테리언과 전문 식당이 생기는지,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다 우연히 만난 책 한 권으로 삶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가 생겼다.
나와 같이 비건에 대해 알고 싶지만, 무겁지 않게 접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책을 한 권 소개하고자 한다.
- 저자 김한민
아무튼, 땡땡 시리즈 중 하나로 비건에 대해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비건은 단순히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책을 읽을수록 비건은 동물, 환경 그리고 우리의 지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나는 동물, 환경, 지구를 바라보는 시선의 각도가 조금 바뀌었다.
사실 각도가 바뀐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달라진 각도로 일상을 바라보고 살아가면, 결국 삶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내 경우는 '책을 읽고, 고기를 끊게 되었다'의 극단적인 결말은 아니다.
그렇지만 강아지와 고양이는 귀여워하고 사랑하면서 돼지와 소는 잔인하게 공장식 축산을 하는 것인가에 대한 물음과 동물실험을 반대하는 일상 용품에 대한 시도, 스테이크 한 덩어리가 만들어내는 환경오염에 대한 걱정이 시작되었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이 나에게 주는 의미는 특별하지 않을까.
2020년의 마지막 날
나른한 오후, 처음 남기는 책 리뷰
아무튼, 비건 책에서 만난 문장들
"절망은 길고 꾸준하고, 희망은 파편적이고 멀리서 명멸한다. 파졸리니가 묘사한 반딧불처럼 잔존한다. 앞서 말했다시피 해외에서는 "공장식 축산은 인류 역사상 최악의 범죄 중 하나"라는 유발 하라리의 생각에 동감하는 지식인도 적지 않다."
"건강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섬세한 개념이다. 혼동하면 안 된다. 건강함과 건전함은 다르다.
건강하지만 건전하지 않을 수 있으며, 그 역도 마찬가지이다."
김한민, 『아무튼, 비건』, 위고(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