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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히려좋아 Aug 02. 2022

젊은 작가들의 문장들

『2022 제13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읽고 씁니다.

2022 제13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젊은작가상은 등단 십 년 이하의 작가들이 한 해 동안 발표한 신작 중단편 중에 수상작을 선정합니다. 이번 해에는 총 일곱 편이 선정되었어요. 수상 목적은 최고의 작품을 뽑는 것에만 있지 않고, 기존의 어법과 이해에 반발하거나 그것을 넘어서는 새로운 세대의 글쓰기를 조명하는 데에 있습니다. 수상 작품 중에 대상 작품을 선정하기는 하지만 모든 작품을 수상작으로 하고 상금 또한 차등을 두지 않는다고 해요.


어떤 작품이 선정되었을지, 일곱 편 중 나에게 맞는 작품은 어떤 작품인지 궁금하시죠. 작품 제목과 작가님을 첫 문장과 함께 소개할게요.



“이원영은 초파리를 좋아했다.”

- 임솔아 작가님의 「초파리 돌보기」


“이 글은 대파 한 단이 육천칠백원 하던 시절, 세상으로부터 버려질 위기에 처했던 모모의 이야기다.”

- 김멜라 작가님의 「저녁놀」


“살짝 열린 창문 사이로 몇 분 전 내가 힘겹게 올라온 비탈이 보였다.”

- 김병운 작가님의 「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


“기영의 집에 가는 길이었다.”

- 김지연 작가님의 「공원에서」


“친구 주희의 빈 아파트를 처음 온 날, 미애는 대충 짐을 푼 다음 여섯 살짜리 딸 해민을 데리고 아파트 노인정으로 갔다.”

- 김혜진 작가님의 「미애」


“진우와 서인은 끝없이 펼쳐진 붉은 흙 위를 달리고 있었다.”

- 서수진 작가님의 「골드러시」


“그해는 새의 해로 기록될 것이다.”

- 서이제 작가님의 「두개골의 안과 밖」




첫 문장들을 보셨을 때, 어떤 글이 가장 읽고 싶으셨나요? 제가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이야기는 임솔아 작가님의「초파리 돌보기」입니다.


「초파리 돌보기」의 주인공 원영은 가발 공장 직원, 외판원, 마트 캐셔, 급식실 조리원, 텔레마케터 등 쉬지 않고 일했습니다. 그럼에도 ‘오십대 무경력 주부' 취급을 받았죠. 어느 날, 원영은 텔레마케터 일을 같이 했던 동료의 소개로 과학기술원의 실험동 아르바이트를 하게 됩니다. 실험용 초파리를 양육하고 번식시키는 업무로 지금까지 일했던 곳보다 보수가 좋고 쾌적한 근무 환경을 제공했죠. 원영이 기른 초파리는 세계 곳곳으로 수출되었고, 그 사실에 원영은 자부심을 느낍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원영은 머리카락이 빠지고 일주일 만에 정수리부터 두피가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결국 원영은 일을 그만두었고, 국가 지원금이 끊긴 실험동은 폐쇄되었죠. 해가 거듭될수록 원영은 음식을 잘 삼키지 못할 정도로 몸이 약해졌습니다. 건강이 안 좋아진 원영을 보며, 딸 지유는 그 이유를 산업재해라고 생각합니다. 지유는 원영을 주인공을 한 소설을 쓴다는 핑계로 원영에게 실험동에서 있었던 일들을 물어봅니다.


원영은 본인이 아픈 이유를 초파리 실험실에 찾는 것 대신 자신의 일생에서 찾습니다. 그리고 딸 지유에게 소설 속 원영이 깨끗이 다 나아서 건강해지는 결말을 써 달라고 하죠. 결말이 행복한 소설을 써달라고요.


가장 시시한 문장으로 지유는 소설을 끝맺었다.
이원영은 다 나았고, 오래오래 행복하다.


지유가 쓰던 소설은 결국 해피엔딩으로 끝납니다. 소설 밖 원영도 결국 병이 다 나아 오래오래 행복했을까요? 그건 알 수 없지만, 작품을 읽는 우리는 소설 밖 원영도 결국 행복하기를 바랄 것입니다.


저는 ‘행복했다'가 아니라 ‘행복하다’라는 말의 맺음에 눈길이 오래도록 남았습니다. 그것은 지유가 원영이 지금 현재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한 것은 아닐까 싶었거든요. 지유가 선택한 해피엔드, 우리도 소중한 이의 결말을 소설 속에서나마 선택할 수 있다면 지유와 같은 선택을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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