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언어들』을 읽고 씁니다.
월요일 밤 10시 30분, 내가 요즘 꼭 챙겨보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JTBC의 싱어게인.
참가자들의 노래를 듣는 것도 재미있지만, 심사위원들의 심사평도 깨알 같은 감동을 준다.
무명가수전이라는 흔하지 않은 콘셉에 이선희, 유희열 등 OB 심사위원과 규현, 선미 등 YB 심사위원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도 프로그램에 재미를 더하는 요소이다.
심사위원 중, 내가 평소에 잘 몰랐던 심사위원이 한 명 있었는데 바로 김이나 작가이다.
나름 TV 프로그램, 유튜브 방송에도 많이 나오지만 내가 이 사람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노래 가사를 만드는 사람이라 그런지 김이나 작가의 심사평은 굉장히 섬세하고 진심이 뚝뚝 흘러넘친다.
그녀의 심사평은 주저하지 않고 감정을 돌직구로 표현하지만 그 돌직구가 참 여리고 섬세하다.
이렇게 표현하는 사람은 평소에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읽게 된 책이 '보통의 언어들'
보통의 언어들
- 저자 김이나
'보통의 언어들'은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쓰는 언어에 대해 생각과 느낌을 풀어낸 책이다.
속이 보인다, 지질하다, 찬란하다, 소란스럽다, 유난스럽다와 같은 표현.
공감, 험담, 상처, 기억, 꿈, 호흡, 정체성과 같은 단어들.
우리 일상 속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표현이지만, 우리는 한 번이라도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김이나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가 평소에 접하는 일상 표현들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사람들은 그냥 지나칠 수 있는 표현에서 미묘한 차이를 발견하는 것은 관찰력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관찰력은 글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했을 것이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풀어내는 능력도 사람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했을 것이다.
우리가 평소에 가장 많이 쓰는 표현들을 이번 기회에 자세히 관찰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 관찰이 나의 표현을 조금 더 섬세하고 풍부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21년 1월 11일
반쯤 식어버린 유자차를 호로록 마시며
보통의 언어들에서 만난 문장들
"우리는 서로를 실망시키는 데 두려움이 없는 사이가 됐으면 좋겠어요."
"내 방향성은 더 명확해졌다. 그건 바로 대충 미움받고 확실하게 사랑받는 것이다."
"나는 '사랑은 마주 보는 일이 아니라 같은 곳을 바라보는 일'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더 정확히는, 마주 보며 시작해서 같은 곳을 바라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가끔 세상의 모든 형용사들이 가진 기가 막힌 표현력에 감탄하게 되는데, 이는 주로 발음에서 온다. '반-짝'하고 말할 때 ㄴ받침을 부드럽게 도움닫기 삼아 '짝'하고 내뱉는 발음은 무언가에 빛이 닿아서 튕겨 나오는 모습 그 자체인 것 같고, 찬란하다는 말의 실제 발음인 '찰-란'은 '찰'의 받침 ㄹ과 '란'의 자음 ㄹ이 파도 능선처럼 이어지는 기분이 들어 앞서 비유했던 것처럼 햇살이 닿은 물결의 느낌인 것이다. 게다가 '차-'하면서 시작되는 첫음절은 퍼져나가는 빛이 혀에서 구현되는 착각이 들지 않는가."
김이나, 『보통의 언어들』, 위즈덤하우스(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