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 반반차를 썼다. 재택근무 기간이 끝나고 회사로 출, 퇴근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몸이 긴장해 있었나 보다. 누적된 피곤에 오른쪽 눈에 생긴 다래끼는 없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벌써 병원을 몇 번 다녀왔는지, 이제 의사 선생님을 보면 "저 또 왔어요"라고 인사를 건넨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 반반차를 써서 2시간 늦게 출근하기로 했다.
푹 자고 일어나 가벼운 몸으로 집 밖을 나서니 햇빛이 쨍하고 빛난다. 아파트 입구에서 하얀색에 갈색 무늬가 있는 고양이를 만났다. 길고양이 녀석은 잘 얻어먹고 다니는지 엉덩이가 토실토실했다. 뒤뚱뒤뚱 귀여운 고양이의 모습에 넋을 놓았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길을 걸었다. 하늘은 푸르고 맑아 기분마저 좋아졌다.
퇴근하는 길에는 눈썹 같은 달을 만났다. 역삼역 앞에서 잠시 달을 바라봤다. 그 순간, 나 자신이 더 좋아졌다. 모든 것에 감응하고 낭만을 찾는 내 모습이 말이다.
아름다운 것을 보면 소리 내어 '아름답다'라고 말하는 사람, 일하다가 잠시 탁 트인 하늘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전환이 되는 사람, 밤하늘에 걸린 달의 모양을 유심히 바라보는 사람, 난 이런 사람이다.
변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지금처럼 주위에서 낭만을 찾고, 그 낭만에 행복을 느낄 것이다.